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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 흠냐]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6
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댓글들 달아주신거보면서 혼자 껄껄대다 급! 글쓰게되었어요.ㅋㅋ
앞에서도 언급했듯. 주변사람들이 저를 부르는 별명 혹은 애칭은 정해져있어요.
고양이, 마님, 마녀. 대충 이정도 -_-
이중에서 '마님'으로 불리게된일이 갑자기 떠올라서 ^^;;
본인이 중학교 졸업을 하고 고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했을때.
중학교때 친했던 친구들과 무더기(!)로 같은 학교에 진학하게된 본인은 무척 신났더랍니다ㅋㅋ
입학식, 반배정 등이 끝나고 배정받은 교실에서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기다리며 앉아있었어요.
교실앞문을 열고 들어오신 젊은(!!) 남자선생님.
평범한듯 훈훈한(?) 선생님이셨어요.
훈훈.. 한듯 하지만 눈빛이 매섭더라구요.
(본인이 나이를 더먹고느끼게된건데, 어떤 촉을 가진사람끼리는 서로 알아본다는 사실.)
젊은남자담임선생님의 등장에ㅋㅋ 저를 비롯한 여성동무들은 꺄오꺄오 환호를ㅋㅋ
남성동무들은 교실바닥만 주시했던ㅋㅋ
간단히 자기소개를 끝내신 담임선생님의 과목은 국사.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복, 새로운 친구들(본인의 중학교동창들이 학급의 3분의1이였음ㅋㅋ).
이래저래 적응하며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봄소풍가는날.
장소는 경기도에 있는 수목원과 근처에 있는 절(사찰).
어린 동생들 육아에 지쳐있는 울엄마를 배려하여 소풍도시락은 쿨하게 패쓰ㅋ
전부 교복을 입고오라는 지시(!)가 있었기에 그냥 평소와 다름없이 교복입고,
가방도 안메고 학교로 출발ㅋ 친절하게 본인의 도시락까지 챙겨준 친구의 팔짱을 꼭 낀채
학교에서 대절한 관광버스ㅋㅋ에 올라탔어요.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수목원에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친구들이랑 사진도 찍고.
여기저기 빨빨대며 싸돌아댕기는데, 반장이 뛰어와서 하는말이
'우리반 점심은 수목원말고 절에가서 먹는대~ 애들 이동할때 한꺼번에 같이가자~'
마침 배가고팠던지라 친구들과 무리속에 끼어 절로 이동.
조금 걸어가다보니 절이 보이더라구요.
국사담당이신 담임선생님께 절의 역사(?)를 대충 듣고나서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으려는데
멀리서 뛰어오신 다른반 선생님의 만류.
'여학생들은 교복입었으니까, 절마당말고 그 바깥쪽에서 먹이는게 나을거같은데요'
그렇지그렇지.. 본인의 학교는 여학생에게 바지교복을 허용하지 않았어요.
전부다 치마교복만 입게했었거든요.
아무리 나이가 어린 학생이라고해도, 젊은처자들이 치마를 입고 떼를 지어 절마당을 돌아다니면
수행을 하는 스님들에게 방해가 될수도 있겠다는게 그 선생님의 생각이였어요.
뭐.. 틀린말도 아니고, 절마당바로 뒤쪽에는 여러명이 편하게 앉아서 쉴수있는 공간도 있었기에
저를 비롯한 여학생들은 절마당뒤쪽으로 도시락을 들고 이동했어요.
친구들과 도시락을 펴고 둘러앉으니, 절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좋기도 했구요.
친구어머님의 음식솜씨에 감탄하며 이것저것 정신놓고 주워먹고 있을때쯤.
조용하던 사찰건물중 하나에서 웅성웅성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어요.
우리학교애들인가? 라고 생각하고 그냥 무시하려는데
기와집(?)같은곳의 문이 활짝 열리더니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우르르 뛰어나오시더라구요.
(우리가 절에 갔던 시간은 스님들이 수행하며 명상하는 시간이라했음.
그러므로 각별히 정숙해야한다는 선생님의 지시를 3421345960번쯤 들었던것같음;)
멀지않은곳에서 내려다보니 어떤스님한분을 다른여러스님들이 붙잡으려는듯 보였어요.
웅성웅성 스님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찰나,
팔다리를 붙잡혀있던 스님이 점심을 먹던 우리쪽으로 쏜살같이 뛰어오셨어요.
붙잡으려하던 다른 스님들도 일제히 따라오셨구요.
헐, 뭐야? 하면서 먹던 나무젓가락을 내려놓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스님을 멍하니 쳐다만봤어요.
저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도 멍하니 보고만 있는데 달려오신 스님이 우리들앞에 서시며
'마님, 저를 알아보시겠어요?' 라며 깊게 고개를 숙이며 합장을 하시더라구요.
마님? 마님? 사극에 나오는 그 마님? 하며 멍때리고있는데
그스님이 앞으로 한발짝 서시며 제두손을 덥썩 잡더라구요;
헐..... 뒤따라온 스님들은 그저 고개만 흔드시며 중얼중얼 불경을 외고계셨어요.
마님.. 난아직결혼도안했는데.. 하며 친구들을 둘러보니 친구들역시 멘붕;
그때 어디선가 담임선생님이 벼락같이 나타나서는 그스님의 손을 낚아채셨어요.
'스님, 왜이러세요? 학생한테 이러시면 안돼요. 내려가서 저랑 얘기하세요.'
하며 스님을 끌고 절쪽으로 내려가려 하셨어요.
그때서야 다른스님들도 거들어 저를향해 인사하시던 스님을 밑으로 모시고내려가셨구요.
'마님, 마님! 마님눈이 누구 눈인지 모르시겠어요?'
다른분들손에 이끌려 내려가시면서도 스님은 저를향해 저렇게 말씀하셨구요.
허... 이게뭔 자다봉창두드리는소리란말인가...
정신차리고 뒤를 돌아보니 친구들은 전부다 저를향해 시선집중.
'음.. 스님이 고기가 너무 드시고싶어서 망령이 나셨나부다..;' 라는 싸가지없는 말을 날리고
저는 베프팔짱을 끼고 밑으로 내려가버렸어요.
친구와 아무도없는곳에 쭈그리고앉아서 아무말없이 한숨만쉬고 있는데,
저희를 부르는 친구들 목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반친구들이 모여있는곳에 가니 담임선생님이 인솔하고 계셨고,
저를 뒤통수가 따갑다못해 뚫리는 기분을 느끼며 무리속에 섞여 관광버스에 올라탔어요.
저에게 아무말도 못거는 친구들을 무시한채 덜컹거리며 학교에 도착.
간단한 인사를 끝내고 해산하려는데 담임선생님이 저희반 여학생들만 교실에 모이라고 하셨어요.
'씨X.. 그냥 빨리 집에가고싶은데;' 나오는 욕을 억지로누르고 교실로 들어갔어요.
한두명씩 터덜터덜 자리에 앉으니, 담임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은
'니네, 오늘 절뒤편에서 스님이랑 희야(본인)랑 얘기한거. 소문내고다니지마라.
선생으로써, 어른으로써 그리고 니들 보호자로써 얘기하는거니까 내말잘들어라.
희야한테 이것저것 물어보지도마라.
만약에 이일로 수근거리거나 하는 사람생기면 니들 전부 졸업할때까지
죽지도 살지도 못할줄알어. 알겠어?'
헐. 담임선생님의 그런 단호한모습 처음이야 ;;
선생님의 기에 질린건지 친구들은 전부다 알겠다고 대답을 했고
저만 잠깐 남으라는 선생님의 말에 친구들은 전부 교실밖으로 나갔어요.
'희야, 너 아까 그스님 누군지 알아?'
'처음보는분인데요..'
선생님은 한숨을 쉬신후, 말씀을 꺼내셨어요.
선생님의 어머님이 현재 신을 받은 무속인이라는것. 선생님또한 어릴적부터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게 많았다는것. 반배정이 끝나고 처음 교실에 들어와서 본인의 눈을 보고
흠칫 놀랐었다는것. 등등..
속세에서 신을 받고 무속인의 길을 걷다가 신력이 약해지거나, 너무강한 신의 기에 눌려
몸이 상하거나 혹은 신의뜻을 어기려다 정신이 허물어진 사람들이 절로 찾아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것. 아까 그스님또한 분명 무속인이였을테고 뭔가를 확실히 봤을테지만 일부러
캐내어 물어보지않았다는것. (일부러 물어보지않았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감사..)
아주 빠르게 끝낸 선생님의 말씀에 전.. 그냥 할말이 없더라구요.
'희야, 니 눈. 누구눈닮은건지 물어봐도되나?' 멋쩍게 물어보시길래
'엄마눈닮았어요. 엄마는 외할머니랑 똑같으시구요.' 라고 말씀드리니
'그래. 알았다.' 라고 어깨를 두들리셨어요.
(나중에 울엄마한테 말씀드렸더니 엄마가 직접 절에 찾아가셨음.
그때 그스님은 묵언수행중이시라 말씀은 못나누셨다고.
후에 그스님이 절에 들어가시기전 어느곳에서 신을 모셨다..라는 소식을 들으신 엄마는
그냥 크게 고개만 끄덕이셨음.)
그제야 싱긋 웃으시더니 '우리반에 잡귀는 얼씬도못하겠다ㅋ'라고 소근거리시곤
이제 집에 가보라고 하셨구요.
인사를 하고 뒤돌아 교실문을 여는순간ㅋㅋㅋㅋㅋ
요망요망열매를 따먹은 우리반 여자사람친구들은ㅋㅋㅋ
복도쪽창문밑에 달라붙어 본인을 기다리고있었네요 ^^;;
웃는친구들의 얼굴을 보자 다리가 풀릴듯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낄낄대며 손붙잡고 학교앞 분식집에 집합ㅋ
기다려준 친구들에게 떡볶이를 하사하겠노라고 큰소리를 치곤, 친구들과 둘러앉았어요.
'니들 뭐 물어볼라고 기다린거아니지?' 라고 본인이 먼저 선수쳐버렸구요ㅋ
'물어보긴뭘물어봐~ 우리도 눈치가있는 여성들이셔~' 라고 고맙게 대답해준 친구들.
떢볶이도 마시고 밥도 볶아 흡입하고.. 그냥 아무일없는듯 조잘대며 떠들다가
문득 말없고 조용한 친구한명이 저에게 꺼낸말은 '저기.. 희야.. 마님~ ^^'
그렇게.. 전.. 마님이된거죠뭐 ^^;;
절배려해주셨던 선생님, 궁금해도 참아준 친구들이 갑자기 너무너무 보고싶네요. 헝..
오늘은 이만.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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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 흠냐]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5
글싸질러놓고 며칠 일에파묻혀 판에 못왔었는데
잉? 모래님이 돌아오시다니ㅋㅋㅋㅋㅋ
일단 모래님의 주옥같은 글 정독후, 제 비루한글에 달린 답글들 스캔.
스캔중에ㅋㅋ 눈에 띄는 악플이 있었는데.
그악플이 오늘 쓸 글의 요점이 될듯해요 ^^;;
친구동생 지민이에 대한 말씀들도 꽤 있더라구요.
제가 제일처음에 썼던 글을 알아본 제친구에게(매의눈) 연락이 왔었어요.
'마님(본인;)~ 글잘봤다ㅋㅋ 글또안써? 지민이얘기써봐~' 라는 소재공급에 힘입어
아름답지못한 남의 과거를 소재로 깔고앉아 글을 쓰게 된거랍니다.
현재 지민이는 대학교졸업후 전공을 살려 미혼모들 돕는일을 천직으로 삼고 열심히 살고있구요.
왜동생의 아픈과거를 다시한번 상기시키는걸까, 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제친구는 그렇게 인생을 심플하게 사는 여성이 아니므로.
제친구의 의중은 '경각심 발동' 이라는데 있을거라 감히 짐작하면서, 글 시작하겠습니다.
일전에 제글에 달린 댓글중에 눈에 띄는게 있었어요.
'대를 이어서 무속인이 되는거면 저주받은게 아닌가? 목사님을 찾아가보셈 ㅇㅇ'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런내용이였구요.
저주받았다.. 저주받았다라..
일단 저는 "저주받았다' 라는 저말을 처음들어본게 아니랍니다 ^^;;
저주라는게 정확히 뭔지도 모를때부터 잊어버릴만하면 한번씩 들어왔던 소리인지라
음.. 낯설지는 않은 말이에요.
제기억에 처음으로 '저주받는女!!' 라는 말을 들었을때는 본인이 유치원에 다닐때.
저는 동네에 있는 작은 유치원에 다니고있었어요.
동네놀이터에서 같이 노는 꼬꼬마 친구들도 전부다 같은 유치원ㅋㅋ
노란색 유치원 원복입고 유치원버스 타고 댕기는 그냥저냥 키작은(그때부터) 꼬꼬마.
하루는 집에 돌아와서 알림장(가정통신문?)같은걸 엄마가 읽어보시더니
'희야 며칠있음 좋은데로 소풍가네?' 라고 말씀하셨어요.
소풍가는날은 6월초. 현충일이 가까운 날이었으므로, 국화꽃한송이씩 손에들고
동작구에 있는 국립현충원에 현장학습(을 가장한 소풍)을 가는 날이였더랬죠.
점심도시락과 국화꽃한송이씩. 이게 준비물의 전부였으므로ㅋㅋ
엄마는 동네슈퍼에 가서 김밥재료준비를, 그리고 국화꽃은 현장학습 당일에 사는걸로 준비 끝.
그리고 현장학습 당일.
엄마가 새벽부터 싸주신 도시락을 가방에 넣고, 국화를 사기위해 엄마랑 꽃집에 갔어요.
역시 동네꽃집인지라, 같은 유치원 친구들도 엄마손잡고 바글바글ㅋㅋ
다들 손에 햐안 국화한송이씩 들고 재잘재잘 떠들고있는데, 제가 엄마한테 꺼낸말은
'엄마, 전 꽃 두송이사주세요.' 라는 짧은 한마디.
(본인은 어릴때부터 특정순간에만 부모님께 존댓말을 썼다고함.
그냥 일상적인 밥줘, 빵줘, 돈줘? 같은 말은 편한 반말로,
어떤 촉에 의해 나오는 말은 깍듯한 존댓말로. 울아빠는 사극말투라고도 표현하심.)
하나밖에없는 (그때는) 딸의 말버릇을 모르고지나쳤을 엄마가 아니기에.
'희야, 친구들은 다 한송이씩 가져가는데 너만 두송이 가져갈꺼야? 희야 욕심쟁이야?' 하며
엄마가 절 살살 달래려하셨지만 때는 이미 늦었지ㅋㅋ
전ㅋㅋ 꽃집에 빽빽히 꽂혀있는 국화두송이를 손에 꼭 쥐고선 입을 다물어버렸어요.
그렇게 동네아줌마들의 시선을 받으며 (엄마에겐 등짝 스파이크를 받았지) 유치원으로 출발.
유치원버스에 올라타고 현충원으로 이동.
이동하는 유치원 버스안에서 전 같은반 친구(여름이라 칭하겠음)에게 말을 걸었어요.
'나 너주려고 꽃 하나 더가져왔어.' 라고.
여름이는, '꽃? 나도있어. 우리언니꽃은 좀 시들었는데 그꽃 울언니주면안돼?'...
여름이는 일란성 쌍둥이였거든요. 여름이랑 여름이언니는 같은 유치원, 같은반에 다녔구요.
언니를 생각하는 여름이의 말에.. 본인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돼 그꽃 니꺼야. 너주려고사왔다니까?' 하며 여름이의 말을 무시해버렸어요.
본인의 강압적인 태도때문이였는지, 여름이는 울먹거리기시작했고
앞쪽에 앉아있던 여름이의 언니(가을이라 부르겠음)가 선생님을 대동하고와서
'왜내동생울려!!'라고 퍼부어댔지만 개의치않았던 본인은..
닭똥같은 눈물을 떨구며 울던 여름이의 손에 끝끝내 제국화한송이를 쥐어줫어요 (징한년)
그렇게 시끄럽게 현충원에 도착하여 도시락 먹고 국화꽃드리며 묵념도 하고..
아무일도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듯했으나.
유치원버스에 타려고 짝꿍과 손잡고 줄을 서있을때쯤.
여름이는 급체를 한건지.. 배를 잡고 울어대기시작했어요.
우리도 당황, 가을이는 더당황, 선생님은 완전당황..
일단 다른아이들부터 유치원버스에 태우고, 배를 잡고 울어대는 여름이는
버스조수석 선생님 옆자리에 앉게됐어요.
현충원에서 우리동네까지의 거리는 30분정도?
핸드폰도 없던때라 아파하는 여름이를 선생님이 달래주는것밖에는 할수있는게 없었어요.
(급한대로 휴대용반짓고리에서 찾은 바늘로 손도 따주심. 검은피를 보고 우리는 한번더 당황)
그렇게 우리동네도 버스를타고 오던중, 사고가 나버리고말았구요..
동네에 인접한지라 넓지않은 도로였는데. 곡예주행을 하던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전봇대에 버스를 들이받아버린.. 그런 사고였다고 나중에 엄마가 말씀해주셨어요.
조수석.. 그러니까 선생님과 여름이가 앉아있던 그자리는.
전봇대와 바로 부딪힌 그자리였어요..
구급차, 경찰차, 구경하는 사람들..
경찰아저씨들은 우리를 버스에서 끌어내리셨고, 우리를 살펴보시며 다친곳이 있는 아이는
옆에 서있던 구급차쪽으로 보내셨어요.
뒤쪽에 앉아있던 우리중에 크게 다친 아이는 없었던걸로 기억되네요.
그렇게 여름이랑 선생님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고,
저와 나머지아이들은 경찰아저씨와 다른 어른들의 도움으로 집으로 귀가했어요.
엄마와 아빠는 천만다행이라며 몸여기저기를 살펴보셨고, 자기전에 청심환 할알을 먹여주셨구요.
그리고 다음날. 아빠차를 타고 엄마와 함께 유치원에 갔을때 들었던 소식은.
여름이가 하늘로 갔다는 소식.
여름이의 부모님 그리고 가을이는.. 제정신이 아닌것같았어요.
유치원 원장님과 다른 선생님들은 울며 손이발이되게 여름이 어머니께 빌고계셨던것같아요.
울엄마아빠도 참담한 상황에 고개를 숙이고있는데,
'엄마! 쟤야! 쟤!' 라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을 하던 여름이의 어머니가 제앞에 서계셨어요.
저를향해 삿대질하던 가을이, 뺨을 때리시던 가을이어머니.
가을이가 현충원으로 향하던 버스안에서 있었던 일을 어머니께 말씀드렸던거겠죠.....
놀라굳어버린 울엄마아빠에게(정확히는 울엄마) 삿대질을 하며
'저.. 저 고양이눈깔.. 지엄마 눈이랑 판박이일때부터 알아봤어야했어.. 그엄마에 그딸이라더니
니가 방정을 떨어서 여름이가 잘못된거야! 이 저주받은년들아!!' 라고 울부짖으셨어요.
(동네에서 여름이어머니포함 가까이 지내던 아줌마들끼리 계를 했다고함.
적은액수가 아니였고. 계주가 돈을 들고 튀기 전날밤, 울엄마는 동네아줌마들을 끌고
계주의 집에 찾아가서 쌩뚱맞게 커피얻어마시러 왔다며 자리를 펴고앉으셨다고.
엄마는 별말없이 커피를 마시고 다른아줌마들은 수다를 떨고있을때 엄마가 계주에게
'생각고쳐먹고 우리 계속 얼굴보며 친하게지내면 안돼요?' 라고 물으셨다는.
다른 아줌마들은 ?? 하는 반응을 보이셨고 계주는 아무말없이 커피만 마셨고
끝내 엄마는 돌직구를 날리지않고 다른 아줌마들이랑 집으로 돌아가셨다고함.
그다음날 계주가 야반도주한걸 알게된 아줌마들은 엄마의 실체?를 대충 파악했다고함)
정신을 차린 아빠가 절 뒤로 감춰주셨고 여름이의 아빠도 무표정한 얼굴로 여름이어머니를
일으켜세우고 한쪽으로 데리고가시기전까지.. 그냥 못박힌듯 서있었던것같아요.
그리고 친구들이랑 선생님들과 병원에 가서 여름이와 마지막인사를 하고.
(여름아, 울엄마가 그러는데 넌 부잣집 고명딸로 다시태어나 평생을 사랑받고 예쁘게 살거래.
넌정말 다시태어났을까? 내가 널 다시만나면 알아보수있을까?)
여름이를 멀리 떠나보낸 여름이의 어머니가 집으로 찾아오셔서
'내가 미쳤었나보다.. 희야.. 아줌마가 미안하다.. ' 라며 눈물을 쏟으셨지만..
어린마음에도 뭔가 심란하고..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이게 제가살면서 처음으로 '저주'라는말을 듣게된일이구요.
본인은.. 삶이 얼마남지 않은 분들의 발자국을 보는 저주를,
그리고 세상에 태어날 생명을 느끼는 축복을.
제의지와는 상관없이 느끼게될때마다 저주와 축복이 항상 같이있다는걸 실감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저주받은년!' 이라고 손가락질을 해도
그이면에는 '축복'이라는 뜻도 있는거니까... 라고 스스로 위로해야죠뭐 ^^;;
악플보고 옛생각에 글풀어내는 나란여자 -_-
이놈의 글은 쓰면쓸수록 주절주절 길어지네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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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 흠냐]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4
잉?
또톡이됐어요ㅋㅋㅋ 이거뭐야무서워ㅋㅋㅋㅋㅋ
댓글 달아주신거보면서 혼자 미친女처럼 실실거렸답니다ㅋㅋㅋ
음. 댓글중에 '용한점집소개해주세요' 같은내용으로
미니홈피오픈 혹은 이메일주소 올려주신분들이 계시더라구요.
그 대댓글에는 본인을 사칭하여 답변을 하신분도 계셨구요.
제글을 재밌게봐주신 분들께 대댓글로나마 인사를 드리는게 예의라고 생각을 들지만,
그분들이 궁금해하는걸 완벽하게 풀어드릴 자신도 없고
또 그럴 주제도 못되기에 하지않았습니다.
혹시 방명록이나 이메일에 본인을 사칭한 대답(ㅇㅇ점집이 용하다더라 같은;)을 받으신분은
그냥 무시해주세요.
전편에 썼던것처럼 원래 자식은 저하나로 족하다고 생각하셨던 엄마아빠는
뜻하지않게 굴러들어온 복덩이(!)인 제동생을 가지게되었습니다ㅋㅋ
'엄마. 엄마한테 자꾸 아기소리나요' 라는 딸의 말을 무시하신 엄마는ㅋㅋㅋ
동생이 생겼다는 경사스런 사건을 저에게 전해주신걸 시작으로
열심히 태교모드에 돌입하셨다지요.
그와 동시에 동생이 태어나기전까지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ㅋㅋ
그중에 일부만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8살까지 형제자매없이 커온 저로써는 동생이 생긴다는건 더없이 기쁜 소식이었어요.
학교만 갔다오면 아직 부르지도않은 엄마배를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했다고하네요.
음.. 엄마아빠는 제가 더 어렸던시절부터 남과는 조금 다르다는걸 느끼셨대요.
배를 쓰다듬으며 '희야~ 동생이 딸이었으면 좋겠어? 아들이면 좋겠어?' 라고 엄마가 물으시면
'엄마는 벌써 알고있잖아요.' 라고 쿨하게 대답하기 일쑤였다고하네요 ^^;;
병원에서 성별검사를 할수도있었지만 (그때만해도 그건 불법이었다고;)
여자든 남자든 건강하게만 태어나다오! 라는 엄마아빠의 신념으로 성별검사는 패쓰ㅋㅋ
엄마는 타고난 촉으로 제동생의 성별을 이미 알고계셨다고했지만
아빠에게는 말해주지않으셨대요. (일종의 서프라이즈랄까ㅋㅋ)
궁금증이 도지셨던 아빠는 ㅋㅋ
매일매일 엄마와 저에게 번갈아가며 동생의 성별을 묻는게 일상이 되셨구요.
그럴때마다 우리 모녀는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침묵ㅋ
그러던 어느날 저녁에 제가 아빠손을 이끌더니 밖에 나가자고 조르더래요.
엄마는 집에 계시고 아빠랑 나랑만 집앞 공원에서 바람쐬며 걷고있는데
제가 아빠한테 '아빠, 아빠 등에 업히고싶어요' 라고 했다네요.
(원래는 내갈길은 내가 가던 꼬꼬마였음;)
그렇게 아빠등에 업힌 저는 아빠귀에 대고 킥킥 웃으며 장난을 치더니
'아빠. 아빠도 이제 동생태어나면 목욕탕 같이 다닐수있으니까 좋죠?' 하고 말하더래요.
(울아빠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딸바보시지만
아들들을 거느리고? 목욕탕 다니는 아빠주위분들을 참 부러워하셨음. 물론 엄마랑 나몰래ㅋ)
'희야, 아빠랑 같이 목욕탕가는 동생이면 엄마뱃속에 있는 동생이 남자아이야?'
하고 아빠가 물으시니
'아빠 저이제 걸어갈래요.' 라고 등에서 풀쩍 뛰어내려 집으로 총총 걸어가버리더래요 ^^;;
시간이 지나고 엄마배는 점점 불러오고.
저는 '엄마. 다른아기들은 응애응애 하고 우는데 내동생은 왜 어흥어흥 하고 울어요?' 라는
소리를 지껄여댔고 그때마다 엄마가 '희야 그게 무슨소리야?' 라고 물으시면
'동생이 어흥어흥하고 울잖아요.' 라고만 짧게 대답했대요ㅋㅋㅋ
말좀길게하지 요망한 꼬꼬마야ㅋㅋㅋ
또 아이이름은 아이가 태어나면 생시를 들고 작명소에 가서 지을 예정이었으므로
엄마아빠는 동생의 태명인 복덩이ㅋㅋㅋ로 부르고 계셨는데
전 자꾸 엄마배를 쳐다보며 'X범아~ 누나야~' 하고 말을 걸었더랬지요.
'X범이? 그게 누구야?' 하고 물어보시면 '누구긴. 희야 동생이죠.' 라고 역시 짧게 대답ㅋㅋㅋ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엄마배가 남산만큼 불러왔을때쯤.
가까운 친척이 결혼을 한다는 청첩을 해왔었대요.
집에서 차타면 20분정도? 걸리는 거리인지라 만삭인 엄마도 아빠와 동행하기로 결정.
결혼식날 아침에 아빠는 양복을, 엄마는 깔끔한 임부복을 입고 준비가 한창이었는데
갑자기 제가 가기싫다고 울며불며 발광(!)을 하더래요.
만삭이라 체력적으로 지친 엄마대신 아빠가 저를 달래려하셨는데 들은채도 안하고 울어대더니
엄마가 기껏차려입은 임부복위에다 오바이트..를 해버리더래요ㅋㅋ 나란여자ㅋㅋ
엄마가 태교를 위해 봉인해뒀던 호랑이성질을 꺼내며 눈을 부라리셨지만
저는 아무일도 없다는듯이 'X범아~ 너도가기싫지?' 한마디하고 딴청부리기ㅋㅋㅋ
엄마가 참아왔던 성질을 쏟아내며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으려고하는데
저멀리 경상도에 계시는 외할머니한테 전화가 오더래요.
'영아(울엄마)! 너 오늘은 아무데도 가지말고 집에 콕 쳐박혀있어라!' 라는 다급한 목소리.
울할머니의 말은 곧 법인지라 엄마와 나는 집에 남고 아빠만 예식장으로 출발.
그리고ㅋㅋ 예식장에서 갈비탕을 만족스럽게 드셨던 아빠 포함 하객분들은ㅋㅋㅋ
식중독으로 고생. 개고생...
(아빠는 나중에 이일을 회상하며 외할머니를 원망했음ㅋㅋ 사위도 가지말라고 말려주시지ㅠㅠ)
드디어 엄마배가 빵 터지기 직전쯤.
저를 낳을때도 난산이라 고생이 심하셨던 엄마는 슬슬 겁이나셨대요.
예정일이 가까워올수록 밤만 되면 배가 뒤틀리듯 아프셨다고하네요.
참을성 제로인 울엄마는 밤마다 배가아프면 아빠를 붙잡고
'희야아빠.. 나 배가 너무아퍼ㅠㅠ 빨리 병원가자ㅠㅠ 나무서워ㅠㅠ' 라고 아빠를 재촉했고
첫출산때 고생하는 엄마를 지켜봤던 아빠는 그때마다 엄마를 부축해서 병원으로 가려하셨대요.
엄마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아빠도 걱정을 감출수없어서 경황이 없는 그찰나에
꿈나라에 가있어야할 본인은ㅋㅋ 항상!! 엄마가 병원에 가자고할때마다!! 귀신같이 깨어나서!!
'엄마. 지금 병원가지마요. 할머니가 X범이 마중나오신댔어요.' 라는 개소리작렬ㅋㅋㅋ
(위에 나온 할머니는 돌아가신 제 친할머니를 말함)
배가 너무 아파서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엄마는ㅋㅋㅋ
어린딸에게 해서는 안될 막말작렬..을 시연하셨고ㅋㅋ 아빠는 그때마다 제귀를 막아주셨다는..
웃지못할 기억도 남아있네요.. 허허ㅋㅋㅋ
그렇게 힘든 며칠의 고비가 지나가고,
그날밤도 엄마는 뒤틀리는 배를 움켜잡고 아빠를 깨우셨대요.
근데 그날은 귀신같이 나타나던 딸년이 안보이네? 이때다ㅋㅋㅋ 하신 울엄마는 아빠를 재촉해서
병원으로 직행.
난산이었던 첫출산과 달리 너무나 쉽게 득!남!
아빠는 여기저기 출산소식을 알리셨고 저희 큰아빠큰엄마가 축하하러 오셔서는.
'동서~ 고생많았네~ 둘째도 어머님기일에 맞춰나오느라 고생했고~ㅋㅋㅋ' 라는 말씀을;;
그랬네요;; 태교와 순산에 너무나 전념하신 울엄마아빠는ㅋㅋ 돌아가신 할머니 기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계셨던거죠..
그렇게.. 돌아가신 할머니가 맞아주신 동생을 데리고 엄마는 곧 퇴원 후 집으로 직행.
동생의 생월생시를 들고 작명소를 찾아갈날을 기다리고있었대요.
(외할머니가 곧 우리집으로 산후조리를 위해 오실 예정이었음.
할머니오시면 이것저것 조언듣고 작명하려고 기다리던중. 이때까진 그냥 복덩이였음ㅋㅋ)
태어나서 처음본 커다란 미역다발을 들고 우리집에 오신 외할머니는
왠일인지 복덩이동생놈은 한번 안아보지도 않으시더라구요.
(울엄마 섭섭하다고 눈물찔끔. 할머니앞에서만 약해지는 여자.)
미역국을 한솥 끓여두신 할머니가 드디어 입을 여셨어요.
'영아. 둘째이름은 범(호랑이)자가 들어가야한다. 너랑 희야 기가 워낙세서,
이름을 세게 짓지않으면 아이가 그틈바구니에서 버티질못할거야.
크고 센이름 지어오면 그때부터 많이 안아줄테니까 얼른 이름짓는거 서둘러라.'
...할머니는 제가 동생을 X범이라고 불렀던걸 아셨던걸까요;
그얘기를 들은 엄마랑 아빠는 제가 주구장창 불러댔던 X범이라는 이름을 적극반영,
작명소에 가서 '음은 지어왔으니, 여기에 맞춰 뜻을 붙여주세요.'라는 부탁을 하고
세고 센, 정말 드센ㅋㅋㅋ X범이라는 이름을 완성시켜서 돌아오셨더래요.
(루저인 본인과 달리 지금 복덩이놈은 188의 장신임. 니이름 내가지어줬다 임마!!)
그후로 한달간 질리도록 미역국을 먹으며, 좋아하는 할머니랑 맨날 붙어자면서ㅋㅋ
엄마도 몸을 어느정도 회복하시고, 할머니는 방안에서 하루종일 기도를 드린후
다시 외가로 내려가셨어요.
그토록 바라던 동생이였지만, 막상 태어나고보니 현실은 시궁창이였구요^^;; (2인자의슬픔)
동생놈 젖먹고 똥싸대는거 구경하는게 하루하루 낙이 될때쯤.
치토스ㅋㅋ 사준다는 아빠말에 신나서 아빠손붙잡고 슈퍼로 가던길에.
문득 아빠한테 그러더래요.
'아빠. X범이 동생도 남자면 난 누구랑 놀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의 임신기간 내내 딸의 촉을 몸소느끼신 아빠는 함박웃음을,
집에가서 그대로 말씀드리니.. 엄마는.. 그냥 안방문을 닫아버리셨어요ㅋㅋ
현재본인는.. 남동생들 위에 군림하는.. 누나나부랭이입니다 ^^;;
오늘도 쓰다보니 길어지고말았네요;
마무리는 역시..
뿅! 인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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