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판 - 흠냐]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9

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전 지금 댓글달아주신분들께서 마음으로 보내주신 사발면에 깔려 있습니다.ㅋㅋㅋㅋㅋ

아.. 박군이랑 놀러가서 분위기낸답시고 양식만 주구장창 먹었더니;

오로지 생각나는건 김치, 비빔밥, 해장국 등등ㅋㅋㅋ

역시 한국사람 입맛에는 한식이 최고! 라는 뜬금포를 날리며. 글 시작하겠습니다.

(박군과 놀러갔다오는길에 외가에 들렀더니 아직도 할머니 얼굴이 눈앞에 생생하네요.

오늘쓰는 글은 그다지 무섭거나 신기한 얘기가 아닌, 그냥 어릴때 기억을 끄적이는정도로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본인의 외할머니는 무속인이세요.

 

무속인. 이라고 하면 대부분 이런모습을 떠올리시더라구요.

 

짙은 아이라인(?), 허연화장, 매서운 눈매, 알록달록 한복(?), 툭터지는 반말 등등

 

제평생을 사랑하는 할머니와 같이 보내며 느낀점은.

 

어떤신을 모시느냐에 따라 그신을 모시는 무속인의 외형도 달라진다는점.

 

살아있는 사람도 어린아이, 젊은여자, 나이드신 할아버지 등등 어떤 특정범주에 넣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수있죠.

 

무속인들이 모시는 신또한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거에요.

 

무속인은 신을 '모시는' 사람이기때문에.

 

자신이 모시는 신이 '원하는것'을 인간으로써 구현해내야하므로,

 

무속인들의 모습도 천차만별이라는걸 말씀드리고싶어요.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때 평소 저희 할머니는 무속인이랑은 거리가 멀답니다.

 

그냥 평범한 한복, 쪽진 머리, 화장은 평소에는 거의 생략(한듯안한듯? 요즘 대세)..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전. 저는 아주 많은시간을 경상도에 있는 외가에서 보냈어요.

 

좀더 자라기전에 할머니곁에 많은시간 두고싶다던 말씀에

 

엄마와 아빠는 절 외가에 풀어놓고 방목하신거죠 ^^;;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외가는 집이 두채에요.

 

한채는 식구들이 거주하는 집, 한채는 할머니가 신을 모시는 집.

 

신을 모시는집은 거주하는 집이랑 멀지않은곳에 있었는데,

 

그집 대문을 연다거나 얼쩡거리기라도 하는날엔 혼쭐이 났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식구들이 거주하는집.

 

두채 다 전형적인 한옥(기와집?)이긴 하지만 역시 거주하는 집이 훨씬 컸어요.

 

울엄마가 어렸던 시절에는 식구가 20명이 넘었다고하니.. 집크기가 짐작이 되시겠지요.

 

전형적인 옛날집인지라 안채, 바깥채, 행랑채 등등 공간이 철저하게 분리되어있고

 

행랑채에는 저희 할머니와 연배가 비슷하신 할머니가 한분 계셨어요.

 

'행랑어멈'이라고 불리우시던 그할머니는 울엄마가 어린시절부터 집에서 함께 사셨대요.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이상으로 가까운 관계랄까.

 

저희 할머니는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으셨다고해요.

 

물론 외할아버지 이하 다른 식구들은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셨구요.

 

같이 사시던 행랑할머니(본인은 그렇게 불렀음)는 집안의 모든 살림을 관리(관장?)하셨대요.

 

본래 같은동네분이였던건 아니였고. 울엄마는 기억도 못할만큼 어렸던시절에..

 

남편과 자식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여기저기 떠돌던 행랑할머니가

 

저희외가 대문을 두드리셨대요.

 

밥한끼만 얻어먹을수없냐.. 라는 행랑할머니의 말씀에 문을 열어드린 울엄마의 큰고모는

 

비어있던 행랑으로 모시고 밥상을 차려드렸다고하네요.

 

밥을 다드신 행랑할머니가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려던때, 신집에 계시던 저희 할머니가

 

대문을 열고 들어오시더니 밑도끝도없이 '가지마시게.'라고 한마디한것이 인연이된거죠.

 

어린시절 외가에 가면 대문앞에 항상 행랑할머니가 기다리고 계셨어요.

 

외할머니의 사랑과는 다른 사랑이랄까..

 

물론 외할머니도 더없이 사랑해주시는게 느껴졌지만 그사랑은 엄격하고 권위적인 사랑이랄까.

 

반면 행랑할머니가 보여주신 사랑은.. 울고떼써도 다받아주시겠거니.. 라는 믿음직한 사랑.

 

제가 외가에서 방목되며 동네개처럼 뛰어놀고있던 어느날.

 

외할머니가 계시는 안채를 들여다보니 할머니가 바느질을 하고 계셨어요.

 

아.. 평소에 할머니가 바느질을 한다거나 부엌일을 하는걸 본게 그때가 처음이였어요.

 

무거운 표정을 하고 한땀한땀 바느질을 하시던 할머니는 하던 바느질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들어가셨어요. (이것역시 어린마음에 놀라웠을뿐)

 

아직도 있는 아궁이에 커다란 솥을 걸고 이것저것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시던 할머니.

 

평소에 음식준비가 되면 외할아버지상부터 차리는게 순서였지만 그날은 그러지않았어요.

 

상위에 하나하나 그릇들이 놓이는걸 보고

 

'할머니~ 할아버지 진지드실 준비 되셨나고 여쭤볼까?' 라고 물었지만

 

'아니다. 오늘은 할미랑 행랑할멈부터 먹는날이야.' 라고 말씀하셨어요.

 

나도 배고픈데... 라는 말을 억지로 삼키고 부엌가에서 서성거리는데도..

 

할머니는 다차린 상을 들고 행랑으로 가버리셨어요.

 

두분이서 식사를 하신후 할머니는 다시 안채에서 바느질에 열중.

 

저는 행랑채로 뛰어들어가 행랑할머니 무릎을 베고누워 놀았던것같아요.

 

(본인은 기억이 안나지만.. 나중에 들은 외할아버지말씀으로는 행랑채에서 잘놀던 본인이

 

경기를 하며 울어제꼈다고함. 외할아버지가 어르고달래서 겨우 눕히고 재웠다고하심.)

 

그리고 잠에서 깼을때.. 하늘은 깜깜한게 분명 밤이였는데 집안에 사람이 많이 있는것같았어요.

 

옆에는 아무도없고 무서운 마음에 문을 열어보니 마당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었구요.

 

얼른 방문닫고들어가라. 라는 외할머니의 한마디에 깨갱한 본인은.. 그냥 그렇게 날을새버렸어요.

 

날이 밝아오자 엄마, 이모들, 외삼촌들이 속속 집으로 모이시더라구요.

 

어른들의 말씀으로 들었어요.

 

행랑할머니가 지난밤에 돌아가셨다고.

 

울엄마, 이모들, 삼촌들 학교다닐때 교복다려주신것도. 도시락 챙겨주신것도.

 

시집장가갈때 외할머니대신 펑펑 울어주신것도.. 전부 행랑할머니셨거든요.

 

엄마와 이모들이 마당에 주저앉아서 곡을 하며 울었어요.

 

집에서 장례를 치르고.. 염을 한후 마지막인사를 할때.

 

(원래 어린아이는 허락하지않는다고함. 외할머니의 말씀으로 행랑할머니께 인사할수있었음)

 

외할머니가 손에서 놓지않았던 바느질거리가 뭔지 알게됐어요.

 

행랑할머니가 마지막으로 입고가실 수의였네요.

 

돌아가셨다.. 라는게 실감이 나질않아 옆에서서 행랑할머니 얼굴만 쳐다보고있을때.

 

외할머니가 행랑할머니 가슴에 손을 얹고 말씀하셨어요.

 

'먼저간 자식들이 부르고있으니 어서 가시게..

 

다음생에 또 만나게될테니.. 그때는 내가 자네에게 맛난거좋은거 많이 해드리고싶네..'

 

그렇게 행랑할머니는 꽃상여타고 눈물배웅받으며 멀리 가셨어요.

 

장례치르는 며칠동안 식음전폐하며 울던 엄마와 이모들은

 

행랑할머니를 묻어드리고도 계속 울었어요.

 

'다시 만나게될텐데 뭘그렇게 울어대냐? 희야, 너 나중에 나죽고나면 잘봐둬라.

 

니엄마랑 이모들이 지금처럼 우는지안우는지 잘보고 바로 할미한테 일러다오.

 

울거면 저쪽 별당에 가서 울어라. 묻힌 사람이 다시 뛰어나오겠구먼..

 

그리고 니들 계속 울꺼면 밥이나 먹고울어라!'

 

할머니의 말씀에 엄마와 이모들은 밥을 먹으며 우셨던.. 기억이.. ^^;;

 

박군이랑 놀러갔다 오는길에 외가에 들러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행랑채를 보니

 

친손녀처럼 예뻐해주셨던 행랑할머니생각을 안할수가없더라구요.

 

좋은곳으로 가서 자손분들과 잘지내고 계실거라 믿습니다.

 

 

 

 

음..며칠전에 외가에 갔으때도..어김없이 찾아온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고계시던 할머니.

 

어릴적부터 외가에는 사람들 발길이 끊이질 않았어요.

 

할머니가 친히 신집문을 열어주시며 같이 들어가는 사람도 있었고

 

소금세례를 퍼부으시며 쫓아냈던 사람(예를 들어 정치인)도 있었고

 

말한마디없이 밥먹이고 하루재운후 돌려보내는 사람도 있었네요.

 

저희 외가부엌 아궁이에 제일 큰솥에는 사골(곰국)이 떨어지는 날이 없었답니다.(지금도)

 

특히 아이손을 잡고 '아이가 뭐에 씌인것같아요ㅠㅠ' '아이가 밤에 헛것을 보고 잠을 못자요ㅠㅠ'

 

라며 찾아오는 아이엄마들도 많았구요.

 

할머니는 아이얼굴을 대충 본후 신집이 아닌 거주하는집으로 데리고들어가 상을 차리셨구요.

 

상위에는 항상 뽀얀 곰국한대접, 고봉밥한그릇, 소금, 백김치.

 

아이엄마와 아이것 두그릇씩을 올려두고 마루에서 밥을 먹이곤 하셨어요.

 

묻지말고 주는밥이나먹어라. 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대부분 말없이 그릇을 비워내셨던것같아요.

 

밥다먹었으면 아이랑 바람이나 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라고 말씀하셨던 할머니.

 

아이엄마에게 집뒷편산을 가리키며

 

'야트막한 동산이니 아이데리고 한바퀴도는데 오래걸리지않을거야.' 라고 일러주시곤하셨죠.

 

하지만ㅋㅋ 집뒷산은ㅋㅋ 보기와는 달리 만만한산이 아니였어요.

 

점심먹고 올라간 사람들이 저녁때가 가까워져야 다리를 달달 떨며 내려오곤 했으니까요.

 

겨우 산에서 내려온 아이엄마중에 눈을 부릅뜨며 할머니에게 항의하는 분도 계셨어요.

 

'야트막한 뒷동산이라더니! 봐달라는 점은 안봐주고 사람 쌩고생시키네!' 등등..

 

차마 대놓고 그런말을 못해도.. 얼굴에는 '힘들다 or 어이없다' 라고 뚜렷하게 써있었어요.

 

그럴때마다 할머니는

 

'저녁상도 봐줄테니까 저녁도 먹어라. 저녁먹고나서는 아이손잡고 앞에나가서 좀 걷고들어와.

 

앞에는 딱보이지? 저긴 산도아니고 평지라 걷는데는 무리없어.'

 

그러면 아이엄마들은ㅋㅋ 또 아무말도 못하고 주는밥먹고 아이손잡고 동네한바퀴ㅋ

 

그렇게 또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할머니는 빈방에 이부자리를 깔아주고 방으로 들였어요.

 

'왜 점은 안봐줘요?' 라는 항의성질문을 쏟아놓으면

 

'니자식 밤에 잠못자고 헛소리하고 헛것본댔지? 오늘밤에도 잠설치면 내일 봐줄테니까 일단자.'

 

라고 일소에 붙이고 방문을 닫곤 하셨어요.

 

다음날이 되면 정말 신기하게도ㅋㅋㅋ

 

아이엄마는 일찍 일어나 마당을 서성이거나 얼쩡거려도.. 문제가 있다고 했던 아이는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깊은잠에 빠져 할머니가 주시는 아침상도 못받기 일쑤였어요.

 

간밤의 항의(!)는 온데간데없이 할머니치마자락을 붙들고

 

'할머니.. 어떻게 하신거에요? 부적쓰신거에요? 혹시 밤에 방문앞에서 기도하셨어요?'

 

라는 얼토달토않은 질문들은 쏟아놓던 아줌마들..

 

'무당이라고 다 칼춤출줄 알았냐? 내가 낳아서 장성한 자식이 여섯이야.

 

아이가 몸이 시원치않아 밥좀 적게먹고 잠깐 누울라치면 호들갑떨면서 이불밑에 감춰뒀지?

 

넌분명 여기데리고오기전에 병원에도 갔다왔을거고.

 

병원에서 이상없다고 하니 이리로 데리고왔겠지.

 

아이가 크면서 한번쯤 잠설칠수도있다. 그럴수록 햇빛도 많이받고 뛰게해줘야지.

 

별거아닌걸로 애미가 벌벌떨때 벌써 그애미는 자식한테 책잡힌거야.

 

니자식 지금 세상모르고 늘어져라 자고있는거보면서 무슨생각드냐?

 

내눈으로봤을때 니자식한테 들러붙은거없어. 있으면 두들겨패서라도 떼줬을거야.

 

방정떠는 엄마덕에 어제 아이가 산타고 걷느라 고생좀 했겠구먼.

 

식기전에 아침상비우고 얼른 집에나 가라.'

 

쓸데없는 일로 신을 귀찮게하지말아라. 라는 말을 저렇게 몸소 실천하신 할머니ㅋㅋ

 

정말 어릴때부터 셀수없이 찾아왔던.. 아이를 대동한 엄마들은ㅋㅋ

 

할머니의 마지막 레파토리가 끝나면 허무하고 어이없고 웃긴ㅋㅋ다는 표정으로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곤했어요.

 

(위의 얘기는 할머니의 어떤 능력과는 관련없는 그냥 생활의지혜?정도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오)

 

물론.. 안타깝게도 찾아오는분들중에 엄한거(할머니표현)달고 오시는분들도 많았더랬지요.

 

그런분들이 대문간에 들어서면 할머니는 가장 할머니다운 액션을 취하셨구요.

 

뭐.. 이얘기까지하면 스크롤바가 먼지가되어 사라질것같기에..

 

궁금해하는분이 계시면 다음기회에 풀어놓도록 하겠습니다.

 

쓰다보니 주절주절 길어져버렸네요.

 

돌쇠한테 사발면얻어먹으러 나가봐야겠습니다ㅋ

 

뿅.

 

 

 

From_http://pann.nate.com/b319699362

[네이트판 - 흠냐]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8

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달아주신 댓글들중에 이런내용이 있었어요.

'마님 왜 안오시나요. 돌쇠랑 데이트하시나요?'

저 이거보고 육성으로 '헐!' 이라고 외쳤어요..

저 남자친구랑 놀러갔다온거 어떻게아신거죠?ㅋㅋㅋㅋㅋ

제남자친구 별명은 어떻게아셨구요?ㅋㅋㅋ

혹시 절 아시는분인가요?ㅋㅋㅋㅋㅋ

쨌든, 남자친구(이하 박군)와 여행다녀온후 또다시 댓글보며 껄껄 웃어댔습니다.

그리고 달아주시는 악플들도 잘읽어봤어요.

전.. 그냥 무시하겠습니다. 이건 제가 쿨한여성이여서가 아니라.. 그냥 바쁘고 단순해서인걸로..

 

 

 

위에도 썼든 저에게는 남자친구(이하 박군)라는 생명체(!)가 있어요.

 

20살때부터사귄, 길게도사귄, 징그럽게 싸우면서 사귄. 그런존재.

 

제친구들이 지어준 '돌쇠'라는 별명이 이름보다 더 잘어울리는 대한민국 30대남성.

 

박군. 지금은 어엿한 CEOㅋㅋㅋ지만 박군에게도 회사직원이였던 시절이 있었어요.

 

제가 대학4학년이였을때, 박군은 이미 졸업을 해서 (나보다 연상) 취업을 했어요.

 

사무실에만 앉아있는 사무직이 아니였던지라 수습기간이 끝난직후 회사차량 지원.

 

그때만해도 저랑 박군 둘다 차가없는 뚜벅이였거든요.

 

업무시간에만 차량을 지원해주는게 아닌, 그냥 자차처럼 출퇴근때나 주말에도 편하게 쓰시라던

 

前박군네 사장님의 아량에ㅋㅋㅋ 박군은 입이 귀에걸린채로 저희학교앞으로 차를몰고왔어요.

 

드라마에서처럼 멋있게. 운전석문을 반쯤 열고 비스듬히 기대서서.

 

'왔어?'라고 댄디하게 말하고싶었겠지만.. 다시한번 현실은 시궁창ㅋㅋ

 

박군아.. 니가 차한테 기대어서있으니까 내가괜히 차한테 미안해지는구나.. 라는 말을 삼키며

 

박군을 얼른 차안에 쑤셔넣었어요.

 

'오~ 회사업무차량이래서 똥차 상상했는데 꽤괜찮네?'

 

'희야, 사장님이 드디어 나를 인정해주시나봐ㅋㅋㅋ'

 

이런 쓰잘데기없는 대화를 나누며 차가생기면 꼭 가보고싶었던 자동차극장ㅋㅋㅋ으로 직행.

 

학교주변에는 자동차극장이 없었으므로 서울시내를 달리고있는데.

 

가끔씩 차가 방지턱을 지날때처럼 덜컹, 덜컹.

 

스스로 베스트드라이버를 자처하던 박군이였지만 아직은 미숙할수도 있겠다생각했어요.

 

'방지턱지나갈때 브레이크 살짝 안밟을거야? 뭔운전이 이딴 개매너야?'

 

'아.. 그랬나? 미안미안ㅋㅋㅋ 잘모실게ㅋㅋㅋ'

 

넉살좋게 웃는 박군에게 더이상짜증은 무리인지라 그냥 별말없이 자동차극장으로 향했어요.

 

티켓을 사고 먹을것도 사고 라디오주파수를 맞춰놓고 스크린을 주시.

 

어? 이거뭐지? 뭔가어색한데.. 라며 앞유리를 쳐다봤는데..

 

차가 박군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있었어요. (박군과 본인의 몸무게차이는30kg넘게차이남;;)

 

'오빠, 살좀빼야겠다. 키만믿고 관리안하니까 차가 힘들어하잖아ㅋㅋㅋ'

 

'뭔소리래?'

 

'차가 오빠쪽으로 기울었잖아. 타이어 펑크나는거 아니야?ㅋㅋㅋ'

 

'괜찮아. 난 돌쇠니까ㅋㅋㅋ' 라는 주접을 쌍으로 떨어가며 일단 영화에 집중.

 

영화를 다보고 집으로 가는길에도 잊을만하면 덜컹, 덜컹...

 

그날은 그냥 그렇게 집으로 들어갔어요.

 

샤워를 하고 집에도착한 박군이랑 짧게 통화하고 잠자리에 들었네요.

 

눈을 감자.. 꿈에 보이는건 어떤처음보는 도로와 그옆의 인도.

 

어떤 화가난 남자가 절 죽일듯이 쳐다보고 있었어요.

 

이어지는 말싸움, 몸싸움. 그리고 앞은 깜깜하고, 온몸이 불에댄듯 뜨겁고 아프고.

 

그러다 잠에서 깼어요.

 

새벽3시쯤이였을까. 다시 잠을 청했는데 또같은장소 같은 상황.

 

좀전의 꿈과 달라진게 있다면 좀더 시야가 넓어진것같달까..

 

도로의 일부와 인도의 일부만 보였던게 꿈이 반복될수록 점점 더많이보이기시작했어요.

 

옆에 지나가던 자동차, 지나가며 수근대는 사람들까지 전부 보일정도로요.

 

며칠을 같은꿈을 반복하며 드디어 꿈에서 보인건 흰색자동차.

 

남자친구회사차였어요.

 

잠에서 깬후 정신을 가다듬고,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오빠 일어났어?' (그날은 일요일이였음. 박군이 꼴에ㅋㅋ 나운전가르쳐준다고 했던날.)

 

'응~ 쫌만 기달려~ 오빠씻고 금방갈게.'

 

집앞으로 픽업하러온 박군의 차에 올라타서, 차가없는 공터로 향했어요.

 

제가 운전석으로 박군은 조수석으로.

 

옆에서 쉴새없이 쫑알대며 강한 리액션을 뿜어내고있는 박군.. 조용히좀해봐..

 

역시나.. 차는 또 운전석쪽으로 기울어져있었어요.

 

'오빠, 타이어 공기압같은거 다 체크하고 타는거지?'

 

'응. 이거 세워둔지 좀 된차라 사장님이 키주시기전에 같이 카센터가서 한번 싹 손봤지. 왜?'

 

'눈은 왜달고다녀? 정면좀 쳐다봐. 차가 어느쪽으로 기울었는지.'

 

'...............................아.'

 

박군은 잠시 입을벌리고 앞유리만 쳐다보고있었어요.

 

'타이어에 문제가 있는거겠지.. 아니면 다른문제라도..' 라고 어색하게 말을 마치던 박군.

 

(이때는 이미 박군과 꽤오랜시간 연애했기때문에 박군도 나란인간에 대해 대충은 알고있었음.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상남자 박군은 항상 그런현상을 외면하려는 제스쳐를 취해왔었음)

 

'그래. 타이어든 뭐든 문제가 있는거면 손을 봐야지. 그리고 나 할말있어.'

 

라고 말을 시작하여.. 저는 며칠간 꿨던 꿈이야기를 박군에게 털어놨어요.

 

묵묵히 듣고있던 박군. 그리고 말을 마친 본인.

 

일전에 박군이 제얘기를 무시하다 크게 다친적이 있는지라.. 박군도 심각해지는것같았어요.

 

그냥그렇게 별말없이 앉아있다가 또다시 집으로 출발.

 

어김없이 덜컹, 덜컹.. 집앞골목도 아니고 학교앞도 아닌데 계속 덜컹, 덜컹..

 

'오빠, 방지턱지나갈때 브레이크좀 밟으라니까. 차가너무 흔들리잖아.'

 

'지금 방지턱 안지났거든? 난 덜컹거리는거 모르겠는데 넌왜 예민하게구냐?'

 

..... 꿈얘기와 차문제로 얘민해져있던 본인과 박군은ㅋㅋ 그날도 어김없이 파이팅.

 

그렇게 인사도 안한채ㅋㅋ 박군과 저는 각자 집으로 귀가.

 

며칠을 핸드폰만 쳐다보며 한숨쉬며.. (이때도 꿈은 계속되었음)

 

자존심에ㅋㅋ 절대 먼저 연락하지않겠다고 이를 갈며ㅋㅋ

 

지내던 며칠후, 박군에게 전화가 왔어요.

 

'희야, 나할말있는데. 오늘 집앞으로 갈까?' 며칠쌩까고 인사도없이 본론부터 쏟아놓은 너란남자.

 

'나오늘바빠.' 연락와서 뛸듯이 기쁘면서도 도도한척 하는 나란여자.

 

'꼭니가들어줘야하는말이야. 너한테밖에 이런말 못해.'

 

아.. 무슨일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에 자존심은 곱게접어두고.. 박군과 저녁때 집앞에서 만났어요.

 

그리고 박군이 털어놓는 얘기는.

 

그주 월요일부터 거래처담당자들과 다이렉트로 업무를 분담하게되어,

 

거래처사람들과 인사도 시켜줄겸 하여 조수석에 과장님을 모시고 일을 하러 다녔대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인사도 하고. 하루종일 운전하느라 허리가 뻐근해질때쯤.

 

'ㅇㅇ씨(남친), 운전 너무 와일드하게 하는거 아니야?' 라고 옆에타셨던 과장님이 얘기하더래요.

 

박군은.. 상사를 옆에 태우고 운전한다는 중압감ㅋㅋ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운전했다고해요.

 

방지턱브레이크로 짜증내던 본인의 얼굴을 떠올리며ㅋㅋ 정말 조심스럽게요.

 

'아.. 불편하셨어요? 최대한 주의한다고 했는데.. ^^;; 죄송합니다~ 부드럽게 몰게요~' 라고

 

박군은 과장님께 말씀을 드렸대요.

 

그리고 그다음날도.. 역시 과장님은 운전지적.

 

오전부터 시작된 운전지적에 짜증이 치밀어오른 과장님은 박군에게 자리를 바꾸자고하셨고

 

그렇게 박군은 조수석으로 쫓겨나 과장님이 운전하시는 옆자리를 지켰대요.

 

근데이게뭔가.. 분명 전방엔 흠없이잘닦여있는 아스팔트만 뻗어있는데..

 

잠시 딴생각할라치면 덜컹.. 또 잊을만 하면 덜컹..

 

박군은 그때느꼈대요. 차가뭔가 밟고지나가는 느낌이라는걸.

 

그리고 정비소에 부탁드려 다시 살펴본 차임에도.. 어김없이 운전석쪽으로 기울어져있는 차.

 

박군은 그때서야 본인의 말과 꿈을 떠올렸다고하네요.

 

한심하게 바라보는 제눈길을 외면하며 '희야.. 너눈좀그렇게뜨지마.. 눈알 튀어나올거같애;;'

 

제가 정색하며 입을다물어버리자..

 

'금요일에 우리회사 회식한대. 사장님이랑 부장님이 빈말아니라 여자친구 꼭!꼭! 데려오랬어.

 

참치먹으러간대. 너참치좋아하잖아. 그날 데릴러올테니까 기분좀 풀어~'

 

라고 덩치에 어울리지않는 애교를 피워대는 박군에게 그냥 웃어보이고 집으로 돌려보냈어요.

 

그리고 금요일.

 

집앞으로 데릴러온 박군의.. 그 문제의 차에 올라타서 회식장소로 이동.

 

사장님 이하 여러직원들이 환호하며ㅋㅋㅋ 반겨주시는 자리틈에 끼어앉아 참치를 바라봤어요.

 

대학졸업반이라고 말씀을 들으신건지, 앞으로의 계획을 심각하게 물어보시던ㅋㅋ

 

사장님과 이사님의 물음에 성실히(?) 대답하며, 참치와 술과 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갈때.

 

박군을 운전치라고 구박하던 과장님이 얼큰하게 취한 얼굴로 말을 시작했어요.

 

'ㅇㅇ씨 다좋은데 운전은 다시 배워야겠어~ 젊은혈기도 좋지만 운전그렇게하면

 

여자친구 도망갈껄? 그쵸? 여자친구분~'

 

다른직원분들은 '왜? 운전할때 어떻게했는데?' 라며 다들 웃으며 다음얘기를 기다리는 분위기.

 

이미 취하신 과장님은 'ㅇㅇ씨가 운전할때 옆에서 절대잠못잘껄? 차가 얼마나 흔들거리는데..

 

바퀴밑에 짱돌이라도 박고다니는건지원;;'

 

라고 뒷말을 이어가셨고.. 그말이 끝나자마자 몇몇직원들은 입을 다물어버렸어요.

 

황급히 다른얘기로 화제를 돌리시는 사장님,

 

그리고 술을 퍼부어주시며 목소리를 높이던 이사님.

 

술이 확깨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박군도 느꼈을까? 하고 옆을보니 그대는 이미 불타는고구마;

 

그렇게 어영부영 회식자리가 끝나고 고주망태가 되버린 박군을 집에 던져주고 저도 귀가.

 

더욱 또렷해진.. 같은꿈을 꾼후 아침에 박군을 깨워 불러내 이것저것 물어봤어요.

 

'위험한차 타고다니느니 차라리 사장님께 면담을 요청해서 터놓고 물어봐.

 

나계속 꿈꾼단말이야. 월요일에 출근해서 사장님 스케쥴대충 파악한다음에 여쭤보라구.'

 

박군에게 딱잘라서 말했어요.

 

'근데.. 단순히 꿈얘기라고하면서 말하면 나 미친놈되는거 아니야?'

 

'오빠는 지금도 미친놈이야. 헛소리한다고 짤리면 내가얼른 취업해서 벌어먹일테니까 걱정마.'

 

그리고 월요일에 박군은 사장님께 잠시 시간을 내어주십사, 요청했고 사장님은 승낙하셨어요.

 

사장실에 마주앉아, 박군은 차를 처음 탔을때부터 여자친구의 꿈, 느낌, 과장님의 말씀등

 

하나도 빼놓지않고 전부다 말씀을 드렸대요.

 

미친놈이라 비웃으실 사장님의 말씀을 기다리던 찰나, 사장님이 박군을 똑바로 쳐다보더래요.

 

'그차, 사고났던 차야.'

 

박군이 입사하기전. 그차를 몰고 출장을 갔던 직원이 있었대요.

 

어느 인도옆 도로를 지날때쯤 갑자기 인도에서 젊은여자가 뛰어들었다고해요.

 

직원이 손을 떨며 차에서 내렸을때.

 

단순히 부딪힌게 아니라 여자의 몸이 차밑에 깔려있었다고해요.

 

정신줄을 억지로 챙겨잡으며 경찰과 보험회사등을 불러 수습을하고..

 

직원이 운전할당시 규정속도, 앞차와의 간격, 주변 CCTV, 주변사람들의 목격까지.

 

사람이 다친건 너무나 큰일이지만 법률상 그직원의 과실은 거의 없는걸로 결론지어졌대요.

 

사고후에 경찰서에서 들은얘기는.

 

인도에서 크게 싸우던 그여자와 어떤남자.

 

그남자가 여자를 차도쪽으로 밀친건지, 아니면 여자가 홧김에 차도로 뛰어든건지..

 

그남자는 경찰서에서 한마디말도 못하고있다는 얘기.

 

직원은 다친여자분께 너무나 죄송한마음에 병원으로 찾아갔지만 면회가 안된다는말뿐.

 

가족이라도 만나봐야겠다고 병원에도 경찰쪽에도 울며 사정했지만

 

이상하게도 여자의 가족을 찾을수도, 가족이라고 나타나는 사람도 없다는말뿐.

 

회사일하다 사고가 난거라 사장님도 편치않은 마음에 여자분이 입원했던 병원으로

 

몇번씩 찾아가도 항상 면회는 안되고 보호자도 없다는말만 듣고 돌아왔었다네요.

 

그리고 그 직원은 끝내 퇴사를 했고 그차는.. 폐차시켜버리기엔 너무나 멀쩡했기에

 

그냥 회사차고에 넣어두는걸로 일단락지어졌다고하네요.

 

여자분이 잘 회복을 했는지, 아니면 먼곳으로 가신건지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으셨대요.

 

그리고 다른차 리스해줄테니까 차키 반납하고, 말안나오게 조심해달라는 당부만 하셨구요.

 

퇴근하고 집으로 찾아온 박군의 말을 듣고.

 

전 막연히 여자분이 돌아가셨다고 생각했어요.

 

스무살이 지나고나서 눈에 들어오는것들중 가장 마음이 안좋았던건

 

괴롭게 다치거나 죽을 위기에 처해졌던 그 상황을 끝없이 반복하는 영혼들이었으니까요.

 

수명을 다하여 돌아가시는분들과는 달리 어떤특정행동을 끝도없이 반복하는모습이란..

 

꿈에서 제가느꼈던 깜깜함후의 고통은 어쩌면 그여자분이 사고당시에 느꼈던 거겠죠.

 

그리고 끊임없이 덜컹거리던, 한쪽으로 기울어져있던 자동차도 마찬가지구요.

 

새차를 들여온후 사장님은 박군에게 '사장이랑 1:1로 술한잔하자' 라고 청하셨대요.

 

박군은 그자리를 빌어 '황당무계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씀드렸고

 

사장님은 '너무 일에만 치중하다보니 딴거엔 신경을 못썼네. 내 불찰이야.' 라고 대답하셨대요.

 

그후 기독교셨던 사장님은 교회목사님을 사무실로 모셔서 기도 후 차고에도 같이 내려가

 

한참을 보내다가 목사님을 배웅해드렸다고해요. 사장님 나름의 믿음으로 행동하신거겠죠.

 

그리고 박군은 사장님의 노예로 또 본인의 노예로 거듭나 회사생활을 열심히 하다가

 

사장님의 도움으로 지금의 회사를 차리게 되었구요.

 

어느순간부턴가 제번호는 어떻게 알아내신건지.. 자꾸 저한테 꿈해몽을 부탁하시는 사장님.

 

전 항상 '그냥 교회가서 기도하세요.' 라고만 말씀드리지만ㅋㅋ

 

지금까지 사장님께서 저에게 물어보셨던것중에 제촉이 발동된일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렇게 짧게만 대답했던걸.. 어쩌면 알고계실거라 생각합니다.

 

일면식없는분이 돌아가셨다고 들었을때 혹은 생각될때.

 

큰정성이 아닌. 그냥 잠깐자기전에 '좋은곳으로가세요.' 라고 혼자 중얼거리듯 인사를 하는것도

 

외롭게 돌아가셨을지도 모르는 어떤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들다 신기하다고쳐다보는 내눈 예쁘다고 말해주는 박군.

 

내 지랄맞은 성격 받아줘서 고마워. 사................. 사................................ 사발면사줘 -_-

 

뿅.

 

 

 

From_http://pann.nate.com/b319690707

[네이트판 - 흠냐]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7

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마님.. 이라고 불러주시는 댓글들보고 또 혼자 껄껄웃다 글씁니다ㅋㅋㅋ

 

역시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

 

각자 다른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처음보는 친구들과 만나는 일이 생기게 되지요.

 

저또한 그랬구요.

 

같은 중학교를 나온 친구들도 많았지만 처음보는 친구들도 많았기에 서로 눈치(?)보고

 

파악하느라 학기초는 항상 흥미진진ㅋㅋ했던 기억이 있어요.

 

전 운좋게도 중학교시절베프(희주:가명)와 같은학교 같은반ㅋㅋ

 

그리고 여중에서 진학한 은영(가명)이, 지방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세라(가명).

 

저, 희주, 은영, 세라. 이러렇게 4명이 똘똘뭉쳐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게됐어요.

 

아름다운ㅋㅋ 고등학교생활을 꿈꿔왔지만.. 현실은 어김없이 시궁창ㅋㅋ

 

1학년 입학과 동시에 전원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학교는 아침급식부터 시작했거든요.

 

학교에 7:20 까지 등교. 등교후 급식실로가서 아침먹고 오전수업. 점심먹고 오후수업.

 

또 급식실에 가서 저녁먹고 자율학습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그걸 어떻게 버텨냈는지원;;

 

잠자는 시간빼고 항상 붙어있던 친구들이라 더 각별하게 느껴졌던것같아요.

 

원래부터 잘알고지내던 희주는.. 그냥 얼굴만봐도 모든게 다 보인달까ㅋㅋ

 

포커페이스와는 정반대로가는 인생이기에 일단 이글에서는 잠시 킵ㅋ(이글읽으면 전화해 쟈기♡)

 

은영이는.. 장래희망이 '모델'. 정말 모델이라는 말이 딱! 어울려떨어지도록 늘씬한 기럭지와

 

신이내린 몸매를 소유한 여성이였어요. (내가 지금까지 너 올려다본거 생각하면ㅠㅠ)

 

경상도 출신인 세라는 초귀염페이스에 조용조용한 여성.

 

아침부터 저녁까지 삼시세끼같이먹으며 붙어다니다보면 서로 프라이버시따윈 없어지죠ㅋ

 

은영이는.. 모델이라는 꿈에 걸맞게 몸매관리에 열심이였어요.

 

아침 두숟가락. 점심 세숟가락. 저녁 한숟가락. 이정도의 식사로 하루를 버텨내던 독한년ㅋ

 

그리고 세라는.. 애교넘치는 경상도 사투리를 컴플렉스로 여긴지라, 거의 말이 없었네요.

 

세라. 세라.. 교실에 처음 희주랑 팔짱을 끼고 들어왔을때 세라는 혼자 창가에 앉아있었어요.

 

다른친구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떠들고있는와중에 세라는 창밖만 보고있었네요.

 

희주랑 눈빛을 주고받고 세라한테 말을 걸었어요.

 

'중학교 어디나왓어? ^^'

 

세라는 깜짝 놀란듯 우리를 한번 쳐다보곤 '나 이쪽에서 졸업한거아닌데..' 라고 말했구요.

 

그냥 말없이 앉아있던 세라의 모습과는 달리 막상 입을열고나니..

 

세라에게서 느껴지는건 惡.. 이라는 느낌. 두장의 흐릿한 사진속에 각기다른 얼굴둘.

 

악과 고통. 한참좋을 17살에게서 느껴지기 힘든. 느껴서는 안될 감정이 쏟아져나와서

 

저도모르게 몇발짝 뒷걸음질쳤던것같아요.

 

제가 뒤로 살짝 물러나자 희주가 다가가서 계속 말을 걸었어요.

 

'계속 혼자만 앉아있을꺼야? 저쪽에 혼자있는애(은영)랑 짝만들어서 우리넷이 붙어앉자.

 

희야(본인) 이년 싸가지는 나혼자 감당이 안되서ㅋㅋㅋ.'

 

희주가 주접(!)을 떨며 세라에게 말을 걸자 세라도 싱긋 웃었어요.

 

얼굴전체가 아닌 입꼬리만 살짝 들려올라가는 웃음.

 

쨌든, 세라를 데리고 은영이도 포섭ㅋ 그날부터 우리넷은 항상 붙어다녔어요.

 

은영이는 항상 몸이 좋지않고 헛것이 보이고 가위에 잘눌린다는 얘기를 했었구요.

 

세라는 별다른말없이 집안사정으로 혼자만 서울에 올라와 자취중이라고 했구요.

 

은영이는ㅋㅋ 염주, 부적 등등. 무속신앙을 맹신하셨던 어머니와 더불어ㅋㅋㅋ

 

주말이면 용하다는 점집이란 점집은 모조리 휩쓸고다니고 있었더군요ㅋ

 

남앞에 서는 직업을 선택해야 잘풀린다. 라는 어느 무속인의 말에 장래희망도 모델로 선택한년ㅋ

 

'나어젯밤에도 가위눌렸어ㅠㅠ' 라고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징징대던 은영이를 여러번본후

 

잠이부족하다며 책상위에 널부러진 은영이를 가만히 살펴봤어요.

 

고통. 고통.. 잠시생각하고있을때 세라가 들어와 은영이옆에 앉았어요. (우리가붙여놓은 강제짝ㅋ)

 

세라가 은영이옆에 앉는순간, 놀라울정도로 증폭되는 고통.. 거기에 악.

 

은영이는 아무문제 없었어요. 문제는 항상 조용하고 말없던 세라한테 있었던거구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운이란건 감기보다 전염이 빠르다. 라는 할머니의 말씀이 생각났어요.

 

따뜻하고 좋은 기운을 가진사람 옆에있으면 같이 웃게되고

 

음울하고 차가운 기를 가진사람과 가까이 하면 자기도모르게 오그라들게된다던 말씀.

 

근데 그정도가지고 은영이가 가위에 눌리고 헛것을 보는건 말도안될텐데? 라고 생각하는중에

 

희주가 들어와 우리를 급실실로 내몰았어요. 일단 잡생각떨치고 먹는거에 집중.

 

역시나 은영이는 먹는둥마는둥ㅋㅋ 우리는 그러거나말거나 쳐묵쳐묵.

 

그렇게 밤10시에 각자 인사하고 집에갔는데 엄마가 동생들을 재우고 쇼파에 앉아계시더라구요.

 

평소에 엄마와는 그런종류의 대화를 잘 안하는편이었는데. (일부터 그런주제는 피하는편)

 

그날은 엄마옆에 앉아서 친구들얘기를 풀어놨어요.

 

말없이 가만히 듣고만계시던 엄마는 '그런느낌 가진애랑 왜붙어다녀?' 라고 한마디.

 

'엄마. 세라 자체가 惡인게 아니에요.

 

세라스스로가 악한거면, 범죄자포스라도 풍겨야 되는거 아니에요?'

 

(본인과 모친이 가장 쿵짝이 잘맞을때는 티비에 범죄자몽타주가 공개될때임ㅋㅋ

 

우리모녀는 합심하여 진범 골라내기에 혈안이되곤했음. CSI돋넼ㅋㅋ)

 

평소 엄마말씀에 토탈지않는(못하는) 본인이지만 세라한테 느껴진건 확신이 있었기에

 

엄마말씀을 중간에 씹어먹고 열변을 토했어요.

 

'엄마, 내일 애들이랑 같이 집에올테니까 밥좀해줘요.' (차마 촉을 발휘해달란말따윈못함ㅠ)

 

엄마는 알겠다. 라고 짧게 대답하셨어요.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 가자마자 희주, 은영, 세라를 불러모아서 '오늘 야자제끼고 우리집가자.' 라고 말했어요.

 

우리엄마의 기를 잘알고있는 희주는 뒷걸음질을ㅋㅋ 은영이와 세라는 올레를ㅋㅋ

 

철두철미한 우리모친께서는 친히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가끔은 학교밖 교육도 중요한것같으니 딸포함 4명은 오늘 야자빼고 저희집에 집합시키겠습니다.'

 

라고 선생님께 쿨한 통보를 날리셨고ㅋㅋ

 

오후수업이 끝난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우리4명은 집으로 향했어요. (희주는 억지고 끌고감ㅋ)

 

엄마는 잔치라도 벌린것마냥 상다리가 휘어지게 음식차려놓고 기다리고계셨구요.

 

철근도씹어먹을 나이였기에ㅋㅋ 우리넷은 음식앞에 슬슬 정신줄을 놓기시작했어요.

 

'편하게들먹어라.' 라고 한마디하시고 울엄마는 뒤쪽으로 슬쩍 후퇴.

 

우리는 먹고마시고떠드느라 이성을 놓을때쯤.

 

엄마가 갑자기 우리쪽으로 오시더니 은영이의 등짝을 후려치셨어요.

 

'얘, 너 밥그렇게먹으니까 엉뚱한게 친구라고 달라붙는거다.'

 

응? 엉뚱한게 친구? 그럼 우리가 엉뚱하다는건가 -_-

 

넷다 엄마의 얼굴을 보고있는데 엄마가 한마디 더하셨어요.

 

'넌(은영) 엄한데가서 돈쓰고 시간날리지말고 밥이나 많이먹어라. 그게답이야.

 

그리고 너(세라)는 젊은애가 무슨뒤끝이 그렇게 길어? 삼년상끝내고 탈상이라도할꺼냐?'

 

엄마.. 앞뒤짤라먹지말고 알아듣기편하게 말씀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은영이가 멋쩍게 웃으며 엄마가 산처럼 쌓아두신ㅋㅋ 갈비찜으로 젓가락을 가져갈때쯤.

 

세라는 먹던 수저를 조용히 상위에 내려놨어요.

 

'아줌마. 저 아세요?' 세라의 차가운 한마디.

 

'그럼 넌 나 아냐? 그럼 니가 친구라고 붙어다니는 이것들 속을 다 안다고생각해?

 

너만 힘들고 너만 죽을거같지? 주접떨지말고 밥이나 퍼먹어라.

 

여기서먹는밥은 피가되고 살이될테니까.' (울엄마의 화려한 욕실력은 자체스킵했음)

 

세라는 끝내 다시 먹지않았어요.

 

우리도 분위기가 가라앉아 먹는둥마는둥 밥알만 세고있는데

 

방으로 잠시 퇴장했던 엄마가 다시 등장.

 

빛의속도로 밥상을 치워버리시곤 '니들일루와앉아.' 라고 명령.

 

거실 쇼파밑 카펫위에서 석고대죄라도하듯ㅋ 우리는 둘러앉았어요.

 

'너(은영). 느이엄마 핸드폰번호 여기다 적어라. 자세한건 어른들끼리 얘기할테니까

 

궁금하면 나중에 엄마한테 직접여쭤봐.'

 

은영이는 한치의 망설임도없이 연락처를 적어드렸어요. (너한테 있는건 겁밖에 없었지. 훗)

 

'넌(세라). 나랑 둘이서 얘기할래, 아니면 애들 있는데서 그냥 말해도되냐?'

 

엄마가 세라에게는 그나마 선택권을 주셨어요.

 

'전.. 상관없어요.' 세라가 힘없이 대답했구요.

 

'... 먹을수없게 덜익은 과일앞에 붙이는 글자가 뭔줄아냐? '풋' 이라는 글자야.

 

풋사과란 말 들어봤지? 그건 상품가치가 없는걸 말하는거야. 먹을거없는 거렁뱅이들이나

 

그런거 따먹지 돈있는 사람들이 그런거 먹겠냐? 남녀문제도 마찬가지다.

 

니가 한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냐, 풋사랑이라고 생각하냐?

 

일찍죽은 니동생한테 부모사랑 다 뺐겼다고 생각했냐? 그래서 철모르는 풋사랑에

 

아직도 목매고 너스스로 그렇게 살어? 그 풋사랑 지금여기 없다.

 

니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일찍 떠나는게 왜 니탓이라고생각하냐?

 

그거니탓아니야. 니동생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니 풋사랑이 어떻게

 

떠난건지도 지금은 안보여. 근데 그거 니탓아니야. 지금 아줌마가 하는말이 거짓말이면

 

나랑 내딸은 벼락맞을거야. 내말 어떻게생각하냐?'

 

엄마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놓으셨어요.

 

악과 고통.. 그건 세라가 스스로 만들어낸 기운이였겠죠.

 

세라밑으로 어린 동생이 있었다고해요.

 

동생은 고치기힘든병으로 오랜시간 병원에서 고통받다 천사가 되었구요.

 

세라의 부모님은 동생간호에 전념하신나머지 세라에겐 많은 애정을 쏟아주지 못하셨다네요.

 

그렇게 소외감을 느끼며 지낼때쯤.

 

어린나이였지만 의지할만한 남자친구가 생겼었대요.

 

사랑받는게 이런거구나.. 하고 안정을 찾아갈무렵 그 남자친구는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했구요.

 

버틸수없이 힘든 시간을 지내며 세라가 결정한건, '여기를 떠나자.'

 

세라가 전에 살던곳은 세라가 나고자란 고향이랬어요.

 

힘든기억만 남아있는곳이라 생각하여 부모님을 설득, 홀로 서울에 진학한거구요.

 

이런얘기를 세라는 조용히 꺼내놨어요.

 

엄마와 저희3명또한 조용히 듣고만있었구요.

 

'아줌마.. 그럼전이제 어떻게해야되는거에요?' 라고 말을 마친 세라가 엄마에게 여쭤봤어요.

 

엄마는ㅋㅋ 단1초도 생각안하시고ㅋㅋㅋ

 

'어쩌긴 뭘어째. 고등학생이라 다시 시골로 내려가는건 전학절차가 까다로울테고.

 

또 그건 니가 아직 힘들거같으니까. 우리집에 빈방많다. 너당장 부동산에 전화해서 방내놔라.

 

그리고 내일당장 니옷가지랑 책들 가지고 우리집으로 들어와.

 

희야동생들 있는거 알지? 시끄러워서 너혼자방구석에 쳐박혀 질질짤시간도 없어질꺼다.

 

너같은애는 혼자살면 안돼. 내딸년 눈한번 자세히쳐다봐라. 염라대왕이랑 맞절할년이야.

 

저년기센것도 내가 해주는밥먹으면서 저래된거니까 너도 밥먹여준다는사람있을때

 

큰절한번 넙죽하고 들어와. 애들아빠도 좋은사람이야. 걱정할거아무것도없다.'

 

..................엄마.. 나도 가족의 일원인데.. 내의견도 물어봐야하는거아니였을까..?ㅋㅋㅋㅋㅋ

 

그렇게 세라는 우리 가족이 되었답니다 :)

 

엄마의 설명은 들은 아빠는ㅋㅋㅋ 그날밤에 아빠차를 끌고 나와함께 세라자취방으로 직행ㅋ

 

파자마입고 입딱벌리는 세라를 차에싣고 책과 옷등 간단한 짐을 강탈ㅋㅋ

 

우리집으로 강제소환했어요. ^^;;

 

엄마는 세라의 부모님과 통화. 일은 일사천리로 마무리ㅋㅋ

 

주말에 같이 둘러앉아 밥을 먹을때면 깨작거리며 먹는 세라에게 엄마는 등짝스파이크를

 

선사하셨고, 세라는 악, 고통과는 점점 멀어지며 시도때도없이 웃어대는 미친년으로ㅋㅋ

 

업그레이드했었더랬지요.

 

그리고 은영이.. 은영이는ㅋㅋㅋ

 

엄마는 은영이의 어머님과도 친히 통화하셨어요.

 

'저 희야엄마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쓰잘데기없이 당골네(무당집) 쫓아다니다가

 

따님등에 걸귀업혀서 들어온거 모르셨죠? 누런종이에 빨간물감으로 그림그리면 그게 전부

 

부적인줄 아셨어요? 따님은 모델이랑은 거리가 아주 머니까 몸매관리 그만시키셔도됩니다.

 

그정도 기럭지면 머슴밥을 먹어야쓰겄구먼 ㅉㅉ..

 

엉뚱한 부적붙이고 '배고프다..배고프다..' 밤마다 노래를 하니, 걸귀가 안붙고 베겨요?

 

돈들이고 시간들여 엉뚱한데 쫓아다니지말고 정궁금한게있으면 소보루빵사들고

 

우리집으로 와요. 희주엄마도 조만간 놀러온댔으니까 애들엄마끼리 같이만나 얘기나합시다.'

 

.......................엄마는 그렇게 우리집을 아지트로 탈바꿈시키셨어요.

 

아줌마들의 아지트로. 우리들의 아지트로ㅋㅋㅋ

 

그리고 은영이는 모델의 꿈을 접고 건강한 여고생으로 귀환ㅋ

 

'희야~ 나 밥많이 먹고난뒤로는 헛것 안보인닼ㅋㅋ' ㅋㅋㅋ 귀여운년ㅋㅋ

 

세라가 우리집으로 들어온후 울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좋아하셨어요.

 

'드디어 집에 비율이 맞는구만ㅋㅋㅋ (아빠+남동생둘 남자셋, 엄마+본인+세라 여자셋ㅋㅋ)

 

그렇게 친구처럼 가족처럼 우리넷은 고등학교시절을 보냈고.

 

아직도! 징그럽게! 지겹도록! 얼굴맞대며 술잔을 기울이몈ㅋ 해피투게더ㅋㅋㅋ

 

이년들과 보낸 고딩시절에 신기했던일도, 슬펐던일도 많았지만.

 

본인이 미치지않고 엄마와 할머니말에 개처럼 충성하며 살아낼수있는건.

 

항상 곁에 있어준 친구님들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이년들이 글읽을지도모르니까 급훈훈마무리)

 

아.. 길어졌네요..

 

그리고 악플다는분들. 혓바닥, 손가락은 그럴때쓰라고있는게 아닙니다 ^^

 

눈에거슬리면 무시하는게 서로의 정신건강에 유익하다는걸 말씀드리고싶네요.

 

뿅~

 

 

 

From_http://pann.nate.com/b319645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