[루리웹 - 백두부좋아]상주할머니 9(中)

약속한대로 오늘도 글을 씁니다.


오늘은 슬픔이 몰려 있는 후반부 얘기입니다.


전 예전 생각만으로도 울컥해서 눈물이 핑 돕니다.


제가 얼마나 글로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엄청 우실지도 모릅니다....데헷@@!!


저... 분명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손톱과 발톱을 다 깎아 주신 후 가져오신 보따리를 푸셨습니다.


그리고는 아주머니께 하나씩 다 권하시며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맛나제?.....다 말린 음식이라 상하지 않을거라 하시면서.


그리고 배 곯지 말고 잘 챙겨 먹으란 당부를 하시고는 제 손을 잡고 시장으로 가셨습니다.


그 곳은 아까 그 빵집....


아! 안 끝났구나? 이제 한 판 하시나? 했는데 할머닌 아저씨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만원짜리 세종대왕님을 한 장 주시며,


불쌍한 사람 아니가? 아재한테 뭔 해꼬지를 한 거도 아니고 오죽 먹고 싶었으면 그라겠노?

다음에 또 보거든 메몰차게 그라지 말고 빵 좀 주소.....이 돈만치 다 먹으면 셈은 또 내가 해줄테니...


아저씨도 좀 부끄러우셨던지 뒷퉁수를 긁으시며 그러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빵집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할매께서 물으셨어요.


우리 좋나 뭐 먹고 잡노?


전 조금도 망설임 없이 순대라고 대답했어요.


할매가 웃으시며 며칠 전에 아줌마가 순대 먹는 거 보고 좋아도 많이 먹고 싶었나 보다며 시장의 순대 좌판으로 가셨어요.


예전 시장 순대 좌판 기억하시나요?


큰 양은 다라이에 순대랑 내장 가득 놓고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먹던..........


할매랑 둘이 앉아 순대를 시켜 놓고 먹었어요.


할매는 제게 사이다 한 병 사주시고 할매는 소주 1병 하시면서....


순대 아줌마는 쪼그만 꼬마가 오물거리며 순대를 먹는 게 귀여웠나 봅니다.


아가 순대를 잘먹네예?


할머닌 얜 뭐든지 안 가리고 잘 먹는다고 한 마디 하셨습니다.


뭐라도 한 가지씩 칭찬하셨던 할매, 할매 눈에 제가 뭘 한들 안 이뻤겠습니까?


그리고 아줌마는 옛다!! 써비스다 라며 순대랑 간을 잔뜩 더 썰어 주셨어요.


그러시더니 할매께 "할매요!~~~ 할매는 억수루 무섭게 생기셔가 우찌 맴은 그리 비단결 인교?" 하시며 그 미친 거지 아줌마 얘기를 하는 겁니다.


아마 지나다가 보셨었나 봅니다.


"할매는 나중에 복 많이 받으실낍니더, 그래 맴이 고우시니....."


그러자 할매는 손사래를 치시며 "아니요.....내가 그 사람에게 더 고맙소.." 라고 하셨어요.


영문을 몰라 쳐다보는 순대 아주머니께 그러시더군요.


"내 나이 70이요. 앞으로 살면 얼마를 더 살겠소?

 나 죽어 저승에서 편하라고 공덕 쌓을 기회를 주는 건데 내가 고마워 해야 되지 않겠소?" 


그러시곤 "아주머니도 장사하는 집에 그런 사람 오면 딴 손님께 폐란 걸 나도 잘 아니 이리 앉치고 대접 하긴 힘들꺼요. 허나, 신문지에 순대 몇 조각 싸서 배고픈 이에게 베푸는 거야 뭐 그리 어렵겠소?" 라고 하셨어요.


아주머니도 크게 생각한 바가 있으신지 고개를 끄떡 끄떡 하시고는 나도 그리 하겠다고 하셨죠.


그렇게 할머니의 일은 하나가 더 늘었어요.


장날 장에 가시면 가장 먼저 하시는 일이 그 아주머니를 찾아 잘 있나 살피시고 뭐라도 하나 먹이고 나서야 당신의 볼일을 보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그 날도 장에 가서 그 아줌마부터 찾아 다니는데 그날따라 아줌마가 안 보였어요.


할머니는 급기야 상인들에게 아줌마에 대해 물으셨어요.


글쎄에? 그라고 보니 오늘은 하루 종일 안 비는 거 같던데.....


할머닌 상인들에게 그 아줌마가 혹시 저녁에 어디서 자는 줄 아냐고 다시 묻고 다니셨고, 한 상인이 소재를 알고 있더군요.


시장서 가까운 공터에 시멘트로 만든 큰 하수도 관을 쌓아 놓은 곳이 있는데 밤에 그 속에서 잔다고요.


할매는 절 데리고 한달음에 그리로 달려가셨습니다.



아줌마는 그 곳에 계셨습니다.


아마 전날 상한 음식을 주워 드셨는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누워 계시다가 할매를 보자 애처러운 구원을 바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시더군요.


주변엔 여러군데 토해 놓으셔서 시큼한 냄새와 설사도 하시고 제대로 뒷처리도 못 했는지 똥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할머니는 우야노? 우야노? 하시더니 꼼짝 말고 누워 있으라고 하시더니 어딘가로 막 뛰어 가시고 좋아도 덩달아 방울소리 들리도록 뛰었어요.


할매가 가신 곳은 그 공터서 가까운 무속인 집이었어요.


할매가 집에 뛰어 드시며 야 야! 야 야! 하고 부르셨고,

할매 소리에 방에서 손님 점사를 봐주시던 그 집 아주머니가 놀라서 맨발로 뛰어 나왔어요, 우짠 일이십니꺼? 하고요.


할매는 집으로 들어가시며 그 특유의 용건만 간단히 대화법으로 아주머니께 얘길하셨습니다.


"니 지금 빨리 미음 좀 쒀봐라!!!"


그리고 영문을 몰라 대답부터 하시며 부엌으로 들어가시는 아주머니께 다시 "니 안 입는 치마 하나 있나? 치마랑 빤쓰 하나 도고." 라고 하셨어요.


아주머니가 부엌으로 들어가시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시자 할매는 점사를 보던 손님들께,

"죄송합니데이.. 쟈가 좀 할 일이 있어가 좀 많이 기다리셔야 할낀데 내일 다시 오시면 안되시겠는교?" 라고 하셨습니다.


손님이 돌아가시고, 할매는 아주머니가 가지고 나온 치마랑 팬티를 받아 살펴보시더니 팬티를 확 집어 던지시며 버럭 화를 내셨습니다.


"가시나야!!! 치마는 헌걸 줘도 빤쓰는 새걸 내와야지 니 입던 빤스를 주면 우야노?" 


아줌마가 새 빤쓰 가지러 가신 사이 할매는 냉장고에서 보리차 한 병이랑 옆에 있던 두루마리 화장지 하나까지 챙기시고는 제게 "좋아야! 니 여기 있다가 아줌마가 미음 쒀 주시면 거로 가꾸온나."


하시곤 빤쓰까지 받아 드시고 부리나케 나가셨어요.


무슨 폭풍친 거 같았어요.


그제야 아줌마는 부엌에 들어가시어 미음을 쑤시면서 제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전 아줌마께 거지 아줌마 얘길했어요.


아줌마는 그런 일이 있었냐며 놀라시며 진작 나라도 들여다 봤어야 하는데 하시며, 할매께서 잘 살피라고 하셨는데 나중에 불벼락 맞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웃으시더군요.


전 어린 맘에도 할매가 주인 아줌마께 너무 한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손님도 다 쫓아보내시고 일까지 시키셨으니까요.


전 아줌마께 우리 할매 미워하지 마세요 라고 했고,

첨엔 뭔소린 줄 몰라 어리둥절해하시다가 제 말 속뜻을 이해하시고는

막 웃으시며 그럴리가 있냐시며 할매한테 직접 이런 부탁 받는 게 얼마나 큰 영광인지 너는 모를꺼라며 웃으셨습니다.


아마 그 아줌마 맘이 사단장에게 직접 부탁 받은 이등병의 마음이 아니였나 생각합니다.


묽게 쑨 미음과 간장 한 종지를 가지고 다시 가보니 벌써 할매는 주변을 싹 치우시고 아주머니 옷도 갈아 입히셨더군요.


언제 사오셨는지 약국 약 봉투까지 있어서 벌써 약을 먹이셨구나 했어요.


아줌마는 속병이 나고서도 많이 굶으셨는지 미음에서 눈을 떼질 못했습니다.


할머니는 미음 쟁반을 받아 드시고는 미음에 간장을 섞으셔서 직접 떠 먹여 주셨어요.


아줌마는 마치 제비 새끼 모양 잘 받아 드셨습니다.


그리고 할매는 미음을 다 먹이시고는 뭔가를 한참 생각하시더니, 여서 이래 지내면 안 되겠다, 없는 병도 만들어 생기겠네 하시며 아주머니를 눕히산 뒤, 내 올 때까지 어디 가지 말고 꼼짝하지 말고 누워있으라고 하시고는 절 데리고 어디론가 가셨어요.



그 곳도 무속인 집이었어요.


그 곳은 독채의 단독주택이었는데 특이하게 길쪽 담으로 쓰지 않는 작은 가게가 있었어요.


갔을 땐 이것 저것 잡동사니들을 넣어 두던 창고로 쓰셨나 봐요.


또 다짜고짜 쳐들어 가시네요.


그 집 주인은 할머니가 오시자 또 맨발로 달려 나왔어요.


왜들 할매만 보면 맨발로 뛰어 나오는지.....


이번에도 다짜고짜 얘길하셨습니다.


"니 담벼락에 붙은 가게 안 쓰는 기제? 그거 오늘부터 내가 쓸란다. 됐나?

 그리고 니 돈 좀 도고.......그냥 있는대로 다 도고...."


그냥 통보만 하시고는 마당에서 빗자루랑 쓰레받이를 들고 가셔선 다 정리 하시고는, 따라 나온 집 주인에게 "마대 갔다가 한 번 싹 닦아라, 먼지 안나구로...." 라고 하셨어요.


우와!!! 누가 집 주인이지?


그러시고는 돈을 받으셔선 세보시더니 이거 가지곤 모자르겠다 하시면서 또 어디로 휘적 휘적 가셨습니다.


저 그 날 뭐 빠지는줄 알았습니다.


할매 걸음은 성인 남자도 맞추기 힘드실 만큼 빠른 걸음이거든요.


평소엔 좋아에게 맞추어 걸으시는 매너 걸음이셨는데,

그 날은 맘이 바쁘셨는지 그런거 없었습니다.


제 짧은 다리로 죽도록 뛰어야 했죠.


할머니가 가신곳은 또 무속인 집......


딱 한 마디만 하시더군요.


돈 줘......


너무 기다리게 한 거 같아 쓴데까지 먼저 올리고 담배 한 대 피고 마저 쓰겠습니다.

 

 

 

From_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27/read?articleId=25888280&bbsId=G005&itemId=145&pageIndex=1

[루리웹 - 백두부좋아]상주할머니 9(上)

신경을 안 썼는데 댓글 보고 알았어요.


루리웹에도 쪽지 기능이 있었군요.


쪽지가 몇 개 왔어요.


무속인 소개해 달라는 쪽진데 죄송하지만 그건 어렵겠네요.


어린시절 알던 분들은 제가 직접 나서도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갈비찜 무녀님은 물론 이번에 뵈어 연락처를 알고 있지만 그 분 허락 없이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부탁은 일절 들어 드릴 수 없사오니 그냥 얘기만 읽어 주십시요.


오늘 할 얘기는 좀 많이 슬픈 얘기입니다.


보시다가 우시게 될지도 몰라요.


수건 한 장 가지시고 보시길 권합니다.




그 분을 처음 만난 건 7살 여름이었습니다.


할머니와 그 날도 장에 가려고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왔어요.


오늘은 점심 메뉴가 뭘까? 할매께 간식으로 뭘 사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으로 벌써 입에 침이 고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장을 구경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시장 한 구석이 소란해지고 처음보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옷 차림이 다 헤지고 꼬질 꼬질한 산발을 한 아주머니 하나가 품에 보퉁이 하나를 꼭 끌어 안은 채 어쩔줄 몰라 하며 서 있었고,


몇 몇 동네 악동들이 뒤를 따르며 그 아주머니를 놀려대고 심지어는 돌맹이도 던지고 있었어요.


아주머니는 어찌 할 줄을 모르고 보퉁이만 꼭 껴안고 그냥 서서 당하고만 계셨어요.


지나가는 사람 아무도 그 악동들을 뭐라 하는 사람도 행동을 제지하는 사람도 없었어요.


그냥 관심이 없는 거죠.


이제 큰일 났습니다.


할매가 그걸 보셨거든요.


우리 할매는 약한 사람, 대항할 힘 없는 사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사람을 괴롭히는 걸 가장 싫어하십니다.


전 불안한 눈으로 그 광경 한 번, 할매 눈치 한 번 살폈어요.


역시나 예상과 한치 어긋나지 않게 할매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지더니 분노의 일갈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놈들!~~~~~~~~~~


아주머니를 괴롭히고 있던 애들이 깜짝 놀라 돌아보고, 

어느새 달려가신 할머니가 쥐잡 듯 애들을 몰아치셨어요.


제 또래 애들이었는데 그나마 애들인 게 다행이었죠.


아마 중학생쯤만 되었어도 말보다는 몽둥이가 먼저 날아갔을 겁니다.


꼬마들은 기어이 울음을 터트리고 그 자릴 떠났어요.


애들이 떠나자 할매는 아주머니께 괜찮냐고 물어보셨는데,

아주머니는 멍하게 할매를 쳐다 볼 뿐이었어요.


그제사 그 분이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었어요.


할매는 개의치 않으시고 아주머니의 더러운 옷을 털어주시면서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끌고 가려 하셨어요.


그 때,

잠시 전에 울면서 갔던 한 아이가 어떤 노기충천한 어른을 앞세우고 나타났어요.


아마 자기 아버진 거 같았고, 아버지께 일러 뛰어 온 것 같았어요.


지 아들 잘못한 건 생각도 못 하고....


상대가 남자였으면 한 대 치고 시작했겠지만 나이 많은 노인이고 여자인지라 언성만 높였어요.


하지만 그런 거에 기 죽을 할매가 아니였죠.


상대를 잘못 고르셨네요.


할매는 핏대를 올리며 얘기하는 그 아저씨를 더 방방 뛰시며 꾸짖었습니다.


애가 잘못하면 아무리 예쁜 자식이라도 꾸짖고 잘못을 알려 줘야지, 무조건 편들면 애가 뭘 보고 배우느냐며 미친 여자 때문에 자기 귀한 아들 혼냈다고 얘기하는 아저씨를 오히려 혼내셨어요. 육시랄 놈아! 애비란 게 그 모양이니 애가 그 따위로 보고 배우지 ..라면서요.


아저씨는 본전도 못 찾고 아들을 데리고 돌아갔습니다.


그 후에 할머니는 그 아주머니를 데리고 그늘진 곳으로 갔습니다.


그리곤 예서 잠시만 앉아 기다리게.. 하시며 다시 시장으로 나가셨죠.


전 얼른 할매를 따라 갔습니다.


할머니는 시장 안에 있는 순대 좌판으로 가셔서는 순대를 한아름 사셨어요.


골고루 섞어서요.


순대, 간, 내장, 머릿고기.......


그리곤 슈퍼서 차가운 음료수도 한 병 사셔선 급히 아주머니께 다시 갔습니다.


아주머니도 많이 지치셨는지 그 자리에 퍼져 앉아 계셨어요.


아주머니께 가신 할매는 사온 순대를 앞에 펼쳐 놓으시며 음료수를 따주시며 말씀하셨어요.


"요기는 했는가? 많이 지쳐 보이는데 우선 이거라도 좀 드시게..."


많이 굶주렸던지 순대를 보는 아주머니의 눈이 빛났습니다.


입에 침도 고이시어 침 넘기는 소리가 크게 들렸어요.


하지만 선뜻 손대지 못 하시고 눈치만 자꾸 보시더군요.


그건 눈치밥을 많이 먹어 본 사람의 본능 같은 거였죠.


할머니는,

"괜찮아! 어여 먹어~~"하시며 그 무서워 보이는 주름진 얼굴을 한껏 구기시며 환하게 웃어 보이셨습니다.


그제서야 할머니가 쥐어 주신 나무 젓가락으로 몇 개를 집어 먹더니, 이내 젓가락을 집어 던지곤 손으로 허겁지겁 순대를 먹기 시작했어요.


할머니는 음료수를 따주시며 체할라 이거 마시면서 천천히 먹으라 하시곤 잠시 물끄러미 그 아줌마를 안쓰럽게 바라 보시더니 다시 일어나셨습니다. 그리고 '여기 있게.' 하시며 다시 시장으로 가셨어요. 좋아도 쪼르르르~~~


그리고는 시장에서 통닭 파시는 곳으로 가셨죠.


시장 통닭 아시죠?


그 옷 입혀서 통째로 튀기는...


통닭 한 마리를 사셔선 그 아주머니께 다시 가보니, 이미 그 많은 순대를 다 드시고는 물끄러미 앉아 계시더군요.


할머니는 배가 많이 고팠나보네 라고 하시며 다시 닭다리 하날 쭉 찢어 내미셨어요.


'더 드시겠나?' 하고요.


아줌마는 헤벌쩍 웃으시며 닭다리를 받아들고 뜯기 시작하셨어요.


할머닌 누런 종이 봉투에 담긴 나머지 통닭을 갈무리 하시곤 닭 다리까지 다 드신 아주머니의 보퉁이에 끼워 주시며,

"이따 배 고프면 드시게나. 기름에 튀긴 음식이라 날씨 더워도 쉬 상하지 않을 꺼야!" 라고 하셨어요.


할머니는 일부러 통닭을 사셨던 거였어요.


돈 몇 푼 줘봐야 남한테 뺏기던지 가지고 있어도 뭘 사먹기도 힘들었겠죠.


몸에서 냄새도 많이 나고 하셨는데 어떤 식당에서도 돈이 있어도 받아주지 않았을 겁니다.


기름에 튀긴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는단 것도 이때 첨 알았죠.


그리고는 제 손을 쥐고 그 자릴 떠나셨는데 할머니가 가시다 길 뒤를 돌아 보시는 걸 첨 봤어요.


그 때, 아주머니가 벌떡 일어서시더니 할머니께 인사를 하셨어요.


제 정신이 아니지만 자기에게 잘 대해준 사람에게 고맙단 생각은 하시나 보더군요.


그리고는 그 날 점심을 먹은 어느 무녀 아줌마 댁에서도 내내 그 아주머니 생각에 맘이 불편하셨는지 식사를 뜨는둥 마는둥 하셨어요.


저야 뭐.......고기에 코 박고 있었고....데헷!


그리고 할머니는 식사를 마치시고 무녀 아줌마에게 그 얘길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해서 오며 가며 보거든 뭐라도 좀 사 먹이고 아픈 데 없나 살피라고 하셨고. 아주머니는 모두에게 그리 전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가실 때 아주머니가 봉투를 주시자 대뜸 "여유되면 좀 더 주게." 라고 하셨어요.


그 날 여러가지 봤네요.


할머니가 삥 뜯으시는 것까지 봤으니.......


그리고 가시면서 저 과자 하나 사주시고는, 정육점에 들리셔서 그 돈을 몽땅 소고기 사는데 쓰셨어요.


전 고기를 그렇게 많이 사셔서 뭐 할까? 했어요.


특이한 건 할머니가 소고기 사실 때 기름 없는 부위로 ... 라고 하신 거였어요.


홍두깨살이라 하셨나?


할머니께선 혼자 들기도 버거울 만큼 많이 사신 소고기를 들고 낑낑거리며 집에 도착하셨죠.


집에 들어가자 마자 곧장 부엌에 가셔서는 도마와 칼을 들고 나와 바로 작업에 들어가셨습니다.


소고기 덩어리를 얇게 저미시기 시작하셨어요.


그리곤 그걸 조미한 액에 담그셨다 꺼내시어 채반에 늘어 놓기 시작하셨죠.


전 옆에서 할매 머 하시는 거예요? 하고 질문을 했는데 할매가 "응...육포 만드는 기다.." 라고 하셨어요.


전 신기해하며 할매가 하는 걸 지켜봤지요.


그렇게 다 저민 고기는 채반으로 몇 개가 될만큼 많았습니다.


그걸 몇 날을 정성껏 말리셨어요.


드디어 육포가 완성되던 날 할머니께선 다 말리신 육포를 일일히 하나 하나 정성껏 가위질을 하셔선 한입 크기로 오리셨답니다.


전 옆에서 하나 주워 먹었는데...우왕! 맛있다!


그것은 맛의 신세계였어요.


그 길로 육포성애자의 길로 접어든 좋아는 지금도 간식으로 육포를 제일 좋아합니다.


먹는 것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이후 좋아를 위해 자주 만들어 주셨던 육포 제조의 비법을 다 전수 받았던 좋아는 명절 때나 간혹 생각 날 때 상사들의 명절 선물로 육포를 드리곤 합니다.


받는 분들도 그걸 더 좋아하시구요.


제가 만든 육포를 드신 분들은 두 번 놀랍니다.


맛에 놀라고 그걸 제가 직접 만들었단 말에 놀라고.


덕분에 귀여움도 많이 받지만 귀찮은 일도 좀 있어요.


부장님이나 우연히 맛 보시고 제 육포 광팬이 되신 상무님이 냉장고에 육포 떨어지면 한 마디씩 지나가는 말로 육포 다 먹었다! 그냥 그렇타구.....하시면 해다가 진상해야 합니다. 원활한 회사 생활을 위해서....


육포를 다 만드신 할매는 그걸 야무지게 포장하시고, 이번엔 부엌에서 잘 말려서 모아두신 누릉지를 튀기셨어요.


튀겨서 설탕도 듬뿍 뿌리시고.


육포랑 누릉지 튀김을 저 줄꺼만 조금 남기시고는 다 싸시더니 말려놓은 감 말랭이며, 고구마 말린거며 보이는대로 막 싸시기 시작하셨어요.


그렇게 한 보따리를 싸시더니 "좋아야! 가자..." 라고 하시더군요.



버스를 타고 장에 나왔죠.


그 날은 장이 서는 날도 아니였지만 평소에도 시장이 있었으니까요.


장에 가셔선 보따리를 낑낑 거리시며 드시고는 뭔가를 찾아 다니셨어요.


그 미친 거지 아줌마를 찾으신 거죠.


그렇게 한참을 시장을 뒤져 그 아줌마를 찾았습니다.


시장에 있던 빵가게 앞에서였어요.


시장 빵가게 아시죠?


도시의 제과점처럼 세련된 가게가 아니고 그냥 점포 앞에 빵을 죽 늘어놓은....


그 날도 그 곳에선 작은 소동이 일고 있었어요.


아마 그 아주머니는 배가 많이 고프셨던지 그 빵들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계셨고,

빵가게 아저씨는 그런 아줌마에게 막 소리를 지르시며 재수없게 안 가나? 하시며 난리치는 중이었어요.


할매 표정이 또 험악해 지시네요.


전 속으로 오늘은 저 아제 죽었다. 했는데,

할매는 그 가게로 성큼 성큼 다가 가더니 "그만 하시게.." 라고 하시고는 빵을 잔뜩 사셨어요.


그리고는 아줌마를 데리고 공터로 가셨어요.


공터에 가셔선 싸온 물로 손수건을 적시시어 아줌마의 때낀 손을 닦아주시고는 빵 봉지를 내미셨어요.


"배가 많이 고픈가 보구만, 어서 드시게.."


아줌마는 할매를 한 번 쳐다보시고는 또 헤벌레 웃으시며 빵을 허겁지겁 드셨고, 할매는 물을 주시면서 앞에 쪼그리고 앉으셔선 쳐다보시고, 저도 할매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고.


그 많은 빵을 게눈 감추 듯 다 드시자 이번엔 할매가 쌈지에서 어느새 챙겨 오신 손톱깎기를 꺼내시어 시커멓게 때가 낀, 언제 자르고 안 자른지도 모를 손톱을 손수 깎아주기 시작하셨어요.


아주머닌 그런 할매를 얌전히 앉아서 쳐다보고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서 그런 친절과 호의를 받아본지 오래되셨을 겁니다.




왠간해선 안 끊고 쓰려 하는데 남은 얘기가 너무 길어 이번 편만두 번에 걸쳐 나누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약속이 있어서요.


나머진 내일 꼭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From_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27/read?articleId=25878887&bbsId=G005&itemId=145&pageIndex=1

[루리웹 - 백두부좋아]상주할머니 8

오랜만입니다.


몸이 좀 아파서요.


자꾸 먹은 게 전부 밑으로 take out 하길래 병원 너무 가기 싫은데 갔더니, 찬 거 너무 먹어서 장염 초기 증상이라더군요.


열도 없고 기침도 없었지만 그래도 메르스 증상에 설사도 있어서 은근 겁냈는데.....


완전 물똥이라서..... 더럽게 해드려 죄송.


수액 한 대 맞으란 거 병원서 잠시도 있고 싶지 않아 그냥 왔어요.


메르스 환자들이 거의 병원서 걸렸다고 해서요.


물이랑 게토레이 많이 마시고 쉬니까 많이 나아졌어요.


기운이 없는 관계로 짧아도 이해하십시요.


오늘 얘기도 미 취학 시절의 얘기입니다.




그 날도 할머니와 아침에 버스를 타고 장에 갔어요.


그리고는 그 날 처음 가는 집으로 갔지요.


물론 무속인 집이었구요.


그 날 갔던 집도 들어서니 후덕해 보이시는 40쯤 되신 아주머니께서 반가이 맞아 주셨어요.


어머니, 어서오세요~~


할머니께선 언제나처럼 당연하단 듯이 안방 상석에 가서 앉으셨고, 난 할머니 무릎에,

아주머니는 앞에 조심히 앉으시더니 잠시 덕담과 인사를 나누시고 점심상을 봐오신다며 나가셨어요.


잠시 후 언제나 딴 집에서 먹는 것처럼 푸짐한 점심상이 준비되어 왔어요.


그런데 딴 집에서완 좀 다른 반찬이 있더군요.


그 땐 별 생각 없이 그냥 맛나게 먹기만 했는데 커서 문득 생각해보니 그게 뭔가 대단한 것이란 걸 알았어요.


아마 제가 할머니를 따라 다니면서 뵌 분들 중 그 분이 가장 신기가 뛰어나신 분이었을 거라 생각해요.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그 반찬이 바로 갈비찜이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께서 저 데리고 다니시면서 항상 그 분들께 밥상에 고기를 준비하라 하셨지만, 대부분은 그냥 불고기나 빨리할 수 있던 음식이었습니다.


갈비찜은 금방 준비해 낼 수 있는 음식이 아니죠?


갈비가 있어도 핏물 빼야 하고 몇 시간 졸여야 하는 시간 많이 잡아 먹는 음식이죠.


최소 한나절 이상, 하루 전에 시작해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잖아요?


그 땐 지금처럼 파는 데도 없었는데....


그 분은 우리가 온단 걸 최소 하루 전엔 아셨다는 얘기입니다.


그 때 먹은 갈비는 미리 해놓고 데워서 내놓은 음식이 아니였습니다.


만들어 처음 내놓은 음식이었죠.


어려도 고기 광사모 열성팬이었던 좋아는 척보면 앱~~니다.


할머니는 뭘 번거롭게 이런 걸 준비 했느냐고 하셨고, 전 정말 정신없이 먹었어요. 지금도 갈비찜은 제 사랑이거든요.


그 많은 갈비가 어디로 다 들어갔는지, 아주머니랑 할머니께선 겨우 한 쪽 드셨는데 갈비 그릇은 이미 바닥나고.....


많이 해놓았으니 곡꼭 씹어 많이 먹으라 하시며 또 한 그릇 퍼 오셨어요.


아우!!! 씐나! 씐나!


그러시며 아주머니께서 할머니께 그러셨어요.


어머니, 이번에 꼭 좀 도와주세요. 제 힘으론 어려울꺼 같아요. 라고.


할머니께선 손사래를 치시며,


"무슨 소리냐? 자네가 이제 나보다 낫지.

 다 늙은 내가 무슨 힘이 있어 자네를 돕겠나?"


라고 하셨고, 아주머니께선 재차 무슨 말씀이시냐고, 상주 뿐 아니라 경상도 다 뒤져도 어머니보다 신력이 쎄신 분이 어디 있다고 그러시냐며 간절히 할머니께 매달리셨습니다.


결국 이런 간곡한 부탁을 여러차례 받으신 할머니는 끝내 어렵게 허락을 하셨죠.


"내가 신력이 딸리는 애들이나 갓 신 받은 애기들은 도와주러 다니지만 자네처럼 만신이 된 사람은 도와주지 않는 건

 자네도 잘 알껀데 이렇게 사정을 하는걸 보니 어지간히도 모진 놈인가 보구먼.....알것네." 하시면서요.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는 바로 일어서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용무만 끝나시면 더 지체 하시는 일이 없었습니다.


엉댕이가 너무 가볍고 매몰차신 할머니.


언제나처럼 아주머니는 따라 나오시며 흰 봉투를 쥐어 드렸습니다.


한 번도 무속인 분들이 주시는 봉투를 거절하시는 법이 없으셨던 할머니께서

그 날 봉투를 거절 하시는 걸 처음으로 봤습니다.


"내가 뭐 한 게 뭐 있다고 이러나? 주려거든 일 다 끝나고 주시게나." 하시며 거절하셨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선 눈웃음을 치시면서, 


"아이참! 어머니두..... 딸이 어머니 용돈도 못 드려요?

 가시면서 애기 과자도 사주시고 어머니 담배도 사세요." 하셨고,


할머니는 웃으시며 마지못해 받아 챙기셨어요.


아주머니랑 할머니랑은 다른 무속인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싫다고 한 번 말 꺼내면 죽어도 싫으신 분이 할매신데.....



그렇게 집에 돌아온 후 2-3일 후의 일입니다.


할머니께서 외출하실 복장으로 저희 집에 오셨어요.


그리고는 제게 좋아야! 할미랑 놀러갈까? 하셨고, 전 당연히 좋다고 외출 준비를 했습니다.


장날이 아닌데도 할매를 따라 나가는 건 좀처럼 없던 일이었거든요.


할머니께선 어머니께 화야! 내 좋아 데리고 좀 나갔다 오꾸마 하셨고, 어머니는 예, 그라이소 하셨죠.


어머니는 당신보다 더 당신의 아들을 아끼셨던 할머니를 따라가면 잘 보호받는단 걸 믿어 의심치 않으셨으니까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니 할머니께서 눈에 익은 길을 가셨고,

그 곳은 며칠 전 가봤던 갈비찜 아줌마네 신당이었어요.


집에 들어서자 그 날은 많은 분들이 계셨습니다.


족히 열 명은 넘는 사람들이 뭔가 분주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여자분도 있었고 남자도 있었고.


할머니께서 들어서시자 모두들 하던 일을 멈추고는 일제히 할머니께 공손히 인사를 했습니다.


완전 영화 같은 데 나오는 행님! 오셨습니까? 인사.


그리고 제게도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할머니께서 어지간히 제 애기를 많이 하시고 다니셨나 봅니다.


네가 좋아구나? 한 마디씩 다 하셨고,

전 어른들께 일일히 배꼽 인사를 했습니다.


어른들께 귀여움 받는 첩경은 처음 볼 때 인사 잘 하는거란 걸 수년의 인생 살이로 터득하고 있던 영악한 아이.


할머니께선 준비 상태를 꼼꼼히 살피시고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기도 하셨고, 모두들 할머니 한 마디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어요.


굿하러 갈 준비를 하던 길이었는데,

굿을 하시는 분은 그 갈비찜 아줌마였지만 그 굿을 지휘하는 건 누가봐도, 심지어 어린 제 눈에도 할매였단 걸 알 수 있었어요.


음....우리 할매가 여기서 대장이구나?


준비를 끝내고는 그 때 나오기 시작한지 몇 년 안되는 봉고차를 3대에 나누어 탔어요.


그 때 사람이 저랑 할머니, 갈비찜 아줌마 빼고도 열 명이 넘었어요.


두 대는 사람이 타는 차였고, 한 대는 운전석 조수석만 있고 뒤엔 짐만 싣는 그런 차였죠.


봉고는 첨 타봐서 무척 신나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출발하고는 한참을 달렸습니다.


우리 마을과는 시내서 반대편으로 한참을 들어 갔어요.


물론 거기도 산골.


상주는 양 사방으로 몽땅 산골짜기 밖엔 없어요. 제 기억으론.



그렇게 한참을 달려 어떤 마을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 때 도착한 집이 우리 마을에선 볼 수 없었던 커다란 기와집이었어요.


그 집 안 마당에서 굿이 시작되었지요.


아마 그 집에 굿을 해야만 할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나봐요.


아줌마의 주도로 굿이 진행되고, 할머니는 뒤에서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지시를 내리며 써포트를 하셨어요.


아주머니께선 작두도 타시고....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아줌마는 다른 여자보다 기골이 장대하셨어요.


그 당시 보통 다른 여자분들 보다 키도 상당히 크셨고 중년 여인답게 통통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작두 위에서 막 뛰고 하셨는데 어찌 발이 하나도 안 다치셨던지.....


전 예전에 할머니가 당신이 작두 타는 사람 가까이 가면 그 사람이 다친다고 하셨던 말을 기억하고는, 할매 있어서 아줌마 다치면 어쩌냐고 했어요.


할매는 웃으시며 아줌마가 초대한 거라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굿이 진행되었는데 뭔가 일이 뜻대로 되지를 않았나 봅니다.


해도 어느덧 저물어 가는데 굿이 끝나질 않았고,

할머니는 좋아, 많이 힘드나? 이래가 애는 굿판에 안 데리고 다니려 한긴데.... 하시며 안쓰러워 하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때때로 순탄치 않게 끝나기도 하고, 어린애는 굿하는 곳에서 잡귀도 들릴 수 있어 안 데리고 다니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주머닌 간간히 할머니께 오셔서 뭔가를 얘기 하셨고 할머닌 그때마다 이런저런 코치를 해주셨어요.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할머니가 옆에 있던 제 손을 잡으시곤 황급히 절 치마 뒤로 숨기셨어요.


할머니의 행동은 뭔가 앞에 해로운 게 있을 때 가족을 보호하는 어른들의 행동이었어요.


전, 깜짝 놀랐지만 할머니 뒤에서 고개를 삐쭉 내밀었죠.


그러나 제 눈엔 아무것도 안 보였죠.


무슨 일이지? 하고는 앞에 한 번, 할매 얼굴 한 번 쳐다보는데


할매가 어딘가를 뚫어지게 쳐다보시더군요.


저도 할매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쳐다봤어요.


근데,


아무 것도 없는데 그 곳을 보는 순간 기분이 나빴어요.


안 보이지만 뭔가가 있는 느낌?


할매가 그 때 입을 여시더군요.


"독한 년, 이제 떨어지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입을 여시더군요.


"저, 저 육시랄 년, 눈깔이도 없는 년이 뭘 째려보고 있노?

 저 독한 년 표정 좀 봐라...... 마 확 쫓아가서 눈 구댕이를 팍 쑤셔뿔까부다!!"


그러시며 욕을 한 바탕 하시곤 계속 쳐다보셨어요.


잠시 후 할매의 시선이 점점 움직이더니 산 속으로 향하더군요.


그러시고는 인젠 되었다고 저를 뒤에서 빼시면서 떠났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굿은 곧 끝났고 저희는 봉고차로 먼저 데려다 주더군요.



다음 장날 다시 그 집엘 갔습니다.


그런데 평소랑은 다르게 그 집은 손님을 받지 않고 있었고,

아주머니는 방에서 끙끙 앓고 계셨어요.


할매는 걱정스런 목소리로

"많이 디나? 약은 먹었나? 빙원 가야 하는거 아니가?" 하셨고,

아주머닌 좀 쉬면 괜찮타고 진이 빠져 그런 것 뿐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아주머니가 밥을 차리려 하시자 할매가 "됐다! 아픈아가 뭘 차린다고... 그냥 좋아랑 식당 가서 묵을 기다." 하시고 일어나시자 아주머니께서도 따라 일어나셨고, 그리고 할머니께 흰 봉투를 주셨어요.


그런데 봉투 두께가 평소 할매가 받으시던 봉투의 몇 배는 두꺼웠어요.


할매는 뭘 이리 많이 넣었노? 하시더니 평소와는 다르게 즉시 봉투를 여셨고,

봉투 가득 든 파란 세종대왕님들을 보시더니 몇 장(10만원 정도)만 빼시고는 아줌마께 돌려 드리려 하셨어요.


아주머니는 황급히 손사래를 치시며 어머니가 도와 주신 거에 비해 많은 돈 아니라면서 어머니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하셨어요.


할매는 나도 그리 징한 년일지 몰랐다면서 끝끝내 봉투를 돌려 주시며 그러셨어요.


"니 몸 다 추시리거든 어디 어디 노인정, 어디 어디 양노원, 어디 어디 무슨 집(아마 고아원 같은 곳?) 에 이 돈으로 쌀이랑 연탄 좀 사서 넣어 줘라. 난 이거면 됐다."


그리고 그 날은 할매랑 탕수육이랑 짜장면을 먹었죠.....개꿀맛!!!



오늘 얘긴 여기까진데요.


사실 제가 며칠 전에 저 아주머니를 만났어요.


요즘 할매 얘길 쓰다보니 할매가 너무 보고 싶어져서 할매를 뵙고 왔어요.


할매는 대구 근교의 공원묘지에 모셔져 계세요.


큰 외삼촌이 곁에서 자주 찾아 가신다고 거기 모셨죠.


할매 돌아가시고 큰 외삼촌이 상주 노릇도 다 하셨거든요.


저희 외조부모님은 선산에 모셔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떨어져 계시네요.


같이 계시면 덜 심심하실 건데......


여러분이 궁금해하시는 할매가 저와의 인연에 대해 말씀해주신 건 처음에 얘기드렸듯 직접적으로 풀어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냥 그 얘기만 하시곤 웃곤 하셨으니까요.


할매를 뵙고 상주에 갔었어요.


차로 한 시간이면 가는 거리라서요.


제가 살던 마을엔 가지 않았어요.


이제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이고 어릴적 친구들도 다 마을을 떠났을 거니까요.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곳이 갈비찜 아주머니네 집이었어요.


길도 건물도 많이 변했지만, 어렵지 않게 기억으로 찾을 수 있었어요.


여전히 그 자리서 살고 계시더군요.


이젠 60중반을 훌쩍 넘기신 나이지만 그 시절 모습이 여전히 있으셨어요. 그리고 처음엔 절 몰라 보셨는데, 설명 드리니 깜짝 놀라시며 반가워 하셨어요.


그 날 늦게까지 아주머니랑 얘기하며 많은 얘길 들을 수 있었고, 할머니와 저와의 인연도 어렴풋이 짐작케 하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던 얘기이고, 이 얘긴 시리즈가 끝날 때 해드릴께요.


평범치는 않은 얘기이고 왜 절 그토록 아끼셨나 짐작케 하는 얘기입니다.




ps. 

처음 시작할 때, 상주 할머니 이야기가 10편 정도 된다고 말씀 드렸었습니다.

그런데 정리 해보니 정확하게 11편 이더군요.

근데, 원래 물귀신 얘기는 저걸 3편으로 묶어서 하려고 했었는데 분량이 많아 따로 해서 두 편이 늘었습니다.

11 + 2 해서 13편이 되었고, 얘길 쓰면서 생각난 1편과 이번 상주 가서 갈비찜 아주머니 만나서 들은 여러 얘기 까지 해서 아마 15편이 될것 같습니다.

미리 말씀 안 드리면 10편만 한다더니 지어내서 편수 늘리냐고 뭐라 하실 분이 분명 계실 거 같아 미리 얘기합니다.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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