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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 - 백두부좋아]상주할머니 4
먼저 글을 쓰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좀 있습니다.
사투리에 대해 자꾸 뭐라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제가 쓴 글이 상주 사투리인지는 저도 몰라요.
제가 어린 시절 10년 쯤 그 곳에 살았고, 전 나머지 인생을 표준말을 쓰는 곳에서 살았기에 사투리에 대한 감각은 거의 없습니다.
상주 할머니가 말을 하시는 게 많이 나오는데 그 분도 상주 사투리는 아닐 겁니다.
제가 첨에 말씀드렸 듯 딴 곳서 상주로 흘러 들어 오신 분이죠.
거의 60대에 상주로 가셨어요.
저희 어머니는 상주 할머니를 호랑이 아즈매라 불렀고, 전 그냥 옆집 할매라 불렀습니다.
상주 할머니라 부르기 시작한 건 저희 집이 다시 서울로 이사간 후였고, 외 할머니랑 구분해 부르느라 상주 할매라 부르기 시작했죠.
그 분도 60 평생 쓰시던 타 고장 말투가 상주서 20년 안 되게 사시는 동안 변하진 않았을 겁니다.
제가 쓰는 말투는 일반적으로 TV 등에서 경상도 말투라고 나오는 얘길 쓰는 거니 양해하여 주십시요.
두메 산골의 겨울은 무척 춥습니다.
평지보다 산이 기온이 낮기도 하지만.
특히, 산의 계곡을 타고 흐르는 바람 때문에 실제 기온보다 체감 온도는 정말 춥죠.
한 여름에 한 겨울 물귀신 얘기라 좀 쌩뚱 맞지만, 오히려 겨울 얘기가 더위를 잊으시는덴 더 도움이 되지 않을런지?
제가 다섯 살, 겨울에 겪은 얘기입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지금까지 아직은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았지만,
평생을 잊을 수도 없고, 지금까지도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는 사건을 겪게 됩니다.
물귀신 얘기 중 제겐 젤 임팩트 있는 사건이라 가장 나중에 쓸까 했지만, 전 음식을 먹을 때도 젤 맛난거서 부터 배 부르면 안 먹어도 되는 맛 없는 거 순으로 먹는 사람이라 이 얘기를 가장 먼저 하겠습니다.
뒷 얘기가 재미 없으면 어쩌나?
외가집에 내려와선 생각보다 시골 생활에 잘 적응했습니다.
어머니는 애가 놀 것도 없고 마을에 친구들도 별로 없고 해서 힘들어 하면 어쩌나 처음엔 걱정이 많으셨는데 외조부모님과 상주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도회지와는 다른 마을 이웃 어른들의 사랑, 그리고 또래 친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친했고. 동네 형, 누나들이 누구나 잘 대해주고 같이 놀아 줬기에 오히려 이웃 얼굴도 잘 모르는 도시보다 나았습니다.
특히, 전 소위 말하는 든든한 빽과 금력이 있었기에 지역 아동 사회에 바로 편입할 수 있었습니다.
빽은 상주 할머니.
동네서 소문난 호랑이 할머니다 보니 할머니의 전격적인 비호를 받던 좋아는 동네 또래 애들 사이에선 무시할 수 없는 상대였지요.
놀다가 공이라도 할머니네 집 마당에 들어가면 그걸 꺼내 올 사람은 저밖엔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할머니집 화단엔 다른 집에는 없는 예쁜 꽃들이 많았어요.
동네 누나들이 많은 탐을 냈죠.
그러면 좋아에게 몇 송이 꺾어 달라고 부탁을 하곤 했어요.
직접 할머니 집 마당에 들어가 꽃 서리를 한단 건 맨몸으로 휴전선 넘는 거 보다 더 무서웠을 것이니까요.
4성 장군 아들이 이등병으로 군대를 가면 연대장도 꼼짝 못 하겠죠?
이등병이 무섭겠습니까? 그 뒤에 있는 4성 장군이 무서운 거죠.
금력의 힘도 만만찮았습니다.
꼬마가 무슨 돈이 있었던 건 아니구요.
항상 넉넉하게 상주 할머니가 얻어 오셨던 떡이며 약과며 사탕이 금력이었죠.
전 영악하게도 할머니가 얻어 오신 재물을 자주 뿌렸습니다.
어차피 다 먹지도 못 할 만큼 많이, 자주 가져 오셨기에 아까운 줄 몰랐죠.
약과랑 사탕 몇 개씩 나눠 주고 같이 딱딱해진 떡을 불에 구워 먹으면서 그렇게 친분을 쌓아 갔습니다.
간혹, 할머니가 가져오신 산적이나 고기 꼬치를 가져다가 나눠주고 같이 먹으면 친밀도는 급상승했죠.
사실 그 마을이 가난해서 고기 먹기가 힘들었다기 보다는 고기를 사려면 차 타고 시내까지 나가야 했기에 돈이 있어도 먹고 싶을 때 언제나 먹을 수 없던 것이고, 전 그런 마을 아이들에게 6.25 때의 미군과도 같은 존재였답니다.
그런 남 부러울 거 없던 제게도 무척 부럽고 아쉬운 물건이 있었죠.
바로 썰매였답니다.
외가집으로 낙향하고는 그 해 겨울도 이듬 해 겨울도 한 겨울만 되면 어울리지 못 하는 외톨이가 되었지요.
그 땐 겨울 날이 추워지면 모두 딴 놀이는 안하고 주구장창 썰매만 타고 놀았는데, 제겐 썰매가 없었던 겁니다.
동네 친구들과 형들이 모두 썰매를 타고 놀면 전 구경을 하거나 잠깐씩 인심쓰 듯 빌려 주는 썰매로 체험 학습 하는 게 전부였어요.
할아버지께 썰매 만들어 달라고 떼도 썼는데, 할아버진 차일 피일 미루시는 바람에 집안에 그런 거 만들어 줄 어른 남자 사람이 없었던 관계로 전 좌절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다니러 오신 아버지께 간절한 소망을 말했는데, 드디어 그 해 겨울 그리도 바라던 자가용 썰매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해 추석에 집에 오신 아버지가 제게 멋진 선물을 주셨지요.
가구 공장에서 나무로 멋지게 깎아 썰매대를 만드시고, 고물상에서 낡은 성인용 스케이트를 구하셔선 그 날로 썰매날을 만들어 달은 그 당시 동네서 그 누구도 가지지 못 한 멋진 썰매였답니다.
동네 친구들이나 형들은 겨우 나무 판에 굵은 철사를 날로 만들어 사용하던 것에 비해 제건 거의 차로 치면 벤츠나 아우디 급이었어요.
썰매를 선물 받고는 너무 좋아 하루에 한 번씩 창고에서 꺼내 보며 빨리 얼음아 얼어라 올해부턴 이 동네 썰매왕은 나라고 다짐했죠.
일전에 제가 직접 겪은 일들만 쓰려다 보니 10여편 밖엔 안 된다고 말씀 드렸죠?
하지만 커서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것이나, 어린 시절 상주 할머니께 들었던 옛날 얘기 같은 괴담은 꽤 되지만 아무래도 현장감이 떨어져서.....
할머니께 들었던 얘기 중에 그 때 저희 동네에 살던 물귀신 얘기가 있었죠.
할머니는 어느 날 마을에 사는 물귀신 얘길 해주셨는데, 그 동네는 특이하게 마을에 물귀신이 둘이나 산다고 하셨어요.
하나는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에,
하나는 마을 뒷산에 있던 조그만 방죽에 말이죠.
그러시며 넌 항상 물을 조심해야 하니 혼자 있을 땐 절대 물에 들어 가지 말고 얕은 곳이라도 주위에 사람이 10명 이상이 있을 때만 들어가라 하셨죠.
제가 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물이랑 상극인 사람이 물을 굉장히 좋아하면 그게 물귀신 팔자라구 했죠?
물을 무서워 하면 물에 가까이 가질 않치만 저처럼 물에 가면 안 되는데 물을 겁내지 않고 좋아하면 물귀신이 노리는 첫 번째 타켓이 된답니다....
그 마을에 있던 물귀신 둘은 항상 자기 자리를 넘겨 줄 사람을 호시탐탐 노리는데 마을에 마땅한 사람이 없다셨어요.
그러다 널 보고 그리들 좋아들 한다고 하시면서....
저런 말 애들에게 먹히나요?
그냥 저 겁 주시려고 그러나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였나 봐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겨울이 왔었죠.
계속 기온이 내려가 얼음이 꽁꽁 얼었습니다.
저를 표함한 모든 동네 꼬마들이 썰매를 들고 일제히 겨울 스포츠 시즌에 돌입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형, 누나들과 중학생이신 원로 선수들까지 필드는 만원이었죠.
전년도까지 슬픈 갤러리 생활은 하던 저는 그 동안의 한을 풀 듯 저의 람보르기니 썰매를 타고 펄펄 날아 다녔습니다.
그 때 저희 동네 썰매러들이 주로 이용 하던 빙판이 세 군데였어요.
하나는 추수가 끝난 논에 좀 남은 물이 얼어 빙판이 된 곳인데, 물이 얕고 추수 후 남은 벼 밑둥이 얼음 위로 삐죽 삐죽 튀어 나와 빙질이 아주 나쁜 곳이었고(타다 보면 자꾸 걸림),
한 곳은 뒷산에 있던 방죽에서 흘러 나와 마을 한 복판을 흐르던 실 개천, 이 곳은 코스는 정말 길었지만 폭이 좁아 여러 명 타기가 불편해서 순차적으로 출발해야 하는 곳이었죠.
마지막은 마을 앞을 흐르던 제법 큰 냇가였어요.
거긴 일단 얼음이 두껍게 얼면 넓고 얼음 상태도 젤 좋은 곳이었는데, 바로 할매가 물귀신이 산다고 가지 못 하게 하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한 여름 수영을 하지 말란 거지, 겨울 썰매도 타면 안 된다는 상황이라곤 생각 못 했죠, 할매 역시 그렇게 까지는 생각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 사건이 일어난 날은 거의 동네 꼬마들이 썰매 배틀을 뛰던 날이었습니다.
그 곳에 모인 저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얼음을 지쳤습니다.
얼음도 두껍게 얼었고요.
그 곳은 냇물에서도 깊은 곳이었어요.
깊다고 해봐야 성인 어른의 목을 간신히 넘는 깊이였지만,
사실, 저 같은 꼬맹이에겐 키의 2배는 되는 깊은 곳이긴 했어요.
얼음은 정말 잘 얼어서 우리 동네 꼬마들이 다 놀아도 끄덕 없었습니다.
그 때 쯤이면 성인 남자가 위에서 굴러도 끄덕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살얼음이나 흔한 숨 구멍도 없었습니다.
한참을 신나게 놀고 있을 때 마을로 들어 오는 버스가 보였습니다.
버스에서 반가운 얼굴이 내렸습니다.
아침 일찍 외출을 하셨던 상주 할머니가 손에 보따리를 들고 버스에서 내리셨어요.
전 반가워서 큰소리로 할매!~~~~ 하고 부르곤 팔을 크게 휘저었어요.
할머니도 제 소리를 들으시고는 팔을 흔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가지 않으시고는 제가 놀고 있던 냇가로 오셨어요.
그 때 만약 할머니가 짐이 무겁다거나 추우셔서 집으로 가셨다면 그 날 전 인생이 끝났을 거예요.
할머니는 아마 그 날도 어디 굿을 다녀 오셨나 봅니다,
겨울 외출용 한복에 겉옷과 머리엔 옛날 남바위라고 하나요? 겨울용 방한 모자를 쓰시고 제가 얼음을 지치던 냇가의 뚝 위에 서셔서는 저를 내려다 보시며 만면의 웃음을 띄우시곤 우리 강아지 썰매 타나?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전 할머니께 자랑할 요량으로 더 힘을 내서 얼음을 지쳤습니다.
역시, 관중이 있으니 더 잘 되더군요.
할머닌 자리를 뜨지 않으시고 얼굴에 엄마 미소, 아빠 미소보다 한 단계 위인 할머니 미소를 담고 계셨죠.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고 전 할머니 존재도 잊을 만큼 썰매에 몰두 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좋아야!!!! 하는 째지는 다급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개를 돌려 보니 할머니가 뚝 위에 보따리를 팽개치시곤, 다급하게 제게 빨리 나오라고 손짓을 하시며 뛰어 내려 오고 계셨습니다.
전 어안이 벙벙했지만 할머니가 부르시니 할머니께 갔습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할머니 왜요?" 하고 쳐다보는 저를 냉큼 위로 끄시더니, "좋아야! 인쟈 많이 놀았으니까 할미랑 집에 가자. 할미가 좋아 주려고 맛있는 고기랑 생선 많이 가져 왔다. 우리 집에가서 이거랑 밥 먹자." 라고 하시는 거였어요. 한참 필 받던 중인데 말이죠.
이에 전, "그 고기 어차피 내가 다 먹을 껀데요?" 하며 더 놀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할머닌 더 놀고 싶어 하는 저를 어쩌지 못 하셨어요.
아마 제가 위험하다는 확신이 없으셨나 봐요.
그랬다면 절 혼내서라도 데려 가셨겠지요.
뭔가를 생각하시던 할머니는 그럼 조금만 더 놀고 가자고 하셨고, 전 알겠다고 약속을 했죠.
그러시고는 할머니는 보따리에서 과자를 하나 꺼내 주셨어요.
제가 젤 좋아하던 과자였는데 이름이....
그걸 주시면서 이거 다 먹고 할미 다시 이리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고, 전 약속을 하고는 과자를 받아 먹으며 할머니를 봤어요.
할머니는 빠른 걸음으로 뚝 근처에 있던 비닐 하우스로 가셨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후 뭔가를 한아름 들고 나오셔선 급히 제게 오셨어요.
흡사 제가 그 동안 못 참고 다시 들어가면 큰일이라도 날 거 같이요.
다시 돌아오신 할머니의 손에 빨래줄 같은 비닐 끈이 한 뭉치 들려 있었습니다.
아마 비닐 하우스 안에 농사용으로 보관해 둔 끈이었나 봅니다.
전 할매 이건 뭐 하게요? 했지요.
그러자 할머니는 그 긴 끈을 2겹으로 하시더니 갑자기 제 허리에 감아 묶으시는 거였어요.
할매 머하노? ........ 가만 있어 봐라 손아! 그러시며 제 허리에 끈을 단단히 묶으시고는 몇 번이나 확인을 하시는 겁니다.
이윽고 단단히 묶인 걸 확인하신 할머니는 "이자 됐다....놀아라." 라고 하시는 겁니다.
전 울상이 되었어요.
할매 이게 뭔교? 하고 항의했지만 할머니는 단호하셨어요.
이래 놀던가 아니면 당장 할매랑 집에 가자고 웃음기 싹 지우신 얼굴로 말하셨죠.
할매가 그런 표정 지으시면 답이 없는 걸 알고 있기에 전 인상을 쓰며 허리에 줄을 달고 썰매를 탔습니다.
줄은 제법 길었고 2겹으로 하고도 10미터 이상은 되었던 거 같아요.
할머니는 줄 끝을 단단히 쥐고 계셨는데 그리고도 안심이 안 되시는지 팔뚝에 몇 번이나 칭칭 감아 매셨습니다.
할머니의 줄 끝에서 썰매를 타는 저는 꼭 줄에 매인 한 마리 흑염소 같았어요.
그 곳에 나와 있던 동네 친구, 형, 누나들은 배꼽 잡고 죽는다고 웃고......
전 입이 한껏 튀어나와선 그래도 꼭 썰매를 타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지쳤습니다.
줄 끝에서 왔다 갔다 왔다 갔다.....
그 때 평생을 잊지 못 할, 믿기지 않는 무서운 일이 일어 났습니다.
갑자기 쩍! 소리를 내면서 제 앞에 얼음이 금이 가더니, 달려 오던 제 몸이 깨진 얼음 속으로 빨려 들어 간 것이었습니다.
그 땐 정말 아무런 생각도 없었습니다.
단순히 얼음물에 빠진 게 아니라 빠지는 순간 뭔가가 제 몸을 잡아 당기 듯 깨지지 않은 얼음 속으로 몸이 빨려들어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여 있던 물이 아니라 얼음 밑엔 흐르는 물이 었으니 그럴 수 있겠다 생각하지만 단순히 그렇다고 여기기엔 또 그 속도가 너무 빨랐고, 그래서 전 당시 얼음 속에 빨려 들어가면서 눈 앞에 보인 얼음을 보며 그 어린 나이에도 다시는 저 밖으로 나가지 못 하겠구나! 하고 절망했었죠.
물속에서도 소리는 들립니다.
동네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땐, 정말 엄마가 보고 싶더군요.
그 때 뭔가가 강하게 제 허리를 낚아 챘습니다.
할머니가 제 허리에 감아둔 줄을 낚아 채신 거죠.
그리고 전 몇 초 후 물 밖으로 기적적으로 끌려 나왔습니다.
제 눈엔 할머니와 동네 아이들이 제 허리에 감긴 줄을 필사적으로 당기는 모습이 보였고, 전 저승에 두 발 다 담궜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기적이란 말로 밖엔....
물밖으로 끌려 나온 저는 절 필사적으로 불러 대시던 할머니 등에 업혀선 집으로 왔고, 전 그와중에 할머니 등에서 기절을 했습니다.
제가 깨어난 건 집 안방 이불 속이었지요.
전 팬티 하나 입지 않은 채 홀딱 벗겨져선 이불 속에 누워 있었고, 방엔 불을 얼마나 땠는지 바닥이 지글 지글 끓고 있었지요.
방에는 어머니와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상주 할머니가 앉으셔서 제 사고 얘기를 하던 중이셨고, 전 비몽사몽간에 그 얘기를 누워서 들었습니다. (사실, 일어나면 많이 혼날 거 같아서....)
상주 할매가 그러시더군요.
...................그래가 내가 뚝방에 서서 좋아 노는 걸 보고 있는데,
좋아가 지나가는 얼음 밑으로 뭔가 시커믄기 계속 따라 다니더라고,
첨엔 물고기떼나 좋아 그림자인 줄 알았는데 그기 아니더라카이.....
그래도 지까지끼 얼음이 저리 두꺼운데 우짜겠노 했는데
갑자기 그기 정신 없이 움직이기 시작하는기라.
위험해 보여서 좋아를 불렀는데 아는 더 놀고 싶어하고......어린기 울매나 놀고 싶겠노?
이만하길 다행 이다카이..... 미안타! 잘 못 지켜줘가.......
어머니는 아니라며 너무 감사하다고 할매를 잡고 우셨고,
아한테 너무 야단치지 말란 할머니를 배웅해 드리곤 밤중에 절 깨우시더군요. 밥도 안 먹고 한 10시간 누워 있었으니...
그 날 홀딱 벗고 볼기를 얼마나 맞았는지.
한참을 때리시곤 절 붙잡고 우셨고, 담날 할머닌 많이 아프냐고 위로해 주셨어요.
걱정되어 한숨도 못 주무시고 걱정하셨던 듯 해요.
할머니의 팔은 줄을 감아 맸던 부분이 다 까지고, 시커멓게 뱀이 감은 것처럼 피멍이 들어 있었죠.
그리고는 저는 얼음 트라우마를 얻었어요.
얼음 공포증이 얼마나 심한지 몰라요.
냉커피나 음료수에 들어가는 작은 얼음 얘긴 아니고요.
빙판을 지나가질 못 합니다.
아스팔트 좀 꺼진 곳에 물이 고여 생긴 깊이 1-2센티의 얼음 판도 못 지나가요.
빙판에 서면 한 겨울에도 진땀이 나고 심장이 뛰고 다리가 후들거려요.
머리론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는데 몸이 거부합니다.
요즘 진짜 사나이에서 조동혁씨가 물 공포증 때문에 훈련을 못 받아 욕 많이 먹던데 전 그 기분 십분 이해합니다.
From_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27/read?articleId=25705156&bbsId=G005&itemId=145&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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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 - 백두부좋아]상주할머니 3(下)
이번 얘기는 제가 여덟살이었을 때 얘기입니다.
그 해 봄.... 드디어 학교를 가게 되었으니까요, 제 찬란한 자유가 끝장나던 해라 잘 기억합니다.
학교에 입학하고는 몇 달이 지난 때였습니다.
처음 입학하고 몇 번은 엄마가 따라 오셨었는데, 그 이후론 전 그 학교에 다니는 동네 형 손에 넘겨져 학교를 다녔습니다.
제가 혼자 학교를 다니게 된 때까진 그 후로 1-2년이 걸렸어요.
1학년은 수업이 빨리 끝나는 관계로 학교가 끝나면 모여서 집엘 가곤 했어요.
그 때 저랑 같이 방과 후에 맨날 같이 집에 오던 친구는 남자 아이 하나와 여자 아이 하나..
그렇게 세 명이 항상 동네에서까지 뭉쳐서 다녔었습니다.
보통 점심 시간 이전에 수업이 끝나 집에 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어머니가 집에 오는 좋아에게 밥을 차려 주셨지만, 전 집에서 밥을 먹을 때 보다는 가방을 집에 던지곤 옆집에 가서 상주 할머니가 차려 주시는 밥을 먹을 때가 훨씬 많았답니다.
우리집과 할머니 댁은 반찬 때깔 부터가 달랐으니까요.
항상 할머니 집에 가면 할머닌 우리 강아지 오냐시며 반겨주셨고, 곧 푸짐한 밥상을 차려 주셨었지요.
그러면 전 맛나게 밥을 먹었고,
할머닌 항상 미소를 지으시고 밥 먹는 제 옆에 앉으셔서는 밥에 이것 저것 맛있는 반찬을 집어 올려 주셨습니다.
고기 위주로요.
할머니 집엔 항상 고기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전 정말 좋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할머닌 절 먹이시려고 일부러 항상 고기를 사다 놓으셨던 거 같습니다, 할머닌 육식을 그닥 좋아하지 않으셨으니까요.
언제나 돼지고기, 소고기를 볶아 주셨고, 간혹 집에서 기르시던 암탉도 손수 잡아 몸 보신을 시켜 주셨었죠.
떡이랑 약과와 함께 할머니집 냉장고 냉동실에 항상 있던 음식은 산적이나 고기 꼬지 같은 음식이었고, 간혹 겁나게 큰 생선도 통째 들고 오시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그건 다 저의 뱃속으로 들어가 저의 살과 피가 되었지요.
그 날도 할머니가 차려 주신 밥을 먹고 마당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놀다가 뭔가 이상해서 할머니를 돌아봤습니다.
평소 할머니께선 그렇게 제가 마당에서 놀고 있으면 항상 마루에 앉으셔선 제 동선만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시며 쳐다보고 계셨는데, 그 날은 왠지 자꾸 딴 생각을 하시는지 자꾸 한숨도 쉬시고 하시는 게 눈에 훤히 보이더군요.
그러고 보니 근래 며칠 할머니가 좀 이상하셨어요.
자꾸 딴 생각을 하셨던 거 같아요.
하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답니다.
애들이 뭘 깊게 생각하나요?
한참을 그러시더니 자리를 털고 내려 오셔서는 툇돌에 놓인 하얀 고무신을 신으셨어요, 그리고 한숨을 푹 쉬시고는 '내 팔자를 내가 뽂네 ....우짜겠노, 사람은 살려야지...' 하시고는 "좋아야! 할미 좀 나갔다 올꺼니까 예서 놀고 있던 집에가서 놀던 하거라." 하시면서 휘 나가셨습니다.
전 잠시 생각하다가 할머니 뒤를 따라갔습니다.
할머니가 어디 멀리 가시는 게 아니란 걸 알았거든요.
할머니는 항상 장에 가시든, 옆 마을을 가시든, 마을을 벗어나실 땐 항상 깨끗하게 다린 새옷과 외출시에만 신으시는 꽃신을 신고 나가셨는데 그 날은 입고 계시던 무명 한복과 고무신 차림으로 그냥 나가셔서 멀리 안 가시고 마을 어딘가에 가시는 거라고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나가보니 벌써 할머니는 까마득히 앞에 가고 계셨답니다, 걸음이 워낙 빠르신 분이라 젊은 여자들은 물론 청년 남자까지도 할머니랑 보조 맞추어 걷기 힘들어 하는데 제 걸음이야 뭐....
전 할머니를 놓칠새라 뛰어 갔는데 할머니가 보인 곳까지 도달해 보니 이미 할머니의 종적은 없었습니다.
할머니의 행방을 찾고 있던 제 귀에 그때 고성이 들렸습니다.
소리가 나는 곳은 길에서 좀 떨어진 집 안이었는데,
그 곳은 할머니 또래의 노 부부와 40을 넘기고도 장가를 못 갔던 그 집 큰 아들이 살던 집이었습니다.
마을에선 가장 잘 사는 축에 속했던 그 집은 집도 많이 넓었어요.
그 곳에서 상주 할머니의 고함 소리가 나고 그 못잖은 그 집 할머니의 고성이 들려왔습니다.
누가봐도 싸우는 상황이었고, 전 즉시 다시 집으로 뛰어 들어 갔습니다.
집엔 마루에 어머니랑 할머니가 같이 앉으시어 콩인지 뭔지 곡물을 다듬고 계셨습니다.
전 어머니 할머니께 할매 얘길했습니다.
할무니, 엄마!! 상주 할매 또 싸운다~~였고 이 말의 주제는 싸운다가 아니고 또 싸운다 였습니다.
외 할머니는 아이고 못산다!! 우디서 또 싸우시더노? 하고 제게 물으셨고,
전 지금 보고 온 집을 말씀 드리며 지금 그 집 할매랑 그 집 마당서 막 싸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랑 어머니는 깜짝 놀라시며 어머니가 할머니를 쳐다보시며 그러셨습니다.
"엄마!~~ 상주 할매 정말 노망 나신거 아이가?
안 그래도 그 집 ㅇㅇ이 오빠가 아파가 다 죽어가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닌 집에 와 가서 그라는데?" 하셨고,
외 할머니께서도 "그러게 말이다." 하시며 두 분은 급히 신을 신으시고 달려 나가셨습니다.
저도 엄마 나도! 하고는 따라 나가려다 혼자 있는 동생을 보고는 달려가서 "히야 손 잡고 따라온나." 하며 어머니와 할머니 뒤를 따랐지요.
동생을 데리고 그 집 마당에 들어서니 이미 소동을 들으신 동네 어른들 몇 분이 마당에 서서 광경을 구경하며 자기들끼리 수근수근거리고 있었고, 어머니와 외 할머니는 상주 할머니 양쪽에서 한 팔씩을 잡으시고 할매 와카는교? 하고 상주 할매를 말리고 계셨습니다.
할매의 앞엔 그 집 할매가 노기가 등등하여 상주 할매에게 삿대질을 해대면서 큰 소리를 지르고 계셨어요.
"이 할망구가 미칠꺼면 곱게 미치지, 안 그래도 심란해 죽겠구만 남의 집에와 왜 지X이고!!" 하시고요.
그 집 할아버지는 남자 체면에 여자랑 같이 싸우시진 못 하시고 담배만 연신 피우시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 하셨습니다.
그 때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그러이까 니 아들 좀 나와 보라캐라.
내가 앵간해선 남 일 참견 안 할라꼬 몇날 며칠을 생각 했꾸만, 그래도 한 동네 사는 정이 있고 사람 목숨은 일단 건져야 겠다 생각해서
왔더니 누구 한테 큰 소리고 큰 소리가.
니 아들 니 앞서 피 토하고 고꾸라져 뒈지는 거 보기 싫음 퍼뜩 나와보라 해라."
그러시며,
"니 아들 병원에 갔었제? 빙원서 뭐라 카드노? 무신 병인지 모른다고 안 하더나? 갸 가만 두면 두어 달 못 산다." 라고 하셨어요..
저희 모두는 벙쪘고 그 얘길 들으신 그 집 할머니도 그제사 이게 뭔 소린가 하시는 표정으로 목소리까지 부들 부들 떠시며 "그.. 그기 뭔 소리고?" 라고 기겁을 하셨습니다.
아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데 어떤 엄마가 제정신이겠습니까?
상주 할머니의 얘기가 이어졌습니다.
"니 아들 데리고 병원에 갔었제? 니 병원서 뭐라카드노? 분명 뭔 병인지 모른다고 했을 낀데?
빙원선 당연히 모르제. 귀신에 시달리는 구만 그걸 빙원서 우찌 알겠노?"
그리고는
"나도 상관하긴 싫치만 그래도 우짜겠노? 한 동네 사는 인연인데 알고도 모른 척은 못 하겠고....뭐하나? 퍼뜩 아 안 데리고 나오고..."
그 집 할머니는 그 집 할아버지를 돌아보시며 ㅇㅇ이 아베요. 하셨어요.
그러자 그때까지 듣고 있던 그 집 할아버지가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셨고, 곧 아프다는 그 집 큰 아들을 부축하여 나오셨어요.
그 할매네 아들이 나오자 모두들 깜짝 놀랐어요.
그건 사람의 모습이 아니였습니다.
저도 그 날 전에 수시로 그 아저씨를 보고 인사도 드리곤 했었는데,
풍채도 좋으시고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해 주시던 좋은 아저씨였거든요.
그러나,
그 날 본 그 아저씨는 산 사람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모습이셨어요.
두어달 못 본 사이 아저씨는 영화 미이라에 나오는 이모텝 같이 바싹 마른 모습이었지요.
할배의 손에 부축을 받고 나오신 아저씨는 잠시 서 계시는 것도 힘드신 듯 어른들이 서 계시는데도 마당에 있는 평상에 털썩 걸터 앉았습니다.
그러시고는 안에서 상주 할머니가 한 얘길 다 들으셨는지 멍한 눈으로 할머니를 쳐다봤지요.
상주 할매가 평상 가까이로 가서는 그러셨어요.
"몰골 봐라, 이기 이기 한 달도 더 못 버티겠구만? 니 니가 뭔 죄 지었나 아나?" 라고 하셨습니다.
아저씨는 정말 자긴 뭔 죄가 있는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고, 그 순간 할매를 슬쩍 좌우에서 잡고 계시던 외 할머니와 어머니가 대처할 사이도 없이 뼈에다가 가죽만 입혀 둔 거 같은 할머니 주먹이 아저씨 머리로 날아갔고, 아저씨의 해골에 가죽만 입혀 둔 거 같은 머리는 상주 할매의 주먹과 부딪치며 정말 큰 소리가 났습니다.
빡!!!!!
할매 와 그라는교? 하고 엄마와 외 할머니가 붙드시고 그 집 할매는 비명을 지르며 아들에게 달려 갔어요.
상주 할매가 그러시더군요.
"아프나? 살아 있으니까 그나마 아픈 거도 느끼는 기다. 죽고 나면 그 껍데기는 아무 소용 없는 기다." 하시면서,
"니 우짜자고 남의 무덤엔 손 댔노? 그리고 무덤인 걸 모르고 건드렸으면 잘 수습해서 다시 묻어 드려야지.
니가 한 번 생각해 봐라, 누가 난중에 니 죽고 쉬고 있는데 언 놈이 니 무덤 파헤치고 쓰레기 취급 해가 아무데나 갔다 버리면
니 화 나겠나 안 나겠나? 니가 판 무덤 주인이 지금 니 꼭 데리고 가겠다고 이를 갈고 니한테 달라 붙어 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다 놀라고 그 집 할머니, 할아버지도 첨 듣는 얘기인양 '참말이가? 니 여 할매 얘기가 참말이가?' 하셨습니다.
그제야 뭔 생각이 났는지 아저씨는 몹시 당황하셨고,
상주 할매를 보고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몰랐어예, 이래될지 몰랐어예 아주무이요 어쩌면 되겠습니꺼?"
그때까지 노발 대발 하시던 그 집 할머니 ,할아버지도 할머니께 애원하는 눈빛으로 할머니 입에서 뭔 얘기가 나올까 입도 벙끗 못하고 지켜 보고 있었습니다.
할머닌 예의 그 씨크한 표정으로 우짜긴 뭘 우짜노? 잘못했다고 용서하실 때까지 빌어야지 하시며, 그 집 할머니와 할아버질 쳐다 보시고는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얘길 하셨습니다.
"할배는 땅 팔 도구랑 제사 때 쓰는 깨끗한 흰 종이 큰 거 준비하고, 할매는 지금 당장 차 타고 시내가가 제수로 쓸 술이랑 과일이랑 고기
사가 오소....정성껏 젤 좋은 놈으로 준비 하소. 제사는 정성이 반이라 카이.
그리고 내 아들 살려 달라는 간절한 맘으로 음식 준비 하소. 시간 없다. 빨리 빨리."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그 때 할머니의 카리스마는 어떤 굿판의 무당님들도 당해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여담으로 굿판을 호령 하시는 카리스마 넘치는 무녀 아줌마들도 할머니 앞에만 오면 말 잘 듣는 양순한 강아지로 변하셨으니까요.
그리곤 아저씨께 얘기하셨습니다.
"니 밥은 뭇나? 언제 부터 굶었노? 입맛 없어도 억지로라도 밥 한술 떠 먹어라. 산에 가서 니까지 장사 지내고 오긴 실타." 하시며 밥 먹고 목욕 깨끗이 하고 옷도 싹 새것으로 갈아 입으라 하셨습니다.
그 일은 이랬습니다.
장가도 못 가고(그 시절 농촌 총각 문제가 심각했지요. 그 땐 국제 결혼도 없던 시절이라.) 부모님 모시고 농사 짓고 살던 아저씨는 동네서도 참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통했다고 합니다, 우리 엄마도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아저씨를 오빠라 부르시며 따르셨고요.
아저씨네는 밭이 여러군데 있었는데 농부들의 땅 욕심은 정말 한이 없지요?
산 바로 밑에 있던 밭을 일구시던 아저씨는 밭을 좀 늘리실 생각으로 바로 붙어 있던 산을 조금씩 개간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던 한 날, 땅을 파시는데 곡갱이가 푹 들어가더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해서 땅을 파 보니 다 썩은 관이 나오고, 그 안에서 꺼멓게 변해버린, 아직 완전히 흙으로 돌아가지 못한 유골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미 거의 다 없어지고는 큰뼈랑 이빨 등의 작은 조각만 좀 나왔다고 하는데 딱 봐도 무덤이라 생각 될 봉분도 다 까뭉개진 것이 누구도 돌보지 않는 오래된 무덤으로 보이셨대요.
그리고 그 동네서 평생 사신 아저씨도 몰랐고 어른들께도 거기에 무덤이 있단 걸 들은 기억이 없어 무덤은 굉장히 오래전에 만들어졌단 걸 알 수 있었다 합니다.
그런데 아저씨는 그 뒤 하지 마셔야 할 행동을 하셨습니다.
주인도 모르고 연고도 없는 무덤이다 보니 시신을 대충 바께스에 모으셔선 밭에서 멀지 않은 산에다 갔다 뿌리신 겁니다.
그래서 그 무덤의 주인이 화가 나 아저씨께 해꼬지를 시작하신 거죠.
그렇게 준비를 하신 후 몇 시간이 지나 준비가 다 되어, 상주 할매가 그 집 아들을 앞장 세우고 유골을 뿌린 곳으로 갔습니다.
아저씨랑 그 집 부모님, 마을 어른 여러 분과 우리 엄마랑 외 할머니까지요.
그 곳에 도착한 할머니는 할아버지께 깨끗한 흰 종이를 펴게 하신 후 아저씨께 유골을 수습하게 하셨습니다.
니가 한 조각 한 조각 사죄하면서 정성껏 모시라며 아무도 돕지 못 하게 하셨지요.
아저씨가 유골을 뿌린 숲을 헤치고 들어가셨는데, 잠시 후 비명을 지르시며 주저 앉으셨습니다.
분명 그 아저씨는 바케쓰에 남은 뼈를 담아 숲에 막 뿌렸었는데,
유골이 일부 없어지고 흙이 된 거 빼고는 거의 원래 형태에 맞게 맞춰져 있더군요.
전 그 때 그 장면은 엄마가 못 보게 해서 못 봤는데 나중에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알았죠.
그리고는 다 수습 하고는 양지 바른 곳에 묻어 드리려 할 때였어요.
할매가 거는 안 된다 하시면서 처음 묻혔던 자리를 보시고는 "누가 무식하게 저따 묘 자리를 잡았노?" 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물길인데 저다 묘를 쓰면 우짜노?" 하시면서 원래 땅속의 물길은 영원하지 않고 변한다 하셨어요, 그래서 그런 거 감안해서 묘는 산 정상서부터 중턱까지만 쓰는거래요.
산 아래 부분은 언제 물이 찰지 모른다고. 그러시면서,
"묘에 물이 차면 시신이 썩지도 못하고 뼈도 시커멓게 변하는 건데 그럼 혼이 얼마나 화가 났겠노?
그런데다 쓰레기 취급 받고 아무데나 뿌려졌으니 그 원망이 다 너 한테 간 기지..." 라고 하셨어요.
아저씨는 수습한 유골을 정성껏 들고는 산으로 올라 가셨고, 상주 할매가 지정한 자리에 고이 모시고 준비해 온 제수로 젯상을 차리시고는 정성껏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 집 할매랑 할배도 같이 앉아 "우리 아가 뭘 모르고 그랬습니더 제발 노여움 푸이소.." 하고 간절히 비셨어요.
한참 후에 할매가 이자 되었다고 하실 때까지요.
그 뒤 아저씨는 잠도 잘 주무시고 먹는 것도 잘 드시고 한 달 후 쯤엔 예전 모습으로 돌아 오셨고,
간혹, 일 하시다가 가게에 가셔서는 막걸리 하나 사들고 산에 올라 가셨죠.
그 분께 드리러 가셨었나 봅니다.
그리고 명절 때엔 이름도 모르는 그 분의 무덤에 성묘도 하셨어요.
그 집 할매는 그 뒤론 완전히 상주 할매의 팬이 되시어 상주 할매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기세가 되셨답니다.
할매랑 손잡고 어디라도 가려고 그 집 앞에만 지나 가면 어찌 아시고는 귀신처럼 뛰어 나오시어 "행님! 어데 가시는교? (상주 할매가 두어살 위셨어요.) 시원한 음료수 한 잔 자시고 가이소!!" 하고 잡아 끄셨습니다.
아저씨의 정성이 그 분께 통했는지 1년 후 쯤 그 집엔 경사도 생겼답니다.
아저씨가 상주 도회지 여자랑 결혼을 하셨죠.
나이 차이도 제법 많이 나고 시골로 시집올 분이 아닌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두 분이 인연이 되시었어요.
아저씨랑 그 집 어른들은 기뻐 하시며 그 분이 도와 주셨다고 좋아하셨고, 아저씨 장가 가던 날 우리 마을은 무려 3일 동안 잔치를 벌였답니다.
그 집서 기르던 수십 마리 닭을 때려 잡고, 시내 정육점에서 돼지 몇 마리랑 소도 한 마리분 배달 받으셔선 정말 거하게 잔치를 했죠.
그 잔치의 VIP는 상주 할매셨고 저도 덩달아 VIP.
다음 번엔 여름이고 하니 물놀이 조심 하시란 의미로 물귀신 얘기 하나 할께요.
제가 물에서 노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할매가 질색을 하셨습니다.
저랑 물이랑 아주 상극이랍니다.
할매 죽고 나서도 니 이담에 죽는 날까지 절대 바다나 강이나 계곡 등의 큰 물에 가면 안 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하셨죠.
제가 오래 전에 할머니 살아 계실 때 그리 저랑 안 맞으면 물이 무서워야 하는데 난 물이 너무 좋타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때 할머니 말씀이 지금도 박혀 있어요.
애둘러 말씀 하셨지만 생각해 보면 요점은 그게 물귀신 될 팔자란 겁니다.
실제로 어린 시절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총 세 번을 겪었는데 결론은 할머니 때문에 살았습니다.
그리고 전 좀 특이한 트라우마가 하나 있습니다.
물과 관련 있지요.
지금도 여름 휴가는 무조건 안전한 워터 파크로 갑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바다나 강으로 바캉스 가자고 하면 아마 전 그럴꺼면 우리 헤어져!!! 라고 할 껍니다.
From_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27/read?articleId=25689978&bbsId=G005&itemId=145&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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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 - 백두부좋아]상주할머니 3(上)
벌써 세 번째 글을 씁니다.
제가 올리는 글은 거의가 저희 가족들이나 제가 겪은 일들에 관한 겁니다.
하더라가 아니고 제 눈으로 보고 겪은 것만 쓰려 하니 그렇습니다.
오늘은 특이하게 저희 가족과는 상관 없는 일이지만 제가 직접 본 일이기에 자신 있게 쓸 수가 있네요.
두 가지의 다른 에피소드 입니다.
꼬마 때 어느 날이었습니다.
4, 5, 6살 때 중 한 나인데 정확히는..
제가 할머니를 따라 다닌 건 거의 취학 전의 8살 전의 기억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 이후에는 학교를 가느라고 할머니를 따라 장에 가기가 쉽지 않았지요.
장날이 공휴일이거나 방학 때나 따라 갈 수 있었습니다.
그 날은 무더운 여름 날이었습니다.
날도 너무 좋아 한 낮의 태양이 대단했던 날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전 오전에 장에 도착하여 장구경을 한 바퀴 하고는 할머니 손을 잡고 어딘가로 향했습니다.
분명 처음 가는 길이었지만.
전 고기랑 밥 먹으러 가는 길임을 직감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할머니는 그 때 상주 무속계의 대모? 최종 보스? 두목? 같은 느낌이었네요.
꼭 구역 순찰하시는 듯 했죠.
그 날도 어딘가에 있는 무속인 집으로 찾아 갔던 거였었는데, 전 첨 가보는 동네였어요.
무척 더운 날이라 땀을 많이 흘렸는데 어느 집 앞을 지나가시면서 잠시 쉬었다 가자 하셨습니다.
그 곳은 제법 큰 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곳이었고,
동네 사람들이 자주 쉬는 곳인 듯 평상이 하나 그늘에 놓여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좋아 많이 덥지? 하시면서 가지고 계신 부채를 연신 제게 부쳐 주셨어요.
할머닌 더위에도 거의 땀을 흘리지 않으셨죠.
할머니가 제 목덜미의 옷깃을 늘리시어 옷 안으로 시원한 바람을 넣어 주시느라 바빴는데,
그 평상이 있던 곳 맞은 편의 집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그리고는 그 집에서 어떤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이 마당으로 나오시다가 우리를 발견 하시고는 쳐다보시다가, 곧 집 안으로 들어 가셨습니다.
잠시 후 다시 그 집 문이 열리면서 잠시 전의 그 아주머니가 애기를 포대기에 업으신 상태로 손에 쟁반을 하나 받쳐 드시고 대문을 따고 나오셔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우릴 보시고는 할매!~~ 날이 무척 덥지예? 손잔가 보네예? 날 이리 더운데 손자 데리고 다니시느라 힘드실텐데 이거라도 좀 드시고 가시이소 하며 쟁반을 건넸습니다.
거기엔 예쁜 유리컵에 얼음을 넣고 탄 보기만해도 시원해 보이는 미숫가루 두 잔과 깎은 참외가 놓여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반색을 하시면서 첨 보는 늙은이 한테 뭘 이런 걸.... 하시면서 고마움에 인사를 건네시며 잘 마시겠다고 하시고선 제게도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라셨어요.
저도 인사를 꾸벅 드리고는 찬 미숫가루 잔을 들었습니다.
그 더위에 땀 흘리고 마시는 미숫가루는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그리고 정갈히 깎아 내온 참외도 아마 냉장고에 있었던 듯 참 시원하고 달고 맛났답니다.
아주머닌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참외를 먹는 제가 무척 예뻐 보이셨던지 손자가 참 귀엽다시며 제 머릴 쓰다듬어 주셨답니다.
그리곤 잔을 들어 다시 마시다가 뭔가 이상하단 걸 느꼈습니다.
고맙다면서 만면에 웃음을 띄시며 미숫가루를 마시던 할머니가 웃음을 싹 지우시곤 뭔가를 골똘히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 시선의 끝에는 착한 아주머니가 계셨지요.
아니, 정확히는 아주머니 등에 포대기로 업혀 있던 애기를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는 아주머니께 한 말씀하셨습니다.
아가 좀 아파 보이는데......
그 말을 들으신 아주머니는 전까지 얼굴 가득 피어 있던 미소가 싹 사라지시고는 금방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예..... 자꾸 자다가 경기에 들린 듯 울고 젖도 잘 물지 않고 그래서 걱정이라 하시면서,
병원에서는 감기 초기 증세이거나 날이 더워 더위를 좀 먹은 것 같다며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고 하셨답니다.
그리고는 안 그래도 오늘도 더위 한풀 꺽이면 병원 가보려고 한다며 근심 어린 표정으로 얘길하셨지요.
그 얘길 들으신 할머니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빙원 데리고 가 봐야 소용 없을낀데? 의사가 고칠 병 아니다.'
그 얘길 들으신 아줌마는 깜짝 놀라셨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우와!!! 우리 할매는 의사 선생님 맹쿠로 사람 병도 아시는가 보다 하고요.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시면서 할매요, 그게 무슨 소린교? 하고는 할매 옆에 찰싹 붙어 앉았습니다.
자식에 대한 얘기면 어떤 어머니던 제 1 관심사 아니겠습니까?
할머닌 대꾸도 않으시고는 아주머니 등에 업힌 애기를 한참 바라보시다가 그러셨어요.
내가 참견 안 하려고 했는데 애기 엄마 심성이 너무 착해서 내 미숫가루 맛있게 대접 받은 값으로 애기 엄마 한번 도와줄거니 잘 들으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시고는 "집안에 가까운 친지 중에 집에서 못 돌아가시고 밖에서 객사 하신 어른 있제?" 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모습을 보니 뭔 사고가 크게 난 거 같은데....." 하시면서요.
사실, 이렇게만 얘길 했다면 아줌마는 믿지 않으셨을 겁니다.
저도 이제와 생각해 보면 집안에 가까운 친척 한 분 객사나 사고사, 전쟁(가까이는 베트남전)나서 죽은 이 하나 없는 집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흔히 사이비 무당이나 종교 단체가 사람들에게 접근할 때 쓰는 방법이 아니던가요?
하지만,
할머니의 얘긴 달랐지요.
아주 구체적이었거든요.
할머니께선 키는 얼만하고 입고 있는 옷은 어떻고 생김새는 어떻다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셨습니다.
처음엔 반신 반의 하시는 표정으로 들으시던 아주머니는 점점 낯빛인 어두워지시더니 급기야 눈물을 주르르 흘리시는 거예요.
그리곤, 지금 말씀 하시는 그 어른은 자기 시 아버지가 틀림이 없으시다고 우셨어요.
그리고 말이 이어졌습니다.
작년에, 그러니까 애기를 임신하고 계셨을 때에 시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시어 돌아가셨답니다.
손자를 그리도 기다리셨는데 그런 손자 얼굴 한 번 못 보시고 한 번 안아 보시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고요.
상주 할머니는 그 얘길 들으시고는 쯧쯧 하시면서 혀를 차시면서 아줌마를 토닥거리셨습니다.
그리고는 말씀을 이어가셨어요.
"참 귀한 손주인가 보다 그런데..... 죽은 사람은 얼른 저승에 가셔야지 안 가시고 손자 귀엽다고 자꾸 만칠라 카문 우야노?"
그리고는 시 아버지 돌아가시고 천도제는 했나? 하고 물으셨어요.
아주머닌 모르시는지 대답을 못 하셨습니다.
그러자 할매는 "아마, 안 했을 끼다. 했으면 벌써 가셨겠지 저러고 아 뒤따라 다니시진 않을 끼다... 특히, 집에서 잘 가신 분 아니고 사고로 그리 가셨으면 꼭 해 드렸어야 하는데...." 이러셨어요.
그러시고는 치맛속으로 손을 넣으시고는 뭔가를 꺼내셨습니다.
항상 할머니가 차고 다니시던 쌈지였습니다.
할머니는 꼭 복 주머니 같이 생긴 쌈지를 항상 2개 차고 다니셨는데 하나는 돈을 넣어 다니시던 쌈지였고, 하나는 뭘 넣으신 건지 한 번도 속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전 어린 맘에 저거도 돈 넣은 쌈진갑따, 할매 윽수루 부자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꺼내신 쌈지 중에 지금껏 한 번도 여신 적이 없는 쌈지를 여시고는 안에 든걸 꺼내셨습니다.
그건 여러 장의 종이였어요.
이상한 글이 써져있던 그것이 부적이란 건 나중에야 알았지요.
그리고 뭔가를 찾으셨어요.
이건 아니고.... 이거두 아니고.... 하시며 뒤적이시다 요있네! 하고는 부적 한 장을 손에 쥐셨습니다.
그리고는 아주머니께 부적을 건네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몰골은 이래뵈도 억수로 비싼 사람이데이..." 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그리고 새댁 맘이 너무 예뻐서 내가 감동 받아서 도와주는거다 하시면서 이 부적을 포대기에 넣던지 아 옷에 넣어 두던지 애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면 더 이상 애가 보채거나 울지 않을 거라고, 애기를 바라보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리 아가 이뻐도 그렇치 죽은 사람이 갈길 안 가고 아 뒤를 졸졸 쫓아 다니면서 자꾸 아를 만치면 우야노?
죽은 사람 자꾸 몸에 닿으면 건강한 어른도 기 빠져서 힘든데 깐난 아를 저래 자꾸 만칠라 카노?"
그리고는 니 시 아버지 원망은 말거라, 손자가 너무 예뻐서 저러시는 거니 이 부적 몸에 지니고 있음 더 이상은 건드리진 못 할 거라고 하시면서, 그래도 이건 임시방편이니 최선은 시 아버지를 좋은 곳으로 빨리 떠나 보내 드리는 거라며 남편이랑 상의해서 빠른 시간 안에 천도제를 한 번 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아주머니는 부적을 받아 즉시 업은 애기를 풀으시더니 바로 애기 옷 속에 넣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불안한 얼굴로 할머니께 물었습니다.
"할매요! 됐는교? 이자 못 만치시는 거 맞아예?" 하고요.
할머니는 웃으시며 고개를 끄떡이시며 말씀을 하셨어요, 잘 아는 절이나 무속인이 있냐고요.
아주머니 고개를 흔드셨지요.
"천도제 그기 아무나 막하면 제대로 안 되는데..... 괜히 돈만 많이 내라카는 반편이들도 많고..." 하시면서,
"새댁이 좋타면 내가 소개 시켜줄까?" 라고 하셨어요.
아주머닌 좋아하셨고 할머니는 그럼 2, 3일 내로 이리 들리라고 할테니 어디 가지말고 집에 있으라고 하시고는 잘 먹었네! 하시고 제 손을 잡고 떠나셨어요.
할머니는 언제나 그렇 듯 시크한 표정으로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가셨는데, 제가 할머니를 따라가며 뒤돌아 볼 때마다 멀리 사라지는 우리를 보며 연신 인사를 하시던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였어요.
"좋아야! 사람은 항상 맘을 곱게 쓰고 착하게 살아야 하는 거란다.
그렇게 살면 예기치 않은 행운도 찾아 오고, 주위 사람들도 어려울때 힘이 되어주고 그렇커든....."
제가 맹랑하게 한 마디 했죠.
"그란데 왜 할매는 만날 남들이랑 싸우노?" 하고요.
한참을 더 걸어 우린 그 날 가고자 했던 곳엘 갔고, 그 날도 처음 본 아주머니가 반기시며 상이 휘도록 식사를 내 오셨습니다.
그리고 식사 중 할머니는 그 아주머니께 방금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를 하며 자네가 한 번 찾아가 보게 라고 하셨고 아주머닌 공손히 그러겠다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리곤 한 마디 하는 걸 잊지 않으셨습니다, 이번 제는 꼭 들어갈 최소 비용만 받고 봉사한다 생각하고 해주라고요.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 그 무녀 아줌마네 집엘 다시 가게 되었어요.
밥을 먹고 있었는데 누가 헐떡이면서 급하게 집으로 들어 왔어요.
그리고는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얼굴을 들이미는 것이었습니다.
그 착한 아줌마였어요.
아주머니는 방문을 열고는 상주 할머니 얼굴을 확인하자 마자 뛰어 들어와서는 할매요! 우찌 한 번도 걸음을 안 하셨어예를 연발 하시며 할매 손을 꼭 붙들곤 놓치 않았고 할머니는 허허 웃으시면서 잘 지냈는가? 하시더군요.
그리고선 아줌마 등에 업혀 웃으면서 놀고 있는 애기를 한 번 쳐다보시고는 인제 애는 안 아프지? 라고 물으셨고, 아줌마는 하모요, 그 때 할매가 부적 주시고 가시고는 단 한 번도 놀라서 울지도 않고 잠도 잘자고 젖도 너무 잘 먹어 이제 포동포동 살찐 거 좀 보이소 라고 말씀하시며 업고 있던 애기를 풀어 할매 품에 안겨 드렸습니다.
할매는 한 번 애기를 안아 보시고는 바로 아주머니께 돌려드렸어요.
할매는 저 빼고는 애들 안 좋아 하시거든요. 데헷!
그리고는 바로 다음 날 찾아 오신 무녀 아주머니랑 상의하여 가까운 길일에 천도제를 했고, 그 뒤론 이상하게 맘이 편안하고 집에 걱정이 없다고 하시면서 너무 고마워서 꼭 할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어쩜 그리 뵙기가 힘드냐며, 무녀 아줌마께 할매가 오시면 꼭 자기에게 연락 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지금 오셨단 전화 받고 애 들쳐 업으시고 찾아 오셨던 거였어요.
하는 말씀을 들으니, 자기는 그런 거 안 해 봐서 몰랐는데 나중에 여기저기서 들으니 남들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으로 제사를 지낸거란 걸 알고는 할머니께 더 고마우셨나 봐요.
할머니는 다 자네가 착해서 복 받은 거라시며 애도 잘 클꺼고 남편 하는 일도 더 잘 될 거니 앞으로도 그 착한 심성 잃지 말라고 하셨지요.
그리고선 딴청 피우는 무녀 아줌마를 한 번 흘겨 보시며 "거... 쓸데 없는 짓을 해가지곤...." 하고 책망을 하셨지만, 그닥 혼내시는 느낌은 없었어요.
식사를 끝내자 마자 할머니는 좋아야, 다 뭇나? 다 무쓰면 고마 가자 하시며 예의 그 시크한 표정으로 일어 나셨고, 그때까지 할머니 곁을 지키던 무녀 아줌마와 새댁 아줌마도 따라 일어나며 벌써 가시냐면서 둘다 똑 같이 하얀 봉투를 꺼내 건네셨어요.
전 그게 돈인 걸 알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우와!!! 봉투가 두 개다, 우리 할매 오늘 돈 많이 벌었네 했는데 할머니는 무녀 아줌마가 주는 봉투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받으셨지만, 새댁 아줌마가 주는 봉투는 절대 받지 않으시는 거였어요.
새댁 아줌마는 정말 서운한 표정으로 "할매 너무 감사해서 드리는 건데..." 라고 하시며 "얼마 되지도 않아예 그냥 성의로 받으시고 손자랑 맛난 거 사드이소... 쪼매 밖에 안되예" 를 연발하셨지만,
할매는 "내가 도와준 건 자네 맘에 대한 내 보답이였다고 하시며 이걸 받으면 다시 자네한테 신세지는 거니 그냥 그 맘만 받겠다" 고 말씀하시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무녀 아줌마를 돌아보시고는 "내가 야들이 주는 건 내 그만한 일을 해 주고는 정당한 댓가를 받는 것이니 자넨 그럴 필요 없네" 라고 끝까지 거절하셨습니다.
그리고 제 손을 잡고는 떠나셨죠.
새댁 아줌마는 문밖까지 따라나와선 계속 아쉬운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할매요. 언제라도 좋으니 지나가시다가 저희 집에 손자 데리고 꼭 한 번 들려 주이소를 연발하셨고, 할머닌 가타부타 대꾸도 안 하시며 자리를 뜨셨습니다.
그 뒤로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선 그 새댁 아줌마네 집에 찾아 가신 적이 없습니다.
참 매몰차신 할매입니다.
그래도 내 강아지(좋아)에겐 뜨거운 사랑이 넘치시던 할매....
이 글을 쓸 때마다 할매가 너무 보고 싶네요.
에피소드가 2가지라고 말씀 드렸는데 하나 쓰고 나니 출근 해야 될 시간이네요.
글 중간에 끊어지는 게 아니라 전혀 별개의 다른 얘기니 전, 후로 나눠도 무방할 거 같아 올립니다.
From_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27/read?articleId=25687328&bbsId=G005&itemId=145&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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