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웹 - 백두부좋아]상주할머니 7

메르스 때문에 어디 못 가시고 집에서 무료하게 루리웹 괴담 게시판 보고 계실지도 모르는 분들 조그마나마 시간 때우시라고 오늘도 한 편 씁니다.


산책이라도 하세요.


하루 20분 이상 햇빛 받아 주면 비타민 D가 인체에 합성 되어 예방에 좋타네요.


다음 주에 쥬라기 월드 보러 가야 되는데 ......망했어요.


나도 울고 극장도 울고 스필버그도 울고...........



이번 얘기는 저희 엄마 밑에 하나 뿐인 동생인, 막내 외삼촌의 군 시절 얘기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4남매 중 셋째 딸이십니다.


위로 오빠 둘과 아래로 남동생 한 분이 계시죠.


4남매면 그 시절 형제가 많은 게 아니였죠.


첫째이신 큰 외삼촌은 어머니와 10년 차이가 나십니다.


둘째 외삼촌은 8살 차이,


막내 외삼촌은 어머니 보다 6살이 어리십니다.


큰 외삼촌과 막내 외삼촌 16살 차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참!.......능력자!! 데헷!!





제가 할머니 댁에 가 있을 땐, 막내 외삼촌은 타지에서 자취하시며 대학을 다니셨습니다.


그러다 나이가 차시어 남들 다 가는 군대를 가셨죠.


논산서 훈련 받으시고 전방으로 배치 받아 가셨습니다.


어딘지 지명은 기억 안 나지만 강원도 쪽이었으니 3군 관할의 예하 부대였겠죠.


부대는 우리 마을보다 더 깊은 산골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면회를 갔을 때 내 팔자는 산하고 원수진 팔자인지 산만 찾아 다닌다고 투덜거리시던 막내 외삼촌. (심지어 다니시던 대학도 산속.)


전방은 비상이 걸리면 외출, 외박은 물론 면회조차 안 된다고 했는데, 다행히 저희가 면회 갔던 때는 평시라 면회를 하고 하루 외박도 되었지요.


면회를 갔던 때는 아마 외삼촌이 갓 일병을 달았던 시기였을 겁니다.


그 이전에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선 삼촌 면회를 너무 가고 싶어 하셨습니다.


두 분껜 늦게 얻은 막둥이 삼촌이 항상 어린애 같으셨나 봅니다.


그렇게 벼르고 벼르다 간 면회라 출발 전부터 준비가 대단했습니다.


할머니께선 이것 저것 음식 준비에 바쁘셨고, 고생하는 부대원들 주신다고 떡도 한 말 하셨지요.


큰 외숙모도, 둘째 외숙모도 막내 삼촌 먹이실 음식을 따로 준비해 오신터라 음식 종류도 가짓수도 정말 많았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하곤 차를 나누어 타고 온 가족이 강원도 전방으로 일찍 서둘러 면회를 떠났습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큰 외삼촌 부부와 외사촌 누나, 둘째 외삼촌 부부, 엄마와 동생과 저랑, 집안에 하나 뿐이신 사위인 아버지께서도 시간 내어 내려 오셔선 함께 했지요.


물론 저희 가족이나 다름 없으신 상주 할머니도 함께 하셨구요.


면회를 신청하고 한참 기다리니 면회소인 부대 정문 옆의 피엑스로 삼촌이 허겁지겁 뛰어 오셨습니다.


멀리서도 알아 보시고는 만면의 웃음을 띄고 손을 흔드시며 달려 오셨는데, 처음엔 외삼촌이 아닌 줄 알았어요.


면회소 밖에서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웬 못 생기고 쌔까만 사람이, 아니 군인 아저씨 하나가 뛰어 와서......


그래도 엄마들은 다 똑같으신가 봐요.


막내 삼촌이 오자 외할머니께선 삼촌을 끌어 안으시고 눈물부터 흘리셨고, 할아버지는 괜히 그런 할머니를 타박하시면서도 당신의 어린 아들의 어깨며 팔뚝을 슬쩍 슬쩍 만지시며 은근히 안부를 물으셨어요. '훈련은 고되지 않느냐? 고참들은 잘 해주느냐? 맞지는 않았느냐?' 하고요.


삼촌은 요즘 군대 그런거 없다시며 부모님을 안심시키셨지만, 전 그게 다 뻥인 걸 거의 삼촌 보다 20년 가까이 후에 군대 가서야 알았습니다.


저도 기합 받고 맞고 했으니까요.


아무튼, 그때부터 집안의 여자들인 외할머니, 큰외숙모, 둘째 외숙모, 우리 엄마까지 달라 붙어선 음식을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꼭 누가 누가 먼저 삼촌 배를 터트리나 시합하는 거 같았어요.


이거도 먹어라, 저거도 먹어라, 이거 니가 좋아 하던 거 아니가? 하면서요.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면회를 하고는, 그 날 당직사관의 배려로 하루 외박을 하게 되었어요.


할머니는 외박증을 받으러 가시는 삼촌께 부대원들 주라며 떡 한 말을 주셨고, 삼촌은 떡을 가지고 가선 신고를 하시고 외박증을 받아 오셨고, 우린 부대서 한참을 차로 나와선 그 부대가 있던 근처 읍내로 나가 방을 잡았습니다.



여기서 본문 내용과는 상관이 전혀 없는 에피소드 하나.... 혹 글 짧을 까봐 내용 늘리기 용으로.....


사실 이게 삼촌에겐 진정한 공포인지도 모르는데....


면회 중에 쉬가 마려워서 면회소 밖에 있던 화장실에 갔었어요.


화장실 쯤은 혼자서도 갈수 있는 씩씩한 어린이라 혼자 갔지요.


갔다가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군용 짚차가 한 대 지나 가더라구요.


안에는 운전하던 운전병 아저씨와 옆자리에 나이가 좀 들어 보이시는 아저씨가 앉아 계셨어요.


산골에서 군용차를 접해 본 적 없던 좋아는 우와!!! 하며 쳐다보는데, 짚차 조수석에 탄 아저씨가 좋아를 쳐다보시더라고요.


좋아는 어른이랑 눈이 마주쳤으므로 착한 어린이답게 배꼽 인사를 했어요.


그러자 차가 제 옆에서 지나지 않고 서더군요.


아마 절 보시고 아들 생각이 나신 건 아닐지.


그리고 웃으시며 누구냐고 물으시길래, "좋아 입니다. 몇 중대 ㅇㅇㅇ 일병이 우리 삼촌인데 면회 왔어요." 라고 얘기했고 아저씨는 고놈 참 똘똘하다시며 머리를 쓰담 쓰담 해주셨어요.


그리곤 차에 있던 음료수를 하나 따주시며 마시라고 하셨고 전 면회하면서 너무 먹어 배가 빵빵했지만 어른이 주는 거라 감사합니다 하고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한 마디 했죠.


"아저씬 누구세요?

 우리 삼촌이랑 아저씨랑 누가 더 높아요?" 라고 애다운 질문을 했어요.


아저씬 껄껄 웃으시며 내가 조금 더 높을 껄? 하시고는 면회 잘 하고 가라고 하시며 자리를 뜨셨어요.


면회소에 돌아오니 화장실 갔다 온다던 애가 음료수를 들고 오니 아버지께서 웬거냐 하시길래 좋아가 인사 잘해서 차 타고 지나가던 모자에 꽃 2개 달은 아저씨가 주신 거라고 했어요.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 아버지랑 삼촌이랑 다 웃으시다가 삼촌 얼굴이 창백해 지셨어요.


모자에 꽃 2개 달은 아저씨........꽃........무궁화 꽃......2개....대대장님.. 그 부대 댓빵이셨죠.


그리고는 결정타.


"내가 아저씨랑 삼촌이랑 누가 더 높냐고 물어 봤는데 아저씨가 좀 더 높대. 삼촌 진짜야?"


그 일로 뭔 일이 생긴 건 아니지만 제 얘길 듣고 삼촌이 순간적으로 느꼈을 공포를 제가 군에 가서 알게 되었어요.


삼촌을 지옥으로 보낼 뻔 했다는 걸.........



다시 얘기로 돌아 가서....


그런데,

삼촌을 면회 하는 동안에도 상주 할머니는 별 말씀을 안 하시고는 삼촌을 주의깊게 관찰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때떄로 주변을 살피시고 하시다가 삼촌이 떡을 가지고 들어 가셨을 때엔 면회소 밖에 나가셔서 부대내를 유심히 관찰 하시는 거였어요.


삼촌이 웃으시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할머니는 같이 어울리시는 게 아니라 혼자 딴 생각을 하시는 듯 했어요.


모두들 반가움에 할머니의 반응엔 별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전 이상했죠.


할매가 저러시면 꼭 뭔가 좀 이상한 일이 생긴다는 걸, 전 학습효과로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방을 잡고는 남자들은 단체로 근처에 있던 대중 목욕탕으로 목욕을 하러 갔습니다.


할배, 큰외삼촌, 둘째 외삼촌, 그 날의 주인공인 막내 군바리, 아버지와 저와 제 동생, 둘째 외삼촌네 동생(저보다 한살 밑.) 까지요.


낮 시간의 대중탕은 작았지만 손님이 없어 거의 저희 식구들의 전용탕이 되었지요.


서로 때도 밀어주고.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한지 오래인 막내 삼촌은 완전 국수공장.


그것도 시커먼 칡 국수.


목욕을 하며 삼촌이 우리 좋아 소중이 많이 컷네? 하시며 툭툭 치셨는데 전 아랫배 쑥 내밀고 "그치? 이제 밥 많이 먹고 좀만 더 크면 아빠랑 삼촌처럼 소중이에 수염도 날 거야!" .....죄...죄송 합니다. 데헷!


그렇게 목욕을 하고 돌아오니 남아 있던 여자들은 어느새 짐을 풀고 남은 음식을 펴놓고 기다리고 계셨고, 목욕 후 배가 꺼진 저흰 또 먹기 시작했어요.


한바탕 폭풍 같은 먹방이 끝나고 각자 쉬고 있었어요.


전 상주 할매 옆에 붙어 앉아 있었고요.


집안 식구들이랑 계속 얘기하느라 변변한 인사를 못한 막내 삼촌이 그제야 상주 할매 옆으로 와 말을 붙였습니다.


아즈매, 잘 계셨죠? 몸은 건강 하시고요? 하며 웃으며 말을 하셨고, 할매는 내야 뭐 항상 그렇치 하시더니, 삼촌 뒤에 얘기 하는 중인 가족들을 슬쩍 보시곤, "야 야! 니 잠깐 밖에 나가 내랑 얘기 좀 하자." 하시는 겁니다.


그러시곤 먼저 자리에서 일어 나셨어요.


물론 저도 할매 손 잡고 따라 일어나선 나갔죠.


할매는, 좋아는 그냥 엄마랑 방에 있으라 했지만 전 쿨하게 도리도리 한 번 하곤 따라 나갔습니다.


별 말씀이 없으신 걸로 봐선 제가 들어도 뭐 그닥 상관 없는 얘기인가 보다 하고 나갔죠.


그리곤 밖으로 나가셔선 군 생활 힘들제? 하시며,

품안에서 담배를 꺼내시어 당신 한 대, 그리고는 삼촌에게 한 대를 주셨어요.


삼촌이 극구 사양 했지만 할매는 괘안타, 니 담배 태우잔냐시며 손수 불까지 붙여 주셨어요.


어른들과 있느라 담배가 많이 고팠을 삼촌이 맛나게 연기를 한 번 뿜자 할머니께서 그러시더라구요.


"니 얼굴이 많이 피곤해 비는데 니 잠 잘 못 자제? 자꾸 가위 눌리고....." 라고 하시는 겁니다.


외삼촌은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으시더니 쫄병 생활이 다 그런거 아입니꺼? 아마 몸이 디서 피곤해가 가위 눌리는 거 같다고 하시며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 얘길 하셨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께선 "니 가위 눌리면 웬 여자 귀신이 자꾸 쫓아 오고 그러지 않터나?" 하시는 겁니다.


외삼촌은 깜짝 놀라시며 "그걸 우찌 아십니꺼?" 라고 하셨어요.


그러시며 하시는 얘기가, 자꾸 누가 다리를 만져 꿈속에서 일어나면 어떤 산발한 여자가 괴이하게 웃으면서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며 놀라서 일어나 도망가면 도망가는 길 앞에 어느새 먼저 와선 모퉁이에 숨어 고개를 삐쭉 내밀고 웃고 있고, 또 반대로 도망가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데 그 여자가 웃으며 그런답니다.


"힘들게 도망 가지마......소용 없어, 소용 없어..."


그러다간 갑자기 달려들어선 삼촌한테 업혀 미친 듯 웃어 댄다고 합니다.


거의 그 꿈을 매번 꾸신다고 하며 우울해하셨어요.


할머니께선 삼촌을 보고 그러셨어요.


"그기 니만 그런게 아닐 끼다.

 너그 부대 사람 꽤 많이 가위에 눌릴 낀데?" 


라고 하셨어요.


삼촌은 놀라서 멍하니 상주 할매를 쳐다봤습니다.


얘길 들으니 자기 동기들이나 밑에 후임들은 그런 얘길 했다가는 짬찌들이 빠졌다는 얘길 들을까 쉬쉬하는 거 같았지만, 고참들은 자기가 겪은 가위를 떠들고 다니곤 했는데 그게 한 두명이 아닌거 같다고 하더군요.


할매가 그러시더라구요.


"너그 부대 오래된 부대 아니제? 지금 자리에 부대 만든 기..."


말씀대로 삼촌네 부대는 딴 곳에 있다가 그리로 부대를 이동한지 몇 년이 안 된 부대로, 그때까지도 부대 환경 정리가 많아 매일 작업을 하고 그러던 때였다고 합니다.


할매께서 그러시더라구요.


"너그 부대 귀신이 천지 삐까리다.

 아까도 니 면회 할때 그 년이 뒤에서 자꾸 기웃 거리더라.

 아무 영향도 안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 따른 사람들도 여럿 너처럼 시달릴 끼라.

 니는 그 년이 찍은 거라 다른 귀신들은 니 찝쩍 거리지 않는 기고...."


그리고,


"원래 군 부대라 카는기 위치가 안 좋은 곳이 대부분인데 오래되면 젋은 남자들이 하도 밟고 다녀가 귀신도 없어지고 하는 기다. 아직 너그 부대는 그럴라면 한참 멀었으니 많이 힘들 끼다." 


라고 덧붙이시면서 예의 그 쌈지에서 부적을 한 장 꺼내시더니 삼촌에게 지갑이나 수첩을 달라시곤 고이 접어 깊숙히 끼워 주시며, "잘 때 꼭 베게 밑에 두고 자든 지니고 자고 보초 나갈 때도 잊어 버리지 말고 가지고 다니면 그 년이 접근 못 할 끼다." 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꿈에서 가위나 누르는 그런 것들은 힘이 약해 더 이상의 해꼬지는 못 할 낀데, 문제는 부대에 좀 악랄한 것들도 몇 있는 것 같다. 그 놈들이 문제다." 라고 하시며 굿이라도 한 번 하면 좋을껀데 부대서 그런 거 허락할리 없을 꺼니 항상 조심하라면서 편지 봉투 하나를 품에서 꺼내 주셨습니다.


봉해진 봉투였는데 몇 자 적어 놨다고 하시면서, 만약에 나중에라도 자꾸 이상한 일이 생기면 부대서도 무시하지만은 못 할 꺼라시며, 그 때 스님이나 무속인이 오게 되면 눈치 봐서 전해 주라고 하셨어요.


아마, 우리가 목욕 간 사이에 적어 두신 건가 봐요.


그리고 그 날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다음 날 삼촌을 부대까지 태워다 주고 저흰 상주로 돌아 왔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 삼촌이 휴가를 나왔어요.


오랜만에 같이 놀아 줄 사람이 생겨 무척 신났죠.


막내 삼촌이랑 할매네 집에 갔을 때 삼촌이 그러시더라구요.


아즈매가 부적 주시고 나선 희안하게 가위에 눌리는 일이 없어졌다고.


처음 부적을 받고는 며칠 후에 꿈에서 한 번 봤는데 딴 때랑 다르게 뭔가 두려운 표정으로 멀찍히 떨어져 있는 꿈이었대요.


그리고는 삼촌에게 그 부적 당장 없애지 않으면 가만 안 둔다고 화를 냈다고 하는데, 그게 그냥 으름장 놓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느껴져 그냥 무시했더니 그 뒤론 안 나타난다고. 할매 참 용하다고 하시더니 요즘 부대에 귀신 소동이 자꾸 일어 난다고 하시더군요.


그것 때문에 사람까지 다쳤다고.


삼촌이 귀대하곤 얼마 후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어느 날 저녁무렵 집에 전화가 왔어요.


휴가 복귀한지 얼마 안 되는 삼촌이셨죠.


어머니가 전화를 받으셨는데, 니 웬일이고? 간지 며칠 되지도 않은 아가? 하시더니,

삼촌이 뭐라 하시는지 잠시 듣고 있다가 제게 "좋아야! 옆집 가서 할매 좀 오시라고 해라. 전화 받으시라고..." 라고 하셨어요.


전 쪼르르 뛰어가서 할매를 모시고 왔는데 할매가 전화를 받으시더니 뭐라 얘길 하시고는 "그래? 좀 바꿔 봐라." 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는 전화를 받은 누군가와 인사를 나누시고 얘길 한참 하시더군요.


듣긴 했는데 그게 뭔 무속 전문 용어라 그 시절엔 이해를 못 해서.....


나중에 삼촌이 상병이 되고 두 번째 휴가를 나오셨을 때, 당시의 얘기를 듣게 되었어요.


엄마랑 삼촌이 얘길 하시다가 그 때 얘기가 나왔지요.


삼촌이 휴가를 나올 무렵이나 복귀 뒤에도 귀신 소동이 많았다고 합니다.


놀라서 다친 사람도 여럿 생기고요.


처음엔 병사들이 해이해져 그런 거라고 훈련도 더 시키고 기합도 주고 했는데 소동이 가시질 않터래요.


급기야,

밤에 보초를 나가던 사람이 근무지로 가다가 중간에서 공포탄을 쏘고 기절해 버린 사건까지 일어났답니다.


깬 다음 얘길 들으니, 근무지로 가던 도중 자꾸 옆이 이상해서 봤더니 얼굴이 반쯤 썩은 사람이 자기를 웃으면서 쳐다보며 발을 맞춰 같이 걷고 있더래요.


무심결에 공포탄을 장전해 쏘곤 기절한 거죠.


같이 가던 사람은 보지를 못 했고요.


영창 가야 할 상황인데 이번엔 간부들까지 보고 장교들도 보고...


그렇게 되자 마냥 부대에서도 무시할 수만은 없어 그 부대 행보관님이 수소문을 했나 봅니다.


알게 모르게 귀신 소동 한 번 없는 부대 드물잖아요?


타 부대 오래 근무한 부사관이나 행보관끼리 연락해서 그 일대에서 나름 군 부대 귀신 전문 무속인을 수배해서 모셨는데, 자기 능력으로는 힘들겠다고 하시며 돌아 가려고 했나 봐요.


삼촌이 군인도 아닌 사람이 부대 들어 온 거 보고 유심히 보니 딱 무속인이란 생각이 들어 눈치를 보다가, 돌아가는 그 분께 할매 편지를 드렸나 봐요.


그 분이 편지를 읽으시고는 놀라면서 이 편지 누가 준 거냐고 물었고,  삼촌은 상주 할머니 얘길하신 거죠.


그 분의 부탁으로 전화를 했던 건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부대에 있던 귀신들에 대한 얘기와 비방 같은 게 적혀 있었나 봐요.


그렇게 한참을 통화하신 후에 전화를 끊으시면서 그 분이 삼촌에게 그러시더랍니다.


주위에 정말 대단하신 분이 계신다며 좋겠다고.


그리고 그 분이 다시 행보관님이랑 얘길 하시고, 부대 내의 여러 곳에서 기도도 하고 굿도 하고 난 후로는 귀신 소동이 아주 없어지진 않았지만 확 줄었다고 해요.


한 10분의 1로....


그 후 그 분이 삼촌의 공을 적극 추천하셔서 삼촌은 3박 4일 포상을 받으셨고, 당시 집에 다녀 가신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터라 그냥 부대 근처서 노셨다고 하더군요.


삼촌은 그 뒤로 무사히 전역을 하셔서는 가족에게 돌아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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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 - 백두부좋아]상주할머니 6

세 번째 물귀신 이야기입니다.


지난 5편에서 겪은 일 이후 불과 2-3달 후의 일이었습니다.


이번 얘기의 주인공은 그 냇가의 물귀신이 아니라, 마을 뒤에 있던 방죽에 사는 물귀신입니다.




그 해 여름은 장마가 늦게 찾아 왔습니다.


8월 말이 다 되어서야 폭우가 시작되었고,

몇 날을 온 세상을 잠기게 하려는 듯 밤 낮으로 하염 없이 비를 퍼부어댔죠.


그 일이 있던 날은 벌써 며칠째 계속된 폭우로 마을이 거의 물에 잠겨 있던 날이었습니다.


비가 그리 내리기에 전 집에만 있게 되었습니다.


밖에 놀러 나가고 싶어 좀이 쑤시던 참이었죠.


갈 곳이라고는 옆집 상주 할머니 집에 가서 놀다 오는 것 뿐이었어요.


그 날도 집에 있기가 무료해진 저는 우산을 쓰고는 할머니 댁에 가서 놀았습니다.


할머닌 그날따라 어딘가 안정이 안 되어 보였습니다.


저랑 얘기하다가도 자꾸 냇가 쪽도 바라보시고, 뒷산 방죽 쪽도 바라보시곤 하였습니다.



6월달 익사할 뻔한 사고 이후론 더 이상의 냇가에서의 사고는 없었습니다.


그 때 아주 식겁을 하고는 냇가엔 될 수 있으면 발도 담그지 않았습니다.


간혹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복날 간단한 잔치를 하는 등의 행사 때 이외엔 절대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날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상주 할머니까지 옆에 계셨기에 안전한 날이었고요.


나중에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버스로 통학을 하게 된 후로는 정류장에 가려고 그 냇물 위에 놓인 시멘트 다리를 지나 다니곤 했는데.


간혹 지나 가면서 다리 밑을 쳐다 보고는 혀를 내밀고 용용 죽겠지?를 한다거나 이거나 먹어라 하면서 집에서 집어 들고 나온 왕소금 한주먹을 다리 밑으로 냅다 뿌려주곤 했어요, 복수 하려고.


그리고는 더 이상의 냇가의 추억은 없는데, 그 해 여름 방죽의 추억이 새롭게 생긴 거죠.


거긴 평소에 하도 할매께 단단히 주의를 받아 얼씬도 안 하던 곳이었습니다.


마을의 논과 밭에 물을 대는 용도로 만들어진 오래된 작은 방죽인데 나름 깊다고 하더군요.


제가 근 10년을 외가집에 살면서 마을 바로 뒷산에 있는 거길 가 본 건 단 한 번 뿐이었어요.


그것도 아버지께서 내려 오셔선 심심하다고 밤 낚시를 가자고 해서 간 거였는데,

해가 지기도 전에 귀신 같이 아신 상주 할매가 오셔선 절 데리고 내려 가셨어요.


안 간다고 아빠랑 있을 거라고 떼쓰고 우는데도 그냥 끌고 가시더군요.


아버지께 '자네도 너무 오래 있지 말고 내려 오게.' 하시고요.


아버지도 밤 9시쯤 집에 오셨어요.


그냥 왠지 기분이 안 좋다고 하시면서...



그런 방죽 쪽을 유심히 보시는 할머니가 약간 무서웠습니다.


할매 와 그라노? 라고 불안해 물어 보는 제게 아니다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는데..


그러시다가 제게 그러시는 겁니다.


"좋아 오늘 할매 옆에서 잘래?" 하시더군요.


제가 눈으로 왜요? 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잠시 후 할매는 "아니다, 집에 가자." 하시면서 절 데리고 집에까지 함께 가 주셨죠.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냥 당신의 기분만으로 절 데리고 주무신단 걸 제게나 어머니, 외 할머니께 설명하기 곤란하셨지 싶어요, 괜히 불안감 줄까 봐.


절 집에 데려다 주신 할매는,


"화야!(어머니 끝자) 오늘 밤에는 좋아가 혹시 자다가 끙아가 마렵다 해도 밖에 변소에 보내지 말고 요강에 누게 해라, 

 절대 방 밖에 나가지 못 하게 해라. 알긋나?" 


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게도 혹시 자다가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도 절대 문을 열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셨어요.


어머니도 뭐지? 하시는 표정이셨지만 할매가 이유 없이 그런 얘길 하실 분이 아니란 걸, 할매 말을 들어 손해 날 일은 없단 걸, 잘 아시는 어머니는 알겠다고 하셨고 저도 알겠다고 말했어요.


그 날은 할 일도 없고 티비도 치직거리고 이상하게 늘어지고 피곤해서 온 식구가 일찍 잡자리에 들었습니다.


밖엔 빗줄기가 더욱 거세어졌어요.


저희 방엔 맨 안쪽에 제가 자고, 가운데 제 동생이, 방문쪽인 제일 가장 자리에선 저희 어머니가 주무셨어요.


전 자리에 눕자마자 곧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한 번도 해 보지 못 한 이상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제가 상주 할머니를 따라 다니면서 또는 곁에서 지켜보며 신기한 일도 정말 많고, 귀신이 정말 있나 보다고 생각한 일도 정말 많았습니다만, 제가 직접 귀신을 목격한 일은, 제가 본 것이 진짜라면, 그 날이 유일할 겁니다.


전 지금도 공포 영화도 좋아하고, 링 정도는 저 혼자 불 꺼놓고 과자 씹으며 봐 줄 정도는 되고, 밤 길도 무서운 줄 모르고 잘 다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날 제게 일어난 일은 어떻게 보든 정상적인 범위 내의 상황이 아니였고, 지금도 전 아마 제가 본 것이 할머니 말씀대로 물귀신이였을 거라고 믿고 있지요.


그렇게 일찍 잠들고는 자다가 깼습니다.


아마 자정이 좀 지난 때가 아니였나 생각 합니다.


잠결에 12시를 치는 괘종 시계 소리를 들었거든요.


살짝 잠이 깨서는 요강에 소변을 보고 다시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밖엔 여전히 비가 세차게 내렸고,

아무런 잡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밤에 정말 빗소린 정말 크게 들렸습니다.


막 다시 눈을 감고 잠들려는 순간, 빗소리 뿐인 방 밖에서 딴 소리가 섞여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차박 차박 차박........


그것은 분명 누군가가 물이 가득찬 마당을 걷는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그 발자국 소리가 너무 크고 또렷이 들린단 거였어요.


전 감았던 눈을 뜨고는 방 밖에 들려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잠시 그렇게 마당을 걸어 다니던 발자국 소리는 이윽고 저희가 자고 있던 방문 앞에서 딱!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전 침을 삼켰습니다.


뭔가 불길한 묘한 긴장감이 생겼습니다.


잠시 후, 

밖에서 말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좋아야! 좋아야!!"


전 긴장을 하고는 놀라 가만히 듣고 있었지요.


제가 아무 대답이 없자 잠시 후 절 다시 부르더군요.


"좋아야! 나 ㅇㅇ 이야. 자냐? 우리 놀자!"


ㅇㅇ이는 그 당시 그 마을에 살던 저랑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목소리도 틀림없는 ㅇㅇ이였어요.


전 목소리를 확인하고 이름을 듣는 순간 앞뒤 생각 없이 너무 반가워지는 거였죠.


비 때문에 벌써 여러 날을 못 본 친구가 부르니 앞뒤 생각없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방에 불을 켰어요.


어머니는 동생을 안으시곤 곤하게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제가 방에 불을 켜는 것도 모르시고 주무셨죠.


전 방밖을 보며 ㅇㅇ이니? 하고 방문을 열었습니다.


방문 앞의 마당에는 정말 친구가 서서 웃고 있었어요.


그리고는 놀러 가자고 저에게 손짓을 하는 겁니다.


정말 조금만 생각해도 자정이 넘은 시간에 그 빗속에 어린 애가 남의 집에 놀러 온단 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당시엔 이상하게도 그게 너무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어요.


그리고는 그래 하며 방문을 넘는 순간부터 기억이 없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제가 제정신이 돌아 온 건 다른 방이었어요.


그 곳은 옆집 상주 할머니의 방이였죠.


상주 할머니는 근심스러운 눈빛으로 다 젖으셔서는 수건으로 절 닦으며 내려다보시고 계셨습니다.


"좋아야! 정신이 좀 드나?"


그러곤 열심히 절 닦으셨어요.


머리 맡에는 흠뻑 젓은 제 잠옷이 벗겨져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전 발이 많이 아팠어요.


발을 보니 아마 제가 맨발로 걸어 다닌 듯 진흙이 묻어 있었고, 날카로운 뭔가에 찔린 듯 쓰라렸어요.


"할매, 어떻게 된 거예요?"


"아니다, 니가 안 좋은 꿈을 꾼기다. 할미가 옆에 있으니 이제 걱정 말고 자거라." 


전 어딘가 맘이 너무 안심이 되어 다시 깊게 잠들었습니다.


그렇게 푹 자고 일어났는데 담 넘어 우리 외가집에서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절 지켜보고 계셨던 할머니는 너거 엄마 일어났나 보다 라고 하시며 방 밖으로 나가 큰 소리로, "화야! 좋아 여기 있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할매네 집으로 오신 어머니께 거짓말을 하셨습니다.


"어제 내가 새벽에 천둥, 번개가 쳐가 걱정돼서 너거 집에 가봤더니 좋아가 깨선 무서워 울고 있기에 내가 데려와서 재웠다." 라고 하셨어요.


그 정도는 의당 있을 수 있는 일이였기에 어머니는 별 의심을 하지 않으셨고,


할머니는 그 날 일에 대해 가타부타 말씀이 없으셨죠.


그 일은 그렇게 묻혔어요.


물론 친구 ㅇㅇ이는 그 날 절 찾아 온 적이 없었고요.



몇 년이 지난 후 제가 학교를 다니고 어느 정도 말귀를 이해할 나이가 되자 할머니는 그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1년중 음기가 유독 강한 날들이 있답니다.


그런 날엔 산 사람은 기분도 안 좋고 유독 피곤함을 많이 느끼는 그런 날이라고 해요.


더불어 귀신의 활동도 아주 활발하고요.


한마디로 죽은 자들의 날인거죠.


거기에다 귀신의 힘을 더해주는 비까지 내리면 아주 대단하다고요.


그런 여러 조건이 겹쳐지는 날은 1년에 한 두 번, 적으면 2, 3년에 한 두 번 뿐이랍니다.


마침 그 날이 그 조건에 딱 들어 맞는 날이었대요.


거기다 그렇게 장마처럼 큰물이 지면 평소엔 자기가 있던 물에서 꼼짝도 못 하던 물 귀신도 잠시의 자유를 얻는답니다. 온 천지가 물로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요.


그 날 제가 본 친구로 변신한 그것이 바로 뒷산 방죽에 살던 그 물귀신이었답니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아 평소 노리던 절 데려 가려고 찾아왔던 거랍니다.


그 날 할머니가 그런 기운을 느끼시고는 절 데리고 주무시려 하신 건데.

오면 내가 쫓아 버린단 생각으로 절 놔두셨던건데.

그만 할머니도 깜빡 잠이 드셨었다고 해요.


"내가 자고 있는데 꿈에 할아버지가 나타나신 기라,

 그리고는 애가 홀려가서 빠져 죽게 생겼는데 쳐 자고 있다고 지팡이로 막 때리시는 기라.

 그래가 놀라 깨어 나선 버선 발로 대문 밖으로 뛰어 나가 봤는데, 저 멀리서 비가 억수로 쏟아 지는데 니가 그 xx할 놈의 물귀신 손을 잡

 고 뒷산 방죽쪽으로 올라가고 있던 기라.

 내가 허겁지겁 쫓아가니까 힐끔 쳐다보며 막 니손을 잡아 끌더니,

 내가 가까이 가니 포기하고 물타고 방죽 쪽으로 억수로 분해하며 사라지더라카이.

 그 날 내 할아버지 한테 꿈에서지만 맞아 죽을 뻔 안했나?"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누군지는 끝내 알려 주시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할아버지, 할매 감사합니다.




물 귀신 이야기는 이제 끝입니다.


이후로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습니다.


아니, 아예 물가를 안 갑니다. 수영장 이외에는요.


다음 번엔 저희 막내 외삼촌 얘길 해 드릴께요.


막내 외삼촌 군대 가고 온 집안 식구가 총 출동해서 면회 가서 생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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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 - 백두부좋아]상주할머니 5

저번 편에 이어서 이번 얘기도 그 냇가 물귀신 이야기입니다.


6살, 7살 때의 일입니다.


취학 전의 일이고 그 해에 2-3달 사이에 물귀신에게 해꼬지를 당할 뻔한 일이 2번 연속 일어 납니다.


이번 얘기는 그 첫 번째 얘기입니다.


6월 정도였습니다.


때 이른 초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오후였지요.


그 땐, 마을에 좀 큰 형이나 누나들은 모두 학교에 갔었습니다.


우리 마을은 초, 중, 고생이 모두 통학을 하였는데. 거의가 마을에서 출발하는 첫 버스를 타고 가야 했습니다.


첫 버스는 장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통학 전용 버스이다시피 했죠.


첫 버스 놓치면 무조건 지각.


하루에 버스가 10편도 안 되었던 걸로 기억 합니다.


형, 누나들이 모두 학교를 가고 없던 동네 땅강아지들은 끼리 끼리 모여 놀았습니다.


하지만 놀 종목을 정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였어요.


그 때 동네에 미 취학 아동들은 6명인가 되었었는데 남자가 좀 많았어요.


저흰 군대로 말하면 짬찌들이었죠.


언제나 형, 누나들 뒤만 졸졸 따라 다니면서 놀던 때라 우리가 뭔가를 스스로 정한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았어요.


흔히 말하는 노예근성.


제가 상주 할매네 집에 가서 전 있는거 데워 달라 해서 먹을까? 했다가 애들이 놀라서 경기를 일으키는 바람에...


겁장이들.


그러다 어렵게 의견 통일을 본 것이 동네 앞 냇가에서 고기를 잡는 것이었죠.


꿈도 야무지게 고기 많이 잡아서 집에서 라면 끓여 달라고 해서 넣어 먹자는 의견에 모두들 좋아했고 즉시 깡통 하나 들고 그물을 가지고 냇가로 나섰습니다.


참....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네요.


8살도 안 된 애기들 손에 잡힐 멍청한 고기가 어디 있다고.



냇가는 참 맑았습니다.


그리고 민물 고기도 참 많았죠.


중학교 다니는 큰 형들은 물안경을 쓰고 작살을 들고 젤 깊은 곳에 들어가 큰 붕어도 찍어 내고 메기도 찍어 낼 만큼.


하지만 우린 거긴 금단의 영역이었고 그저 냇가 얕은 곳에서 그물로 막고는 우르르 고기를 몰아 잡는 방법 밖엔 없었어요.


그러나 그런 어리숙한 그물질에 잡힐 고기는 얘기했 듯 한 마리도 없었고, 우린 연신 빈 그물질만 하기 바빴죠.


한참이 지났지만 우리의 고기깡통은 어쩌다 잡힌 눈 먼 피라미 한 마리 외엔 더 이상 늘어날 줄을 몰랐습니다.


근데, 우리가 고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했지요.


그건 어항이라고 불리던 얇은 유리 항아리로 잡는 방법이었는데, 이 어항이란 물건이 엄청 약해요.


아주 얇은 유리로 만들어 진거라 조그만 충격에도 깨지고, 유리라 잘못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 우리에겐 금기의 도구였죠.


몰래 가져다 쓰다 형들이나 어른들께 들키는 날엔 맞아 죽을 각오를 해야 했기에 누구도 용기를 낼 수 없었어요.


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고기 잡는다고 물속에서 뛰어 다니는 건 보기보다 칼로리 소모가 굉장히 많습니다.


저흰 금방 배가 고파졌고 전 할매네 냉장고를 털어 오겠다고 스스로 자원을 했어요.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으며 할머니댁으로 뛰어간 좋아는 할머니를 찾았지만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어요.


분명 외출을 하신 건 아니었는데 아마 텃밭에 가셨던 거 같아요.


전 의자를 가져다가 냉장고 앞에 놓고 밟고 올라서선 냉동실에 있던 떡이며 약과며 산적 등을 꺼내곤, 냉장고 밑에 있던 과일도 몇 개 꺼내어 아이들에게 돌아갔어요.


환호를 받으며 돌아가서는 한 아이가 몰래 가지고 나온 성냥으로 마른 나무에 불을 붙이곤 냉동실에 있어서 딱딱해진 음식들을 구워서 나누어 먹었습니다.


역시 여럿이 나눠 같이 먹는 건 참 맛있죠?

그래서 요즘 먹방이 유행인가 봅니다, 혼자 먹으면 맛 없으니까.


헌데, 잘 먹긴 했는데 문제가 생겼어요.


안 그래도 초여름 무척 더운 날이었는데 불까지 피우고 난리를 치다보니 애들이 모두 땀투성이 되었고 더워서 헐떡였어요.


그러자 한 아이가 멱을 감자고 했어요.


모두들 홀딱 깨벗고는 물속에 뛰어 들었고 저도 같이 뛰어 들었죠.


꺼림칙 했지만 얕은 마을 쪽 가장 자리에서만 놀면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어요.


그렇게 시원한 냇물에 몸을 담그고 놀고 있는데 애들이 하나, 둘 헤엄을 치기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저 어른들의 헤엄으로 몇 초면 건널 냇물이었지만, 아이의 눈에 비친 냇물을 꽤 넓었어요.


그리고 반대편은 그 냇가서도 가장 깊은 곳이었고요.


워낙 그 물에 익숙한 애들이라 스스럼 없이 수영을 해서 냇물을 건너 갔죠.


전, 그것만은 왠지 너무 꺼려졌어요.


할머니 당부도 있었고요.


저 혼자 그냥 반대 편에 계속 있었는데,

몇 번 왔다 갔다 하던 애들이 아주 반대편 기슭에 있는 바위에 올라가 노는 겁니다.


졸지에 전 혼자 떨어진 왕따 아닌 왕따가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반대편에서 너도 빨리 건너 오라고 채근을 하였지만 선뜻 물에 들어가진 못 했습니다.


헤엄은 막 배운 개헤엄이 어떤 동네 개들 보다도 자신이 있었지만... 


그러다 용기를 내어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무서움 보다는 혼자가 싫었던 거죠.


염려와는 다르게 무사히 건널 수 있었습니다.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저는 할머니의 충고도 잊고는 애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했고, 계속 내를 헤엄쳐 횡단했지요.


그러다가 애들의 뒤를 따라 다시 냇물을 건널 때였습니다.


가장 수심이 깊은 곳 쯤에 다다랐는데, 바람이 휙 불면서 제 귀에 음산한 웃음 소리가 들렸어요.


기분 나빴지만 아주 기뻐하는 듯한 웃음 소리였죠.


그러더니 뭔가가 제 물속에서 바둥 거리고 있던 발을 툭 치고 지나가는 겁니다.


뭔가가 발에 닿은 느낌을 받고는 다리가 마비가 되었습니다.


정말 아무리 해도 제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전, 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움직이는 팔로 어찌 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횟수가 점점 많아졌지요.


사람 살려란 말도 나오지 않더군요.


연신 들이 마신 물을 뱉기에도 바빴어요.


호흡은 가빠지고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은 처음엔 장난으로 알고 웃다가 곧 장난이 아님을 느끼고는 모두 당황해선 어쩔 줄을 모르고...


점점 물 마시는 횟수가 많아지고 힘이 빠져 갔습니다.


그 때 마을쪽에서 뭔가가 냇가로 빠르게 달려 왔습니다.


그 동네 살던 중학교 고학년 형이었어요.


형은 순식간에 냇가로 달려 와서는 티비에서나 볼 멋진 폼으로 다이빙을 해서 제게 다가왔어요.


전 형만 잡으면 살 수 있단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는데 형은 제 곁을 헤엄쳐 지나가며 그 솥뚜껑 같은 손으로 (제겐 그리 커 보였죠.) 제 아랫턱을 감싸쥐고는 한 손으로 수영하여 순식간에 반대편에 도달했어요.


괜찮냐며 등을 두드려주는 형 손길에 몇 번을 물을 게워내고는, 

한 친구가 건너가 가져다주는 옷을 입고 형 손에 이끌려 집으로 갔어요.


가는 도중 할매가 허겁지겁 달려 오셨고, 전 할매 손에 이끌려 할매네 집에 가서 한참을 진정을 했어요.


그 와중에도 혹시 할매가 엄마에게 말하면 어쩌나 싶어 몇 번을 할매에게 말하면 안 된다고 다짐을 받았지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 마을에서 그 형을 다시 만났어요.


반가워 쫓아가서 인사를 했더니 반색을 하시며 괜찮냐고 하셨어요.


그리고 형이 해주는 얘기가 놀라웠어요.


"그나저나 호랑이 할매 진짜 귀신 같다." 하시며 "니가 물에 빠진걸 우찌 아셨노?" 라고 하셨어요.


그 형은 소위 말해 동네 한 둘 쯤은 흔히 있던 문제아 형이었죠.


놀기 좋아하고 학교 가기 싫어하고 말썽 많이 피우는..


그 날도 학교를 결석하고 집에 있다가 뭐 재미난 거 없나 하고 동네 한 바퀴를 하러 나오셨는데, 조금 걷다 보니 길 위쪽 멀리서 상주 할매가 허겁지겁 뛰어 내려오시더랍니다.


형은 할매랑 마주치면 좋을 거 없다 싶어 슬그머니 딴 길로 도망가려 했는데 뒤돌아선 형 뒤로 할매가 부르더래요.


다급한 목소리로 야야! 야야! 하고 말이죠.


할매가 부르는데 그냥 갔다간 다음에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똥 밟았단 생각을 하며, 최대한 웃으며 공손히 할매 왜요? 하고 돌아보는데,


형 앞까지 오신 할매가 숨이 턱까지 차 헐떡이시며 니, 니 수영 잘하나? 하고 물으시더래요.


무슨 영문인지는 몰랐지만 공부 빼곤 다 잘하던 형은 잘한다고 자랑을 했는데,

할매가 2만원을 손에 쥐어주시며 이건 심부름 값이라며 빨리 냇가로 뛰어 가 보라고 하시더랍니다.


머뭇거리자 빨리 뛰라는 할매의 호통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냇가로 달려 갔다고 합니다.


형의 눈에 멀리서 우리들이 노는 모습이 보이고 왜 냇가로 가라셨노? 하고는 그냥 냇가로 달려 갔는데, 제가 냇물 중간에서 들락날락 하기 시작하더래요.


순간 빠졌구나 하고 생각하신 형은 절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 드신 거고 전 또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겼어요.


그 뒤로 그 형은 할매의 까방권을 획득하셨죠, 웬만한 말썽은 보셔도 그냥 못 본 척 눈감고 넘어 가시고.


한 번은 장날 할매랑 장에 갔다가 그 형님이 학교에 안 가시고 경제 활동을 하시는 현장을 우연히 목격했어요. 


딱 봐도 형과 비슷한 말썽장이들 몇이서 약한 친구를 둘러싸고 불법 대출을 받는 현장이었죠.


그런 거 있잖아요? 돈 좀 빌려줘. 없어?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한 대. 그런 거..


형은 할머니를 보고는 얼음이 되었어요.


저도 이제 곧 할머니가 공터에 널려 있던 몽둥이를 집어 들고 망나니 춤추 듯 휘두르실 거라고 예측했는데, 할머니가 좋은 말로 타이르시더군요. 그 성질 급한 할매가....


지금 니가 괴롭히는 저 아이가 나중에 니 인생에 어떤 중요한 사람이 될 줄 모르는 거라시며 사과하라고 하셨고 형은 할매 눈치를 보며 그 형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시간은 흘러흘러 불과 몇 년 전 어머니께서 상주에 갔다 오신 일이 있어요.


어머니 친구 분 따님의 결혼식에 가셨는데 거기서 하객으로 온 누가 반갑게 어머니를 부르더랍니다.


얘기 나눠 보니 그 때 그 형님......


식사를 하시면서 옛날 얘길 하시는데, 그러고는 그 형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그런 건달 비슷한 생활을 하셨나 봐요.


그리고는 어떤 사건에 억울하게 연루되어 꼼짝없이 징역을 사시게 되었는데 그 때 담당 검사가 그 때 할머니가 사과하라고 해서 사과하고 친해졌었다는 그 형이었답니다.


덕분에 누명을 벗고 그 길로 그 생활 청산하고 열심히 일하고 운도 따라줘서 시내의 꽤 큰 건물주가 되어 안정적인 가정 생활을 꾸리고 있다고 하시며, 이게 다 그때 호랑이 할매 덕이라고 고마워 하셨답니다.


좋아도 잘 있냐고 하시며 그 때 물에 빠진 사건도 말씀하셨는데,


그 땐 이미 시효 만료라 어머니께 혼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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